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 거점을 두고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해 120억원대 '로맨스 스캠' 사기를 벌인 부부가 23일 국내로 송환된 데 이어 조사를 받기 위해 울산경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캄보디아에 본거지를 두고 '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과 투자 사기를 벌여 120억 원을 가로챈 기업형 범죄 핵심 가담자인 한국인 부부가 강제 송환돼 검찰에 넘겨졌다.
울산경찰청은 사기와 범죄단체조직·가입·활동,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등의 혐의로 30대 A씨 부부를 구속 송치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과 함께 범행을 주도한 한국인 총책 김모(35)씨 등 26명에 대해 적색수배를 내리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 조직은 2024년 3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한국인 피해자 100여 명을 상대로 약 120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딥페이크 인공지능(AI) 기술로 가상의 여성 인물을 만들어 채팅앱과 SNS를 통해 무작위로 접근한 뒤 매일 연락을 이어가며 연인 관계인 것처럼 신뢰를 쌓았다.
이후 재력을 과시하며 투자 관련 유튜브 채널이나 전문가를 소개하고 주식·가상화폐 투자 등을 권유해 돈을 가로챈 뒤 연락을 끊는 수법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또 실제 존재하는 회사나 투자거래소를 사칭한 가짜 사이트를 만들고, 허위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게 해 계좌까지 개설하도록 했다.
다른 사람의 SNS·메신저 프로필 사진을 도용해 딥페이크로 합성하거나 화상채팅과 영상까지 제작해 피해자들이 정상적인 투자로 오인하도록 속였다.
피해자와 장기간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열흘 분량의 대본을 사전에 작성한 정황도 확인됐다.
범죄 조직도. 울산경찰청 제공이들은 캄보디아 현지 건물을 통째로 매입해 대포폰과 컴퓨터 등이 갖춰진 사무실을 차렸으며, 직접 피해자와 접촉하는 '실행팀'과 인력·자금 관리를 맡는 '지원팀'으로 역할을 나눴다.
또 태자단지와 프놈펜, 보레이 등 여러 지역에 분점 형태의 사무실을 두고 자금세탁팀, 모집책, 콜센터 등을 운영하며 실적에 따라 수익을 배분하는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조직을 확장했다.
조직원들은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장시간 근무하며 개인 휴대전화 사용이 제한되는 등 통제 속에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 부부는 이 조직에서 투자 전문가 행세를 하며 피해자들을 속인 핵심 인물로, 지난해 2월 캄보디아 현지에서 한 차례 체포됐다가 석방된 뒤 도피 생활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성형수술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우리 정부와 현지 수사당국의 공조, 초국가 범죄 대응 범정부 태스크포스(TF) 활동을 통해 재체포됐으며, 지난 23일 국내로 압송됐다.
경찰은 현재까지 이 조직과 관련해 총 83명을 특정해 57명을 검거했고, 이 가운데 관리책과 자금세탁 총책 등 핵심 간부를 포함한 39명을 구속했다.
해외에 은닉된 범죄수익을 추적하기 위해 인터폴과 협력해 '은색 수배서'도 발급받아 자금 흐름을 쫓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 부부가 기존 조직에서 떨어져 나와 중국인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별도의 범죄조직을 꾸렸을 가능성도 있어 여죄를 계속 수사 중"이라며 "캄보디아 등 해외에 도피 중인 나머지 공범들도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