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4연승. 한국배구연맹'배구 여제' 김연경 은퇴 이후 약체로 분류됐던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이 '요시하라 매직'을 앞세워 리그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흥국생명은 지난 18일 화성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IBK기업은행과의 원정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2(25-14 22-24 13-25 25-20 15-8)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최근 5연승을 달린 IBK기업은행의 상승세를 꺾고 4연승을 질주한 흥국생명은 승점 41(13승 10패)을 쌓아 2위 현대건설(승점 42)을 승점 1차로 바짝 추격했다. 1라운드 당시 2승 4패로 6위에 머물렀던 흥국생명은 4라운드 들어 4승 1패를 기록하며 라운드 1위의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당초 '디펜딩 챔피언' 흥국생명의 이번 시즌 전망은 불투명했다. 김연경의 은퇴로 개막 전 최하위 후보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떠난 자리에 일본 출신 요시하라 토모고 감독을 선임한 구단은 새로운 팀 컬러 구축과 세대교체를 선언하며 리빌딩에 착수했다.
요시하라 감독은 일본 JT 마블러스를 9년간 이끌며 우승 2회, 준우승 3회를 일궈낸 명장답게 팀을 빠르게 정비했다. 현재 흥국생명에는 과거처럼 화려한 스타 플레이어는 없지만, 요시하라 감독은 탄탄한 조직력과 기본기를 강조하며 팀 체질을 개선했다.
리시브와 디그 등 수비 정교함을 높이고 범실을 최소화하는 일본식 배구를 성공적으로 이식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흥국생명은 현재 리그 최소 범실 1위를 기록하며 견고한 배구를 선보이고 있다.
유연한 선수 기용도 상승세의 원동력이다. 주전 세터 이고은이 부상으로 이탈하자 베테랑 이나연을 영입해 공백을 완벽히 메웠고, 취약 포지션으로 꼽히던 아웃사이드 히터진에서도 김다은과 최은지, 정윤주 등이 치열한 내부 경쟁을 통해 고른 활약을 펼치고 있다.
요시하라 토모코 흥국생명 감독. 한국배구연맹특히 지난 18일 기업은행전은 요시하라의 과감한 결단력이 빛난 명승부였다. 세트 스코어 1-2로 밀리며 패배 위기에 몰리자 요시하라 감독은 컨디션이 저조했던 레베카 라셈(등록명 라셈)과 아닐리스 피치(등록명 피치)를 4세트 시작과 동시에 벤치로 불러들였다. V-리그에서 의존도가 높은 외국인 선수를 승부처에 제외하는 것은 이례적인 선택이었다.
대신 투입된 문지윤은 4세트에만 5득점을 올리며 활약했고, 김수지는 블로킹으로 높이를 보강했다. 결국 5세트에서 최은지와 김다은이 공격을 분담하며 빅토리아 댄착(등록명 빅토리아)이 고군분투한 기업은행을 꺾었다. 특정 스타에게 의존하지 않고 시스템 안에서 전 선수가 제 역할을 수행하는 조직력의 승리였다.
요시하라 감독의 선택은 외국인 선수에게 의존하는 기존 V-리그의 틀을 깨고 팀 전체 전력을 상향 평준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연경 은퇴 이후 방향성을 고민하던 한국 배구에도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