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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마저 닫히나…중동발 복합 위기에 산업계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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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단기전 예상했지만…전쟁 양상 악화
이란, '중동 주요 수송로 차단' 카드로 강경 대응
호르무즈 해협 이어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끊길 가능성
현실화되면 "산업 위기 전개 속도 더 빨라진다"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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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넘게 진행 중인 이란 전쟁 상황이 악화되면서 중동에서 세계로 연결되는 주요 에너지 통로가 잇따라 틀어막힐 위기에 놓였다. 페르시아만으로 통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차단된 데 이어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에까지 차단 위기에 처하며 유가·물류비 상승 등을 동반한 중동발 복합 충격의 강도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산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 달 넘긴 이란 전쟁, 출구 '흐릿'…중동 주요 뱃길 다 막히나

지난달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이번 전쟁은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란 공격 직후 "모든 게 계획보다 빠르다"며 '4~6주' 안에 전쟁을 끝낼 것이라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언장담에도 물음표가 붙은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에도 이란과의 종전 협상이 불발되면 이란 원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섬 등을 초토화하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지만, 출구는 여전히 흐릿하다. 미국의 지상군 투입 조짐도 포착되고 있다.
 
이란은 세계의 에너지 '동맥'이라고 불리는 중동 에너지 수송로를 틀어쥐며 그 충격파를 대응 무기로 삼고 있다. 세계 원유 교역량의 20% 이상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조기에 막아서며, 경제적 피해를 가중시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에 더해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를 통해 홍해 입구까지 차단할 수 있다는 경고 신호도 감지된다. 이란 군에서는 최근 예멘에 인접한 홍해의 출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위협할 수 있다는 언급이 나왔고, 직후 후티가 참전을 공식화하면서 이 위협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세계적 불안이 짙어졌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홍해와 수에즈 운하, 지중해로 통하는 핵심 운송로이자 호르무즈 해협 대신 중동 원유를 실어올 수 있는 우회로로 꼽히는 곳이다. 이곳마저 막히면 가뜩이나 차질을 빚고 있는 원유 등 중동산 원자재 수입이 더 어려워지고, 물류 비용 부담도 크게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은 최근 이 해협의 '후티 리스크'를 언급하며 "(원유 등을) 수에즈 운하를 통해 북쪽으로 운송하는 경우 유조선 규모가 제한되고, 자원이 가장 필요한 아시아가 아닌 유럽으로 운송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점이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짚었다.
 
홍해마저 막히면 중동산 원자재는 결국 수에즈 운하와 지중해를 거쳐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을 우회로 삼아 수급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운송 규모가 제한될 뿐 아니라 거리도 기존 항로보다 약 7천 킬로미터 넘게 늘어나 선박 운항 시간이 최대 2주가량 더 소요된다.
 

WTI 4년 만에 100달러선 돌파 마감…IEA "최악 공급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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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우려를 반영해 국제 유가는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 5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전장보다 3.25% 급등한 배럴당 102.88달러에 마감하며 종가 기준 4년 만에 100달러선을 넘어섰다. 전쟁 발발 이전 60달러 선에서 움직이던 가격이 한 달 새 두배 가까이 '점프'한 것이다. 국제 유가 기준으로 여겨지는 브렌트유 6월 인도분 선물 가격도 유럽 ICE선물거래소에서 같은 날 107.39달러에 마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12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기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이뤄지던) 하루 약 2천만 배럴 규모의 원유·석유 제품 수출이 거의 끊겼다"며 "이번 전쟁은 세계 석유 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급 차질을 초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홍해 차단까지 현실화될 경우 원자재와 물류 가격 상승에 따른 산업계 전반의 부담이 보다 빠르게 가중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빙현지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31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홍해 차단 시) 유가 상승과 그에 따른 산업계 영향 확산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했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 차단 상황이 3개월 넘게 이어지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150~180달러에서 움직이고 전 산업 평균 생산비는 9.4%, 특히 제조업은 11.8%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더 빨리 이런 위기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해당 보고서에는 현 상황 지속 시 세부 산업군별로는 석유와 전력, 가스를 비롯해 화학, 금속, 운송, 농림수산업, 나아가서는 한국 주력 수출 산업인 반도체와 자동차까지 생산 비용 증가 충격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담겼다. 반도체의 경우 헬륨과 특수가스 등 공정용 소재 공급 차질과 장비 운송 지연, 물류비 상승의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자동차는 원재료 가격 상승과 물류 차질, 중동 수요 위축 등에 따른 간접 영향에 노출될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국은행도 이달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서 "중동 상황이 장기화될수록 기업은 원가 부담 증가로 수익성이 하락할 수 있으며, 이는 취약 기업의 채무 상환 능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재무건전성 저하가 우려되는 업종으로 중동 수입 의존도가 높은 석유화학(석화)을 꼽았다.
 

원자재 수급 차질·운임비 폭등…중동발 복합 쇼크 충격파 커진다

실제로 직접 충격 영향권에 놓인 석화 업계는 중동산 나프타 공급이 사실상 끊기면서 위태롭게 버티고 있다. 한국의 중동산 나프타 의존도는 44.7%에 달한다. 다수의 석화 기업들은 최근까지 고객사들에게 제품 공급 계약이 제때 이행되지 않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일부 시설 가동을 중단하는 기업도 나오면서 연쇄 '셧다운' 우려도 지속되는 상황이다. 정부와 민간의 공조로 대체 수급선을 물색한 결과 전날 러시아산 나프타 2만 7천 톤을 확보하기는 했지만, 국내 월평균 나프타 사용량(약 400만 톤)을 감안하면 제한적인 수준이다.
 
전쟁 상황 반전 없이는 석화산업과 얽힌 다른 산업군으로까지 충격파가 커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는 배경이다. 예컨대 나프타를 분해해서 생산하는 에틸렌 등은 자동차 내외장재와 타이어의 핵심 원료다. 이 기초 소재 공급이 끊기면 부품사들의 조달 체계가 무너져 결국 완성차 생산이 어렵게 된다.
 
이항구 자동차연구원 위원은 "보통 재고를 두 달 치 확보하는데 전쟁이 한 달을 넘기면서 이제 한 달 치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며 "종전이 이뤄지더라도 가격은 계속 오를 것이며, 프리미엄 차종과 달리 가격 민감도가 높은 현대차·기아의 보급형 모델들은 가격 경쟁력을 잃는 불리한 환경에 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설령 조만간 전운이 걷히더라도 원자재 수급 정상화까지는 장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원유 채굴부터 나프타 추출, 소재 가공으로 이어지는 공정 특성상, 한 번 끊긴 공급망을 다시 정상화하는 데에는 최소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위기에 더 취약" 중소기업들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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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들에게 현 상황이 더 큰 부담으로 작용 중이라는 분석도 있다. 산업연구원 조사 결과 2024년 기준 중소기업의 국제 매출액 대비 국제 물류비 비율은 10.1%로 대기업(4.98%)의 약 2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한 운임 상승이 발생하면, 중소기업의 충격이 더 크게 나타나는 구조라는 뜻이다.
 
글로벌 해상운송 운임 부담을 수치로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7일 기준 1826.77로, 전쟁 발발 전인 2월 13일의 1251.46보다 약 46% 급등했다. 중동 항로 운임이 전쟁 전 대비 두 배 이상 폭등했다는 중소기업들의 목소리도 한국무역협회 등에 접수되고 있다. 중소기업은 단기 운임 중심의 계약 비중이 높아 비용 상승 체감이 곧바로 이뤄지고 있다.
 
전쟁 이후에도 항만 운영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는 점도 기업들에는 부담 요인이다. 현재 하역·선적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면서 인도 등 대체 항만에도 이미 대규모 화물이 몰려 있는 상태로 알려졌다. 한재완 한국무역협회 물류서비스실장은 "(해운업계의 경우 물류가) 막혀 있는 시간 대비 회복하는 시간은 3배 정도 든다. 한 달이 막혔으면 (정상화까지) 최장 세 달 정도 소요되는 것"이라며 "대체지에 내려 기다리고 있는 짐들이 이미 많은 상황에서 이를 순환시키고 원상 복귀하려면 꽤 많이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도 한국 중소기업의 중동 수출 비중이 작년 기준 5.4%로 대·중견기업을 포함한 전체 기업(2.9%)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중소기업의 중동 수출 비중이 높은 품목은 화장품, 중고차, 자동차 부품으로, 해당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 여건이 제약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체 수출 중소기업 가운데 중동 수출 기업도 14.2%에 달한다며 "전쟁 장기화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 압력이 가스비, 전기료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소상공인의 경영 비용 부담 확대와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고 했다. 또, "중소기업은 원가 상승분을 납품 단가에 즉각 반영하기 어려운 여건에 놓여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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