이재명 대통령, 간사이 동포 간담회 발언. 연합뉴스70여 년 전 4·3 당시 군경의 총칼을 피해 정든 고향 땅을 떠나 일본으로 건너간 제주인들. 이재명 대통령이 재일 4·3희생자와 유족에게 공식 사과했다. 그간 4·3에 대해서는 대통령 사과가 있었지만, 재일 4·3희생자와 유가족을 직접 위로한 것은 이 대통령이 처음이다. 유족들은 환영했다.
"불행한 역사 속 상처받은 유족에 사과"
일본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간사이 나라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현지 동포들과의 간담회에서 "대한민국의 불행한 역사 속에서 피해를 받고 상처받은 유가족 여러분께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날 초대받은 재일 4·3희생자와 유족 등에게 직접 사과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해방 후 조국이 둘로 나뉘는 바람에 건너올 수밖에 없었던 아픈 역사, 그리고 독재정권 시절 국가가 재일동포를 간첩으로 몰아 조작한 사건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재일동포 차별문제도 짚었다. 그는 "재일동포 여러분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민족 공동체를 지켜내기 위해 참으로 치열하게 노력해온 걸 잘 안다. 차별과 혐오에 맞서 오사카시 헤이트 스피치 억제조례를 제정했고, 민족학교를 세워 우리 문화를 지키기 위해 끈질기게 싸워줬다"고 했다.
일본 오사카 통국사에 있는 '제주4·3희생자위령비'. 고상현 기자동포 사회의 헌신에 대한 감사도 표했다. 이 대통령은 "동포 여러분은 88년 올림픽과 IMF 외환위기 등 역사적인 고비마다 발 벗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셨다. 가깝게는 재작년 12·3계엄 사태 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수많은 불빛을 밝히는 데 함께해주셨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주 전 대외 공관에 관할 지역 동포들의 건의와 민원을 모두 취합해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국적이나 출신에 의해 불합리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문제의 소지가 있는 제도들을 모두 발굴하고 개선해 대한민국이 여러분을 잘 챙기고 보살피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재일4·3희생자유가족 "기쁜 소식" 환영
이날 간담회에 참석해 이재명 대통령의 공식 사과를 직접 들은 오광현 재일4·3희생자유족회장은 CBS노컷뉴스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그동안 4·3을 얘기할 때 재일 제주인 피해는 늘 소외됐었다. 오늘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재일4·3희생자와 유가족에게 공식 사과했다. 너무 기쁘다"고 환영했다.
4·3 직후 일본으로 밀항한 강양자(85)씨의 아들 재일제주인 2세 홍지웅(60)씨도 "지금까지 대한민국 대통령이 일본에 있는 4·3희생자와 유가족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한 일이 없었는데 기쁜 소식이다. 지금 어머니께서 치매가 있으시지만, 집에 가서 기쁜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한다"며 기뻐했다.
오광현 재일본4·3유족회장. 고상현 기자70여 년 전 4·3 당시 미군정과 이승만 정부는 제주도를 '빨갱이' 섬으로 규정하고 무자비한 초토화 작전을 벌였다. 도민들은 살아남기 위해 불타버린 마을을 뒤로 하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당시 제주 해안이 봉쇄된 터라 '밀항'을 택했다. 4·3 이후에도 연좌제 등의 이유로 일본 밀항은 이어졌다.
4·3 광풍을 피해 일본으로 밀항 온 제주인들은 무장대와 토벌대를 피해 고향 땅을 어쩔 수 없이 떠나왔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의 4·3 희생자라 할 수 있다. 하지만 '4·3의 전국화 세계화' 속 과거사 해결 과정에서 이들은 늘 소외됐다. 이 대통령의 사과로 이들의 한이 조금이나마 풀리게 됐다.
※제주CBS는 이번 보도와 기획보도에 그치지 않고 4·3밀항인 관련 기록이 추가로 발굴되거나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때마다 보도하겠습니다. 어둠 속 묻힌 역사를 드러내기 위해서입니다.| ▶ 글 싣는 순서 |
①살아남기 위해 일본으로…제주4·3 디아스포라의 비극 ②4·3 피해 목숨 건 일본 밀항…적발되면 공포의 수용소로 ③"죽을락 살락 일만"…고난 속 꿋꿋이 살아낸 4·3밀항인 ④日 차별과 혐오에…더불어 견디며 삶 도운 '제주공동체' ⑤국경 넘어선 4·3밀항인의 '고향 사랑'…제주 발전 토대 ⑥'남북분단 축소판' 재일제주인 사회…이산가족까지 ⑦"유령 같은 존재"…역사의 어둠 속 묻힌 제주4·3밀항인 ⑧끊이지 않는 혐오와 차별…몰이해와 무관심이 경계로 ⑨제주 4·3밀항인 기록 발굴…'절박감' '강요된 침묵' 드러나 ⑩어렵게 지켜낸 재일4·3위령제…경계 뛰어넘은 추모행렬 ⑪4·3밀항인 다룬 연극과 미술작품…문화예술로 경계 넘다 ⑫4·3광풍 피해 일본으로 밀항…국가가 처음으로 사과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