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이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황진환 기자| ▶ 글 싣는 순서 |
① "보디프로필이면 장땡?" 전문성 실종된 헬스장, 위고비 습격에 '고사 위기' ② "저질 트레이너 퇴치" 김재섭 의원, 체육시설법 개정으로 '무자격 강습' 차단 (계속) |
최근 피트니스 업계에 '전문성 실종' 경보가 켜졌다. 현행법상 체육시설을 개업하려면 국가공인 자격증인 생활체육지도사 2급 이상을 배치해야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회원을 지도하는 트레이너 상당수는 자격증 없이 활동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채용 과정에서 자격증 유무보다 화려한 보디프로필이나 대회 입상 경력 등 외형적인 요소가 더 중요하게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한 헬스장 근무 경험자는 "자격증이 없는 트레이너가 대부분"이라며 "보디프로필만 찍으면 누구나 트레이너가 될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여의도 3대 500'으로 불리는 생활체육인 출신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나섰다. 그는 지난 1월 무자격 트레이너의 강습을 금지하고 헬스장 '먹튀 영업'을 차단하는 내용을 담은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최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에서 생활체육을 즐기는 국민이 약 1500만 명에 이르지만 현장의 문제는 정책적으로 충분히 다뤄지지 못했다"며 "현장 중심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법안을 발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자칭 '헬스부 장관'이자 직접 국가공인 생활체육지도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한 김 의원은 스스로를 '생활체육인의 대변인'이라고 소개한다. 그는 "엘리트 체육인 출신 의원들은 많지만 생활체육 현장에서 겪는 문제는 또 다르다"며 팔을 걷어 올렸다.
"트레이너 10명 중 8명은 자격 없어도 강습 가능"
현행 제도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체육시설이 생활체육지도자를 '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강습을 하는 사람에게까지 자격증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김 의원은 "시설 규모에 따라 두 명 정도만 자격증이 있으면 기준을 충족하는 구조"라며 "헬스장에 트레이너가 10명이 있어도 두 명만 자격증이 있으면 나머지 여덟 명은 자격증 없이 회원을 가르칠 수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인건비가 낮은 무자격 트레이너를 채용해 영업 중심으로 운영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전문적인 운동 처방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강습이 이뤄질 경우 부상 위험도 커질 수 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되는 체육시설 관련 피해구제 민원은 매년 수천 건에 달한다. PT를 받다가 디스크가 재발하거나 스트레칭 과정에서 갈비뼈가 골절되는 등 사고 사례도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김 의원은 "소비자들은 당연히 자격을 갖춘 트레이너에게 PT를 받는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실제로는 사설 교육만 받은 사람이 지도하는 경우도 있어 최소한의 자격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이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황진환 기자'무자격 트레이너 금지법' 발의…강습 기준으로 규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 의원은 지난 1월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체육시설에서 운동을 지도하려면 반드시 국가 공인 체육지도자 자격을 갖춘 사람만 강습할 수 있도록 규정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김 의원은 "사람의 몸을 직접 다루는 운동 지도인데 아무 자격 없이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머리를 자르는 미용사도 자격증이 필요한데 운동 지도에는 최소 기준이 없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또 기존 제도의 문제였던 '시설 면적 기준' 규제를 '강습 행위 기준'으로 전환하는 것도 핵심 취지다. 김 의원은 "현재 제도는 한편으로는 무자격 트레이너를 막지 못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도자가 잠시 자리를 비웠다는 이유만으로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는 현실과 맞지 않는 규제가 동시에 존재한다"며 "이 같은 이중 규제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인력 부족 등으로 현장 단속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우선 제도 자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법이 시행되면 헬스장들도 '우리 센터는 전원 국가공인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을 보유한 트레이너입니다'라고 홍보하는 문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레이너들은 모두 프로필을 공개한다"며 "자격증이 없는 사람이 자격이 있는 것처럼 표시하면 허위 기재가 되고 더 큰 문제가 된다"고 했다. 이어 "회원들도 신고할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자정 기능이 작동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헬스장 '먹튀' 영업도 제재 강화…폐업 피해 막는다
개정안에는 헬스장 폐업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한 장치도 담겼다. 최근 헬스장 업계에서는 장기 회원권을 판매한 뒤 갑작스럽게 폐업하는 이른바 '먹튀 영업'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체육시설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은 약 1만5000건에 달한다. 폐업 시 평균 미환불 금액은 약 26만 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헬스장은 초기 투자 비용이 크다 보니 장기 회원권 판매 구조가 많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중간에 폐업하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불신이 커지면 소비자도 장기 결제를 꺼리게 되고 결국 업계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개정안에는 고의적인 폐업으로 피해를 발생시킨 사업자가 일정 기간 체육시설업을 다시 등록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규정이 포함됐다.
김 의원은 "먹튀를 한 사람이 바로 같은 이름으로 다시 영업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가족이나 지인의 명의를 이용해 재개업하는 문제 등은 추가 보완이 필요하지만 최소한 본인 명의 재등록은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이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황진환 기자"저질 트레이너 퇴출…업계 신뢰 회복 기대"
김 의원은 법안이 통과될 경우 업계 구조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첫 번째는 저질 트레이너 퇴출, 두 번째는 업계 신뢰 회복, 세 번째는 트레이너 처우 개선"이라며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 업계에 들어오면 급여와 고용 환경도 자연스럽게 개선되는 선순환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자격 트레이너 문제는 단순한 영업 질서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건강과 직결된 안전 문제"라며 "법 개정을 통해 소비자가 안심하고 체육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또 요가나 필라테스 등 일부 운동 업종이 체육시설업이 아닌 자유업 형태로 운영되며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문제도 장기적인 과제로 꼽았다. 김 의원은 "요가나 필라테스는 국가 공인 자격 체계가 없어 지자체 관리나 안전 감독을 피해 가는 구조가 생기기도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이런 분야도 제도권 안에서 관리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무분별한 약물(도핑) 사용 등 업계의 어두운 단면을 바로잡고 국민 건강권을 지키는 데도 계속 목소리를 내겠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도 이번 법안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피트니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시대 흐름을 반영하지 못했던 과거 규제를 바로잡고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낸 정상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급변하는 체육시설 생태계와 이용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속도감 있는 입법 조치가 절실하다"며 "국회에서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돼 변화된 현실이 현장에 빠르게 반영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