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도서관 붕괴 사고 유가족인 유정만 씨가 14일 오후 2시 서구 화정 아이파크 붕괴 참사 추모식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아름 기자"이렇게 있다가 나도 죽을 것 같아요. 숨이 콱 막혀버려요. 어디에 가서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14일 오후 광주 서구에서 만난 광주 대표도서관 붕괴 사고 유족들은 한 달 전 사고 이후 삶이 송두리째 바뀌었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12월 광주 대표도서관 공사 현장 붕괴 사고로 남편을 잃은 안모(69)씨는 여전히 극심한 불안과 상실감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른 가족 없이 남편과 둘이 생활하던 안 씨는 이번 사고 이후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사고 이후 안 씨는 제대로 된 식사조차 하지 못 하고 있다. 그는 "머리로는 먹고 힘을 내야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겠구나 생각하면서도 실제론 음식이 넘어가질 않는다"고 했다.
유족들 "광주시 약속은 말 뿐…실질 지원은 없었다"
이번 사고로 장인을 잃은 유정만(27)씨는 이날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붕괴 참사 추모식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시는 사고 직후 유족 보호와 대책 마련을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이행된 것은 없다"며 "말뿐인 행정, 책임 회피가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족들은 광주시가 사고 이후 유족 지원과 관련해 담당 부서 연락처가 적힌 안내문만 전달했을 뿐, 고령 유족에 대한 실질적인 돌봄이나 직접적인 지원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유 씨는 "젊은 사람도 복지 제도를 이해하고 신청하기 어려운데, 70세를 앞둔 어르신에게 안내문 하나 건네고 마는 것이 과연 책임 있는 행정이냐"고 지적했다.
사고 발생 한 달이 지났지만 유족들은 여전히 사고 경위 설명도, 실질적인 지원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고방지대책위원회' 약속했지만…구성조차 안 돼"
또 광주시가 사고 이후 '사고방지대책위원회'를 운영하겠다고 밝힌 것과 달리, 유족들이 참여하는 공식 협의체나 사고 방지 논의를 위한 기구는 실제로 구성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안 씨는 "현수막이라도 만들어 이 억울함을 알리고 싶을 만큼 답답하다"며 "남편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광주시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고 책임이 있는 시공사 구일건설에 대해서도 유족들은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유 씨는 "처음에는 충분한 배상을 약속했지만, '회사 규모가 작아서' '파산 위기라서' 등 여러 가지 변명을 대가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은 오는 20일 정기 유가족 회의를 열어 공식 요구 사항을 다시 정리할 계획이다. 이들은 "유족들이 거리로 나서고 언론에 호소해야만 움직이는 행정이 아니라, 먼저 책임지는 공공기관의 모습을 보여 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는 "사고 직후부터 유가족 전담 지원반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으며, 재난 사고 피해자가 받을 수 있는 지원책들을 꾸준히 안내해오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수사 진행 상황이나 사고 경위 등은 경찰청과 노동청으로부터 전달받지 못해 사실상 유가족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고는 지난해 12월 11일 오후 1시 58분쯤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신축 공사장 일부가 붕괴하면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노동자 4명이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