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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상황 악화에 韓산업계 비상…직격탄 맞은 석유화학 또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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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폭등 현실화…WTI·브렌트유 배럴당 100달러 돌파
중동산 원료 의존도 높은 韓 산업계 '빨간불'
나프타 수급 위기 현실화…제품 공급 차질 선언 잇따를 수도
사태 장기화 땐 자동차·반도체 등 핵심 수출 산업 타격 우려

연합뉴스연합뉴스
중동 상황 악화로 국제유가가 심리적 저항선이라고 여겨지는 100달러선까지 단숨에 돌파하면서 비용 부담 증가, 소비 심리 위축 등 다양한 후폭풍과 맞물린 산업계의 '오일쇼크' 불안도 커지고 있다.
 
특히 중동 지역에 직접적으로 의존하는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원료 수급 자체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데, 이르면 1~2주 사이에 이에 따른 부작용이 확산할 수 있다는 위기론까지 나온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후 열흘째인 9일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오전 한 때 배럴당 119.48달러까지 치솟았다. WTI 가격이 100달러선을 돌파한 건 2022년 7월 이후 3년여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미국의 원유 선물 가격은 지난 한 주 동안에만 약 36% 올랐는데, 이는 1983년 해당 선물 시장 개장 이래 최대폭 상승이다. 국제 유가 기준으로 여겨지는 브렌트유 5월 인도분 선물 가격도 같은 날 오전 배럴당 119.50달러까지 올랐다. 지난달 27일 종가가 72.87달러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마찬가지로 '역대급' 상승폭이다.
 
세계 원유의 주요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현실화, 수송 차질로 저장 시설 포화 상태를 맞은 주요 중동 산유국들의 감산 선언, 이란과 미국의 강 대 강 대응에 따른 전쟁 장기화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중동에 원유 수입을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한국 산업계로서는 이런 가파른 가격 상승에 특히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2024년 기준 한국이 수입한 원유의 약 70%가 중동산이며, 이 가운데 9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들어왔다. 때문에 대체 수입처와 경로를 찾는데 상당한 비용 부담이 불가피하다.
 
오일 쇼크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산업 분야로는 석유화학(석화)이 꼽힌다. 실제로 석유화학 기초소재 제조사 여천NCC는 지난 4일 주요 고객사들에 제품 공급 이행 지연 및 조정을 통보하고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원료 나프타를 중동에서 제때 구하기 힘들어진 데 따른 조치다. 수입되는 나프타도 절반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거친다. 공급 불가항력이란 통제 불가능한 외부 요인으로 제품 계약의 정상적 이행이 어려울 때 책임을 면제 받기 위해 하는 선언이다.
 
업계에 따르면 다수 석화 기업들의 나프타 비축량은 1~2주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이 같은 유사 조치가 3월 중순쯤을 기점으로 뒤따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정유사와 연계된 기업들은 원유 비축분이 꽤 되기 때문에 여기서 나프타를 추출해서 쓰면 되니까 상황이 좀 더 괜찮다"며 "그러나 나프타 분해 설비 시설(NCC) 정도만 갖추고 나프타를 수입에 의존해서 쓰는 기업들은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석화 업계는 중국 등으로부터의 제품 공급 과잉으로 이미 설비 가동률을 낮추는 구조조정에 들어갔는데, 유가 급등에 따른 수요 위축과 원료 수급 차질까지 고민해야 하는 위기 국면을 마주하게 됐다는 평가다.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류영주 기자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류영주 기자
정유 업계도 원유 수급이 불안정하다는 점을 가장 큰 리스크로 꼽고 있다. 한 전문가는 "원유를 원활하게 공급받을 수 있다면 유가가 오르는 건 오히려 업계에 이득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현재 상황은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고 짚었다. 각종 부대 비용 상승도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동 상황을 지속적으로 예의주시하면서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와 같은 이상 상황이 길어지면,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한국의 주력 수출 산업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특히 작년 한 해 미국 관세 정책의 그늘 하에서 신음했던 자동차 업계에선 이번 미국 공습에 따른 중동 사태 장기화 리스크까지 부각되자 '트럼프 행정부발(發) 불확실성'이 또 커지고 있다는 푸념이 나온다.

이 업계 전문가는 "고유가가 지속되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아무래도 자동차 수요 위축이 불가피하다"며 "다만 하이브리드, 전기차라는 대체제가 있기 때문에 과거보다야 타격이 덜 하겠지만, 완성차 기업으로서는 세부적인 전략 변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헬륨 등 핵심 소재 수급 차질 우려도 거론되지만, 공급망 다변화 조치가 이어져 왔기에 그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일각에선 에너지 원가 상승이 전기요금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 기류도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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