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제공금융당국이 연체 채권을 끝까지 압박해 회수하던 관행을 손질한다. 한 번의 경제적 실패가 평생 추심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고 '사람을 살리는 금융'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금융위원회는 26일 서울 광진구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포용적 금융 대전환' 2차 회의를 열고 '연체자 보호와 신속한 재기 지원을 위한 개인 연체 채권 관리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연체가 발생한 뒤 추심과 소송에 매달리기보다, 연체 초기 단계에서 채무 조정을 늘려 장기 연체로 굳어지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동안 금융권은 연체가 발생하면 채권을 매각하거나 소송을 통해 소멸시효를 연장하는 방식으로 회수 극대화에 집중해 왔다. 이 과정에서 채무자는 반복적인 추심과 신용 점수 하락에 시달렸고, 한 번 연체자가 되면 제도권 금융으로 돌아오기 어려운 구조가 굳어졌다. 금융위는 이런 관행이 결과적으로 연체자를 계속 늘리는 시스템으로 작동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들이 연체 초기부터 자체 채무 조정을 적극 활용하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대출 만기 전이라도 상환 부담이 커질 조짐이 보이면 금융회사가 먼저 채무 조정 제도를 안내하도록 의무화한다. 또 원금 일부를 감면해 줄 경우 이를 금융회사 손실로 인정해 채무 조정에 나설 유인을 높이기로 했다.
연체 채권 매각 관행도 달라진다. 앞으로는 채권을 매각했다고 해서 원래 금융회사의 책임이 사라지지 않는다. 채권을 사 간 곳에서 불법 추심이 발생하면 원채권 금융회사도 이를 점검하고 보고해야 한다. 연체 채권이 여러 차례 되팔리며 장기간 추심되는 일을 막기 위해 재매각 가능 여부와 기간을 계약서에 명확히 적도록 했다.
소멸시효를 기계적으로 연장해 온 관행에도 제동이 걸린다. 지금까지는 소송이나 지급명령을 반복해 시효를 연장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원칙적으로 시효 완성을 인정하고 예외적으로만 연장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유도한다. 시효가 완성된 연체 채권을 금융회사가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해, 굳이 연장을 고집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어려움에 처한 차주도 제도권 금융 안에서 재기할 수 있도록 선제적이고 예방적인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며 "고객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금융회사들이 차주의 어려움을 먼저 감지하고, 조기에 대응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