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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기획, 불안과 불균형…NCT라는 실험의 명암[파고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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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새로운 문화 기술'(Neo Culture Technology)을 표방하는, '개방성'과 '확장성'을 차별점으로 삼은 그룹 엔시티가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았습니다. CBS노컷뉴스가 NCT 10주년 기획을 준비했는데요. 두 번째 편에서는 초기 기획이 대폭 수정된 NCT의 운용 측면을 돌아봅니다.

[기획] NCT 데뷔 10주년 ② - NCT의 운용

NCT 2020 활동 당시 콘셉트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제공NCT 2020 활동 당시 콘셉트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엔시티(NCT)는 2018년 3월 첫 정규앨범 '엔시티 2018 엠파시'(NCT 2018 EMPATHY)를 발매하고 대규모 단체 활동을 본격화했다. 이때 앨범 소개 글에는 엔시티 127(NCT 127)을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서울팀", 엔시티 유(NCT U)를 "멤버들이 다양한 조합을 이뤄 활동하는 유닛을 일컫는 연합팀", 엔시티 드림(NCT DREAM)을 "10대 멤버로 구성된 청소년 연합팀"으로 소개했다.

한한령(한국의 사드 배치에 반발해 중국 정부가 내린 한류 금지령) 여파 탓에, 다른 팀과 다르게 팀명에 NCT를 넣지 않고 데뷔한 중화권 현지화 팀 웨이션브이(WayV)는 '이상'과 '염원'과 같은 진취적인 의미를 지닌 '비전'(Vision)을 지향한다. 서바이벌 프로그램 '엔시티 유니버스 : 라스타트'(NCT Universe : LASTART)로 결성된 엔시티 위시(NCT WISH)는 자신들의 음악과 사랑으로 모든 이들의 소원과 꿈을 응원하겠다는 포부를 가진 팀이다.

처음으로 NCT(Neo Culture Technology, 신 문화 기술)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그룹 NCT의 탄생을 알렸던 2016년 1월, 이수만 당시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현 블루밍그레이스 대표이사 회장)의 청사진은 거대했다. K팝의 발원지인 서울을 비롯해 전 세계 각 도시에 맞는 그룹을 만들어 무한히 뻗어나가겠다는 계획이었다.

NCT 드림은 졸업 제도를 두어 만 20세가 되면 팀을 떠나 새로운 팀에 합류하게 하고, 팀 자체는 10대 청소년으로만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이 초기 구상이었다. 이 전 총괄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중화권을 겨냥한 팀도 원래는 베이징과 상하이 두 팀이었고 라틴아메리카 등 다른 대륙 도시 팀도 준비 중이었다. 미국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든 MGM이 합작한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엔시티 할리우드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있었다.

NCT는 2018년 NCT 2018을 통해 첫 단체 활동을 시작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NCT는 2018년 NCT 2018을 통해 첫 단체 활동을 시작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하지만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지는 못했다. 우선  NCT 드림의 졸업 제도가 없어졌다. 멤버 4명(런쥔·제노·해찬·재민)이 만 20세가 돼 팀을 떠나야 했던 2020년 4월, 소속사 SM은 "만 20세가 되면 졸업하는 체제를 개편하여 현 멤버의 졸업 없이 기존 멤버인 마크를 포함한 7명의 NCT 드림의 구성과 팀명으로 NCT U 형태의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그간 NCT 시스템 안에서 NCT U는 멤버 수와 조합이 곡에 따라 달라지는 유닛을 뜻하기에, 이 공지만으로는 소속사가 향후 NCT 드림을 어떻게 운영할 의문이라는 반응이 팬들 사이에서 나온 바 있다. 결과적으로 졸업 제도가 없어지고, 마크의 졸업도 번복돼 이미 NCT 127 멤버였던 마크와 해찬은 NCT 드림까지 두 그룹을 병행하는 상태가 지속됐다. 2020년 새로 합류한 쇼타로와 성찬은 127, 드림, 웨이션브이 같은 고정팀 없이 3년 가까이 지내다가 NCT를 탈퇴하고 2023년 9월 라이즈(RIIZE)로 재데뷔했다.

SM에서 일어난 경영권 분쟁 때 대주주였던 이 전 총괄은 보유한 주식 지분 14.8%를 하이브에 넘겼다. 하이브를 지지했던 이 전 총괄과 달리, 카카오와의 협력을 추진했던 SM 경영진은 가칭 엔시티 도쿄(NCT TOKYO, 현 NCT 위시)를 마지막으로 NCT의 '무한 확장' 체제를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SM은 "더 이상의 멤버 변동은 없을 것"이라며 "기존의 멤버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다양한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한 팀, 한 팀, 최대한 지원하겠다"라고도 했다. 결국 카카오가 SM의 대주주가 돼 '무한 확장 종료' 기조는 실현될 수 있었다.

운용 차원에서 아쉬운 점으로 가장 많이 나온 것은 '개방성'과 '확장성'을 정체성으로 둔 NCT의 '불명확성'과 '불안정성'이었다. 시간이 흐르면 졸업해야 하는 청소년 연합팀으로 시작했으나, 결국 졸업 제도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해 원년 멤버가 복귀한 채로 고정팀이 된 NCT 드림 사례가 대표적이다. 다수 팀과 유닛을 아우르는 NCT라는 시스템이 가진 진입 장벽, 활동 범위나 양이 고르지 않아 상대적으로 부각되는 멤버가 있고 덜 조명되는 멤버가 있다는 문제점도 반복적으로 언급됐다.

NCT 드림은 청소년 연합팀으로 시작해 만 20세가 되면 졸업하는 제도가 있었으나 SM엔터테인먼트는 2020년 4월 졸업 제도를 없애고 졸업했던 원년 멤버 마크를 재합류시켜 지금의 7인조를 확정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NCT 드림은 청소년 연합팀으로 시작해 만 20세가 되면 졸업하는 제도가 있었으나 SM엔터테인먼트는 2020년 4월 졸업 제도를 없애고 졸업했던 원년 멤버 마크를 재합류시켜 지금의 7인조를 확정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NCT를 "현재는 무한 확장이 공식적으로 중지돼 그 생명력이 이어지지 못한다는 점에서 이수만 체제 SM 시기의 상징으로 남아 있는 그룹"이라고 표현한 김도헌 음악평론가는 "아이러니하게 K팝 팬덤은 '무한 개방, 무한 확장'보다 유동적인 운용 가운데 끈끈하게 우정을 다져왔던 NCT 드림의 서사에 공감했다는 점에서, K팝의 모듈화 및 시스템화를 추구하는 기획자들의 방향과 달리 팬덤과 함께 성장하는 K팝 아이돌의 매력과 특징을 짚어보게 하는 다른 형태의 성장을 만들어 냈다"라고 분석했다.

정민재 음악평론가는 "무한한 개방성과 확장성을 동력으로 NCT라는 브랜드를 운영한다는 게 이론적으로는 이상적이었지만, 현실적으로는 가능하지 않았다. 결국 무한 확장을 포기하지 않았나. NCT 드림의 성격도 결국 초기와는 달라졌다. 기발한 기획이었지만, K팝 신에 실제로 도입하긴 어렵다는 점을 증명한 게 NCT 실험의 의의"라며 "그러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서 팀별 초기 개성이 무뎌지고 각자 변별력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라고 지적했다.

랜디 서 음악평론가는 "NCT 드림이 일곱 명의 고정팀으로 남을 수 있던 데에는 '7드림'을 바라는 팬들의 강한 요청이 있기도 했다. 유동제가 아니라서 오히려 사랑받는 NCT의 대표적인 성공 모델이 되었고, SM 역시 성공적인 IP(지식재산권, 엔터업계에서는 주로 소속 아티스트를 의미)를 확보하게 됐다"라며 "더 효율적인 프로듀싱을 하고자 하는 회사와, 멤버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관계를 지키고 싶어 하는 팬들 욕망이 충돌한 것을 가감 없이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K팝 아이돌 덕질에는 음악만큼 사람 자체를 좋아하게 되는 비중이 굉장히 크다. 그런데 이렇게 유동적이거나 나이에 따라 졸업을 해야만 하는 시스템은 내가 응원하는 아이돌을 그 자리에서 계속 볼 수 없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NCT 127. SM엔터테인먼트 제공NCT 127.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이규탁 조지메이슨대학교 한국캠퍼스 국제학과 교수는 "K팝 팬들은 최애 그룹/멤버에게 몰입해 그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함께 성장·성취해 가는 것을 기쁨으로 삼는 경향이 강한데, '멤버 수 제한이 없고 유닛이 계속 추가된다'라는 개념은 환영받기 어려웠다. 언제 멤버가 바뀔지 모르고 어떻게 새로운 그룹이 구성될지 모르는 상황은 NCT가 SM에서 나온 보이그룹임에도 데뷔 초창기에 팬덤이 결집하지 못했던 주요한 원인"이라고 짚었다.

이 교수는 "고정팀 NCT 127, NCT 드림, 웨이션브이, NCT 위시 네 팀과, 프로젝트 NCT U가 비정기적으로 활동하는 방식으로 정리되며 비로소 체계가 잡혔는데, 초기의 커다란 야심에도 불구하고 결국 기존 K팝 팬들이 가수/음악을 즐기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은 형태로 자리 잡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라고 부연했다.

김윤하 음악평론가는 "코로나나 SM 경영권 분쟁 등이 크게 발목을 잡기도 했지만, 10년이 지나 생각해 보면 기획의 시작점에서 소속사가 그룹이나 브랜드의 모든 것을 컨트롤(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스케일이 너무 크지 않았나"라며 "기획의 중심이 휘청이는 가운데 소모·소외되는 멤버와 그룹이 자연스레 생길 수밖에 없었던 점이 'NCT 시스템'에 대한 업계 안팎의 지지층을 더 성장시키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김 평론가는 "새 시스템의 시작이기를 바랐지만, 팬들은 여느 K팝이 그렇듯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멤버나 그룹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NCT를 지지한다. 혼란한 와중 멤버 솔로작들은 훌륭하다는 점도 의외의 요소다. 소속사는 숲만을 봤지만, 자라난 건 나무들이었다"라고 전했다.

웨이션브이. SM엔터테인먼트 제공웨이션브이. SM엔터테인먼트 제공
랜디 서 평론가도 "멤버 입장에서도 누구는 너무 자주, 누구는 원하는 것보다 적게 활동하게 되어 번아웃과 기용 불안(고용 불안처럼)의 불균형이 올 수도 있다. 기획자의 편의주의에 너무 기댄 형태고, 연차가 차고 성과가 클수록 회사와 협상할 힘이 세지는 게 자연스러운 시스템에서 아이돌에게 너무 불리한 구조라는 생각도 든다"라고 바라봤다.

최승인 음악평론가는 "운영 측면에서도 균형 문제는 계속 따라붙는다. 어떤 멤버는 여러 유닛을 오가며 과하게 바쁘고, 어떤 멤버는 활동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 이렇듯 NCT는 케이팝의 외연, 혹은 세계관 면에서 확장에 성공했지만, 그 안에서의 분배와 밀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라고 말했다.

차우진 엔터문화연구소 대표는 "설계는 흥미롭지만, 현실적으로 운용이 아쉬웠다. 가장 큰 문제는 유닛 간 활동 주기의 불균형과 멤버별 노출 편차"라며 "'시스템'을 표방했지만 팬덤은 유닛별로 파편화되기도 했다. 이걸 통합하려는 시도(NCT 2020 등 단체 활동)가 오히려 팬덤 내 갈등을 증폭시킨 측면도 있다. K팝은 특히 아티스트와 팬의 관계가 밀접하고 회사는 그사이에 존재하는데, 이 삼각 구조에 관한 이해가 부족한 게 아닌가. 팬 입장에선 '이 팀이 언제 해산될지 모른다'라는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게 근본적인 딜레마"라고 밝혔다.

박희아 음악평론가는 "NCT의 모든 팀이 단일팀이었다면 팬덤 응집 효과가 훨씬 더 좋았을 것"이라며 "지금 NCT 체제하에서는 NCT라면 한 팀이라고 생각하고 모두 다 호감을 갖고 보는 팬들이 존재한다는 점, 그래서 소위 '내리사랑' 개념이 잘 적용된다는 점이 장점이다. 즉, NCT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는 의미"라고 운을 뗐다.

NCT위시. SM엔터테인먼트 제공NCT위시. SM엔터테인먼트 제공
박 평론가는 "문제는 이 충성심을 이해하지 못하는 팬들도 있다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마크와 해찬이 127과 드림에 동시에 존재하면서 서로의 스케줄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불만이다. 127과 드림은 10주년이지만 NCT 위시는 3년 차이기에 '과연 한 팀으로 묶일 수 있는가'란 질문이 나오기도 한다. 단일팀으로서 NCT 소속 팀을 바라보고 싶어 하는 팬들이 있다는 점을 간과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황선업 음악평론가는 "유연한 운영 방식은 다채로움의 반석이 되었으나,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아무래도 시스템의 복잡성 탓에 쉽사리 접근하기가 어렵다는 점이 지금까지도 진입에 걸림돌이 되지 않나 싶다"라며 "특정 멤버들이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는다거나, 유닛이 늘어가며 'NCT'라는 브랜드 정체성이 모호해져 간다는 점도 당초 취지를 다시 한번 되새겨봐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라고 분석했다.

최 평론가 역시 "시스템이 크고 복잡하다 보니 처음 접하는 입장에서는 진입 자체가 쉽지 않고 피로도가 크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처럼 쌓여 있는 레거시와 역사는 깊지만 그만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팬덤도 자연스럽게 팀 전체보다 유닛이나 개인 중심으로 나뉘는 경향이 있고, NCT라는 이름은 하나인데 실제로 체감되는 단위는 따로 노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라고 밝혔다.

장준환 음악평론가는 "초기에는 독특한 포맷으로 주목받으며 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합류 멤버와 유닛 활동이 증대함에 따라 중후반부터는 콘셉트 정착 및 활동 관리 등 균형점을 찾기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졸업 시스템과 무한 확장 종료 등 초기 콘셉트를 수정하는 대안보다는, 보다 안정적인 성장 곡선을 지향하며 정기 콘서트(엔시티 네이션)나 연간 프로젝트 음반 등에서 유닛 활용도를 높이는 방향을 택했더라면 어땠을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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