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어 지난 한 해 동안 유족급여가 승인된 노동자가 전년보다 다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는 배달 종사자, 화물차주 등 플랫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산재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면서 제도권 내로 편입된 인원이 급증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31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5년 유족급여 승인 기준 사고사망 재해 현황'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산재보험 유족급여가 승인된 사고사망자는 총 872명으로 전년(827명) 대비 45명 증가했다. 그러나 전체 노동자 1만 명당 산재 사망자 수를 나타내는 사고사망만인율(‱)은 0.38로 전년(0.386)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전속성 요건 폐지 여파…도로 위 '노무제공자' 비극 늘었다
고용노동부 제공
사망자가 증가한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이른바 '특고(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불리던 노무제공자들의 산재보험 편입이다. 종사자별 통계를 보면 근로자 사망은 730명으로 전년 대비 5명 느는 데 그쳤으나, 노무제공자 사망은 137명으로 무려 36명이나 급증했다. 중소기업 사업주는 5명(+4명)이었다.
노동부는 지난 2023년 산재보험의 '전속성 요건'이 폐지된 점을 핵심 요인으로 꼽았다. 하나의 사업장에 전속되지 않고 여러 플랫폼을 오가며 일하는 화물차주나 퀵서비스 기사 등이 대거 산재보험 가입 대상이 되면서, 과거 통계에 잡히지 않던 죽음들이 비로소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실제로 노무제공자 사망 137명 중 심야에 물류센터를 오가는 화물차주가 75명(54.7%)으로 가장 많았고, 배달을 수행하는 퀵서비스 기사가 40명(29.2%)으로 뒤를 이었다.
이러한 특성은 재해 유형과 업종 통계도 크게 바꿔놨다. 업종별 1위는 여전히 건설업(361명, +33명)이었으나, 배달 및 물류 노동자가 포함된 운수·창고·통신업이 176명(+38명)으로 뛰며 제조업(164명, -23명)을 밀어내고 사망자 발생 2위 업종으로 올라섰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기타의 사업(서비스업)은 140명으로 5명 줄었다. 재해 유형별 통계에서도 노무제공자의 비중이 큰 '사업장 외 교통사고'가 전년보다 36명이나 폭증한 123명을 기록해 '떨어짐(280명, +2명)'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부딪힘은 81명(+1명), 깔림·뒤집힘은 69명(+15명)이었다.
5인 미만 사업장 여전히 취약…대기업 물류사 반영되며 300인 이상도 증가
사업장 규모별 통계는 여전히 영세 일터의 안전망 부재를 방증한다. 5인 미만 사업장의 사고사망자가 354명(+45명)으로 전체의 40.6%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고, 5~49인 규모는 332명으로 전년 대비 29명 감소했다.
50~299인은 121명(+11명)이었다. 눈여겨볼 대목은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도 사망자가 65명으로 18명이나 증가했다는 점인데, 이 역시 택배나 물류 회사 등 규모가 큰 대기업 소속 노무제공자들의 산재가 새롭게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 고령자가 450명(51.6%)으로 전체 사망자의 절반을 넘어섰으며, 50대는 230명(26.4%), 40대는 92명(10.6%)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사고사망자는 77명으로 전년(102명) 대비 25명 줄어들었다. 이는 2024년 6월 발생한 화성 아리셀 화재 사고로 인해 전년도 통계가 이례적으로 급증했던 것에 따른 기저효과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광역지방자치단체별 발생 규모는 경기가 227명으로 최다였으나 전년 대비 15명 감소했다. 이어 서울 111명(+29명), 경북 83명(+26명), 경남 60명(-5명), 충남 50명(변동 없음) 순으로 발생했다. 사고사망만인율 기준으로는 울산이 0.79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경북 0.74, 전남 0.59가 그 뒤를 이었다.
노동부는 사고사망만인율이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제조업 사망이 감소하는 등 긍정적 지표가 있는 만큼, 노무제공자와 영세 사업장 맞춤형 예방 대책을 통해 근본적인 사망사고 감축을 이끌어내겠다는 방침이다.
유족급여 승인 기준 통계란? 발생 연도 무관, 국제 기준인 '만인율'의 바탕
한편, 이번 통계 수치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와의 차이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재해조사 통계가 당해 연도에 발생한 법 위반 사망사고만을 즉각적으로 집계하는 것과 달리, 이번 유족급여 승인 통계는 사고 발생 시점과 무관하게 '2025년에 공단의 보상 승인을 받은 건수'를 모두 합산한다. 노동부에 따르면 이번 872명 중 지난해 당해 발생한 사고는 약 58.4%며, 나머지 41.6%는 과거에 발생해 지난해에 최종 승인을 받은 사례다.
무엇보다 이 승인 통계는 국제노동기구(ILO) 등에 공식 보고되는 수치이자, 국가 간 비교의 핵심 지표인 '사고사망만인율'을 산출하는 기준이 된다. 사망자 절대 수치가 45명 늘었음에도 만인율이 전년과 유사한 0.38에 머문 이유는, 산재보험 가입 대상이 폭발적으로 확대되면서 만인율 계산의 분모가 되는 전체 취업자 및 가입자 수 역시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