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의 '거래시간 12시간 시대' 개편 시행이 논란 끝에 오는 6월 말에서 9월 중순으로 미뤄진 가운데, 당국과 업계, 노조 등이 간담회에 나섰지만 당사자 간 이견의 평행선을 재확인했다.
거래소 "기존 거래시간은 해외 투자자들 한국투자 제한"
연합뉴스거래소와 금융위원회, 증권사 IT본부장, 전국사무금융노조 관계자 등은 20일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해관계자 간담회에 참석했다.
그러나 이들은 거래시간 연장안을 둘러싸고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거래소 진동화 유가증권시장본부장보는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이 거래시간을 24시간으로 연장하기로 확정하는 등 글로벌 자본시장이 전례 없는 구조적 전환을 맞이하고 있다"며 "글로벌 유동성이 이동하는 환경에서
기존 거래시간 체계를 유지하는 건 해외 투자자들의 한국 투자를 제한하고 반대로 해외로의 유동성 유출은 가속화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거래 시간 연장으로 공정한 글로벌 자본시장 경쟁 체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중간 단계로 12시간 거래를 추진하게 됐다"며 "1년간 이해관계자들과 폭넓은 소통을 지속적으로 해왔고, 상생의 방법을 우선해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는 시스템 개발과 인력 등 현실적 한계와 투자자 입장에서의 혼란 등의 문제를 호소했다.
업계 "일정 너무 빠듯, 신뢰 무너진다"…노조 반대도 커
연합뉴스간담회에 참석한 KB증권 이동윤 IT본부장은 "대체거래소인 넥스트레이드마켓은 원보드 체계로 운영돼 프리마켓에서 미체결된 주문이 정규장으로 이전되지만, 거래소는 그런 시스템을 아직 못 갖추고 있어 투자자들의 혼란이 더 커질 것"며
"올초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많은 증권사에 시스템 오류가 생겼는데, 거래 시간을 연장하는 (개발, 시행) 일정이 너무 빠듯해 금융투자업계 전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 노진만 IT본부장은 "ETF 유동성공급자(LP)인 증권사 직원들은 실질적으로 개장 2시간 전부터 업무를 시작해야 하고, 시차출퇴근제 적용, 인력 충원 등을 시행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증권사인 다이와증권의 유형석 IT부문장은 "시행 예정 시점이 오는 9월로 미뤄졌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며 "예산과 인력을 편성하고 승인, 시스템을 테스트한 뒤 안정적으로 참여하기에 물리적으로 어려운 시간인데, 여러 고객의 수요와 외국계 증권사의 현실적인 상황 등을 고려해 프리마켓 시작 시간이 굳이 오전 7시여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사무금융서비스노조는 더욱 12시간 거래 체계가 금융시장 활성화와 가치 제고에 기여할 수 있는지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사무금융노조 이창욱 증권업종본부장은 "거래시간 12시간화가 '금융 선진화'란 말은 허울뿐인 명목"이라며
"금융 투자자들을 위해서는 접근성을 높이고 혼란을 피하는 게 급선무인데, 막연하게 거래 시간을 늘리면 외국으로 빠져나갈 유동성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인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거래소에서는 업계와 노조를 만나 충분히 얘기를 나눴다고 하는데, 그간 노조와 3번을 만나면서 열린 자세로 대화하자는 얘기 외에 거래 시간 연장 자체에 관한 대화를 한 적이 있었는가"라며 "증권사 임원 간담회에선 거래 시간 연장 이유나 원보드 문제는 거론하지 말고 각 사가 (개시) 가능한 일정만 얘기하라고 하지 않았나"라고 따졌다.
앞서 거래소는 증권시장 프리·애프터마켓 시행일을 오는 6월 29일에서 9월 14일로 연기하며 관계사들의 충분한 시스템 개발 기간을 보장하고 시장 안정성 확보를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거래 시간 연장이 글로벌 정합성 차원에서 가야 할 길이란 데는 공감하지만, 그 과정에서 금융위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시장 안정"이라며 "거래소가 업계와 함께 시장 운영 방식과 제반 시스템을 더 정교하게 준비해 충분한 테스트 기간을 갖도록 하고, 안정성 문제를 중요하게 살피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를 주최한 김승원 의원은 "자본시장 활성화도 중요한 문제지만 금융 투자 소비자 입장에선 공정성도 중대한 문제"라며 "이재명 대통령께서도 공매도, (거래 대금이 이틀 뒤 들어오는) 현행 'T+1' 문제, 초빈도 매매 등을 언급해 논의의 장을 연 만큼, 지속적인 소통을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