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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락 성공을 축하합니다"…거절당한 이들의 유쾌한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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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 제주

■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0~17:30)
■ 방송일시 : 2026년 3월 27일(금) 오후 5시
■ 진행자 : 류도성 아나운서
■ 대담자 : 제주북페일 운영진 <강민석, 닉네임 '왈'>

<시사매거진 제주> 제주북페일 운영진
페어(Fair)가 아니라 페일(Fail)?…'거절'을 '축제'로 바꾼 귀여운 객기
"망한 게 아니라 디딤돌일 뿐"…운영진이 직접 겪은 '아름다운 실패'의 기록
'엄마가 이게 뭐냐고 물을 책'만 모았다…자본주의를 거스르는 '급조된 정성'
문턱은 낮추고 환대는 높이고…전국 탈락자들에게 건네는 "실패할 용기"

제주북페일 운영진 닉네임 왈(왼쪽), 강민석(오른쪽) 씨. 제주CBS제주북페일 운영진 닉네임 왈(왼쪽), 강민석(오른쪽) 씨. 제주CBS
◇류도성> 행사명이 페어(Fair)가 아니라 페일(Fail)로 정하셨는데 탈락의 순간을 축제로 바꿔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배경은?  

◆왈> 거창한 결심을 통해서 만들어진 건 아니구요. 같이 창작하는 친구들과 제주북페어를 같이 신청을 했었는데 하나같이 다 떨어졌더라고요. 그래서 '다 떨어졌네..' 얘기를 하다가 '그냥 우리가 해버릴까?'라고 장난스럽게 얘기가 나왔어요. 그러면 북페어(fair) 말고 페일(fail)로 하면 어떨까? 라고 한 친구가 얘기를 꺼냈고 그 상황 자체가 너무 재밌고 오기도 생겼던 것 같아서 그대로 추진을 하게 됐던 것 같아요.
 
제주북페일이라는 워딩 하나로 우리의 정체성도 담길 수 있었던 것 같고 어떻게 보면 장난스럽고 조금 반항적인 약간 귀여운 객기를 담을 수 있었던 그런 단어인 것 같아서 그렇게 쓰게 된 것 같습니다.

◇류도성> '실패는 실패라고 정의하는 순간의 실패다' 이런 문구가 있던데 참 인상적이더라고요. 개인적으로 경험을 했던 '아름다운 실패'가 있을까요?
 
◆강민석> 제가 그 행사를 준비하면서 이 질문을 받아본 적이 있는데 저는 실패를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편인 것 같아요. 그런데도 '아름다운 실패'를 꺼내 보자면 제가 제주에 온 지 한 5년 정도 됐는데 서울에서 아내와 살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아내가 고향이 제주도여서 제주를 따라 오게 된 케이스인데 저희가 식당을 운영했어요.
 
그런데 식당을 했던 경험이 없다 보니까 준비 기간만 1년 정도 됐고 또 그 식당이 비건 샌드위치 가게였는데 또 비건이다 보니까 빵도 직접 만들어야 되고 소스도 직접 만들어야 되고 그래서 배울 것도 많고 시행착오도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결국 1년 반이 지나고 문을 닫았거든요. 근데 저도 식당을 하기 전에는 돌아다니다 보면 문을 닫는 식당들을 종종 보잖아요. 
 
'임대'가 붙거나 아니면 '감사했습니다' 이런 문구가 붙거나 그러면 망했다고 표현을 했단 말이죠. 저는 망했다는 생각이 안 드는 거예요. 왜냐하면 배운 게 너무 많고 이 식당을 하면서 맺어진 인연이 너무 많아서 여기 계신 '왈'님도 식당을 할 때 뵀던 인연이고 그래서 실패라기보다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디딤돌같이 느껴져서 '아름다운 실패' 하면 제가 했던 식당 '치즈 레이즈'가 떠오릅니다.

◆왈> 저는 실패가 뭐가 있을까 생각을 하다가 남들이 실패라고 볼 수 있는 제 경험 중에 하나가 저는 다니던 대학교를 자퇴를 했거든요. '대학교를 계속 다니다 보면 정해진 길대로 가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비빌 언덕을 없애버릴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자퇴를 결심을 했는데 저는 능동적인 실패를 선택했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 경험이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만약에 그 길대로 갔으면 제주북페일도 없지 않았을까요?  

◇류도성> 행사가 올해 두 번째입니다. 작년에 했던 행사였고 작년에는 '급조된 정성'이라는 콘셉트를 사용하셨는데 '정성'과 '급조'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은 단어잖아요.  

◆왈> 급조됐다는 거는 저희가 다 떨어지고 '북페일을 만들어 볼까'라고 얘기가 나온 시점이 북페어까지 약 한 달 정도 남은 시간이었어요. 그때는 제주북페어와 같은 날짜로 해야겠다는 오기가 생겨서 그 날짜로 맞추다 보니 이것저것 할 일을 정말 폭풍처럼 몰아치듯이 하게 됐거든요. 그래서 급하게 한 것들이 되게 많았어요.
 
포스터도 갑자기 마스킹 테이프 하나 꺼내서 타이핑을 쓰기 시작하고 누가 지정해 준 거 없이 '제가 그냥 하겠습니다' 하고 바로바로 시작을 했던 거라서 좀 급조됐었지만 그 과정 안에서 다들 진심으로 임하고 온 마음 다해서 했기 때문에 정성이라는 단어가 같이 붙어서 '급조된 정성'으로 준비를 하게 된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류도성> 올해 주제는 '안 될 책 팝니다'입니다. 안 될 책의 기준을 '엄마가 이게 무슨 책이냐고 한 책' 이렇게 정의를 하셨던데, 이건 무슨 뜻일까요?  

◆강민석> '안 될 책'이라고 하면 정의가 각자 다를 것 같긴 해요. 운영진 사이에서도 각자 그리는 상이 있을 것 같고 근데 저 같은 경우는 손으로 만든 책이 가장 먼저 떠오르더라고요. 저도 일을 하면서 손으로 책을 자주 만드는 편인데 이거 만들다 보면 '이거 만들어서 뭐 하나' 이런 생각이 들긴 하거든요.
 
책 하나 만드는 데 하루 종일 쓰는 경우도 있다 보니까 정말 자본주의에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걸 만들어서 비싸게 팔 수 없잖아요. 사람들이 기대하는 가격이 있고 하지만 나는 24시간을 투자하고 있고 이러다 보니까 주변 사람들이 봤을 때는 책을 만든다고 하면 저는 이런 질문 되게 많이 받거든요. '어떻게 먹고 사세요? 재밌는 일 하시네요.' 이렇게 이야기해 주시는 거든요. 
 
근데 마냥 재밌다기보다는 저도 이걸 되게 진지하게 일로서 임하고 있고 또 저같이 생각하는 창작자 분들이 전국에 되게 많을 거라고 저는 생각했어요. 그냥 꿋꿋하게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이게 맞다고 생각하니까 하겠어'라고 생각하는 창작자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분들을 모시고 싶다고 해서 '안 될 책'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류도성> 이번에 행사에는 참가비를 받지 않더라고요. 이렇게 문턱을 없애버린 이유가 있을까요?  

◆왈> 저희가 실패할 용기를 나누는 기회를 많이 나누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저 같아도 어떤 걸 시작을 할 때 되게 고민이 많은 편이거든요. 참가비도 그렇고 뭔가 장벽이나 장애 요소가 있으면 있을수록 좀 더 생각이 많아지고 시작하기에 어려움을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생각은 좀 더 내려놓고 도전을 내던질 수 있는 그런 환경이 되고자 한다면 참가비부터 없애는 게 그들한테 어떤 시작할 용기를 북돋아 줄 수 있는 그런 장치가 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강민석> 저희가 이번에 함께하는 창작자 분들이 꽤 많아요. 전국에서 20팀 넘게 오시는데 그분들을 위해서 우리가 뭘 해 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저희가 제주에 아는 모든 인연을 다 끌어모아서 숙소하시는 분이나 식당이나 카페 하시는 분들에게 부탁을 해서 협력을 맺었거든요.
 
그래서 함께하시는 창작자분들이 숙소 할인이나 아니면 커피나 디저트, 음료, 칵테일 등등 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저희가 준비를 해놨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할 수 있는 환대는 다 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최대한 문턱도 낮추고 부담 없이 오셔서 즐길 수 있게 준비를 했습니다.  

제주북페일 운영진 닉네임 왈(왼쪽), 강민석(오른쪽) 씨가 좌절을 표현하고 있다. 제주CBS제주북페일 운영진 닉네임 왈(왼쪽), 강민석(오른쪽) 씨가 좌절을 표현하고 있다. 제주CBS

◇류도성> 행사장소가 60년 된 오래된 호텔을 개조한 공간이던데요. 북페일의 정체성하고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요?  

◆강민석> 저는 갤러리 레미콘에 처음 갔을 때 비어 있는 도화지 같이 느껴졌거든요. 평소에 갤러리로 운영되는 공간이다 보니까 정말 안이 텅텅 비어 있어요. 근데 또 오래된 공간이잖아요. 그렇다 보니까 날것의 느낌이 있거든요. 노출된 콘크리트와 색깔이나 이런 것들이 들어갔을 때 제주북페일이랑 너무 닮았다는 느낌이 바로 들더라고요.
 
그래서 비어 있는 공간을 우리가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보니까 좀 더 창의적인 공간 활용이 나오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이 공간이 원래는 옛날에 호텔이었다는 점을 저는 나중에서야 알았어요. 이런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는 게 추가가 되다 보니까 더 재미있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더라고요.  

◇류도성> 작년에 하시고 올해 두 번째로 하는 거기 때문에 1년 사이에 운영진들이 체감하는 실패를 대하는 감각이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거든요?  

◆왈> 제가 대표로 나왔기 때문에 저의 예시를 들어보자면 '기죽지 말자, 우리가 하면 돼'가 1회 때 내세웠던 슬로건과 비슷한 말이었거든요. 그런 마음으로 진행을 했을 때 그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실패가 그냥 실패가 아니라 또 다른 기회이자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1회를 통해서 몸소 체험을 하고 나니까 2회를 준비하게 될 때 거리낌이 줄어든 것 같아요.
 
2회 때는 심지어 다른 창작자분들과 함께 하게 됐잖아요. 그 과정에서 분명 걱정도 되고 부담이 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뭔가 이 행사를 준비하는 데 어떤 브레이크가 되기보다는 이 행사를 더 잘 준비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변환이 되면서 더 행사를 준비하는 설렘이나 기대가 더 커졌던 것 같아요.  

◇류도성> 워크숍 라인이 상당히 화려해요. '바이브 코딩'부터 '어쩌다 보니 캐릭터 만들기'까지 있는데요. 소개해 주실까요?  

◆강민석> 올해 제주북페일에는 저희가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를 했는데 전시뿐만 아니라 수업이 되게 많습니다. 수업은 저희 운영진이 직접 선생님으로 나서서 하는 것들이고요. 저희가 독립 창작자들이다 보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는 다 해보자는 마음으로 지금 모집을 하고 있고 이미 마감된 것들도 있고요.
 
근데 저희가 직접 하다 보니까 좋은 부분은 가격을 굉장히 낮게 설정했습니다. 저희는 돈 벌 생각이 없어요. 1만 원에서 2만 5천 원까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가격에 진짜 즐기기 위해서 제주북페일을 찾아와 주시는 재미있는 분들, 많이 만나고 싶은 마음에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장기는 다 한 번 끄집어 보자는 마음으로 준비한 프로그램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류도성> 창작자를 모집할 때 그랬다면서요. 모객능력보다는 '그거 해서 먹고살겠냐' 이런 말을 듣는 팀을 우선했다고 들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왈> 그게 '저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대중의 니즈보다는 조금 더 자신의 색깔과 개성에 맞춰서 계속 해 가시는 분들이 만드는 책인데 '안 될 책'이라고 하는 것들이 보란듯이 '될 책'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그런 분들을 위주로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류도성> 이번 행사 준비하면서 마을 잔치를 준비하는 느낌이라고도 하셨더라고요.  

◆강민석> 마을 잔치 준비하는 느낌이라는 게 저는 아까 말씀드린 협력사도 있고 저희가 후원자를 계속 모집하고 있거든요. 제주에 사시는 분들도 있고 아니면 육지에 계신 분들도 후원을 많이 해 주시는데 그렇다 보니까 진짜 함께 만드는 행사라는 생각이 많이 들고 제주북페일에 '페일'도 들어가지만 '제주'도 들어가잖아요.
 
그거를 우리가 신경을 쓰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기는 해요. 근데 저희가 대단한 기여는 할 수 없는 상황이긴 한데 앞으로는 제주북페일인 만큼 제주를 대표하는 축제 중에 하나가 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은 있습니다.

◇류도성> 마지막으로 이 질문을 이렇게 드리고 마무리하겠습니다. 탈락이나 실패로 의기소침하고 있는 분들에게 운영진으로서 한 말씀해 주시면?  

◆강민석> 요즘 전국적으로 북페어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흥행하는 북페어도 많아지는 것 같고 북페어가 많아질수록 탈락자들도 많아진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탈락에 어떻게 반응할지는 창작자의 몫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전국적으로 북페일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저희가 북페일이라는 단어 상표 등록을 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전국적으로 북페일이 많아지면 얼마나 재밌을까 이런 상상을 해 봤습니다.  

◆왈> 저는 짧게 '축하합니다. 탈락을 성공하셨네요'라고 전달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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