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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을 위한 연대"…세종호텔 해고노동자와 함께 한 부활절 연합예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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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인권을 위한 싸움…교회, 연대할 것"
"죽음 이기신 주님의 생명, 노동 현장서 살아 움직이길"

광야에서, 모두의교회P.U.B, 손잡는교회, 청암교회 등은 5일 서울 중구 세종호텔 앞 농성장에서 '세종호텔 해고노동자와 함께하는 부활절 현장 연합예배'를 드리고 있다. 장세인 기자광야에서, 모두의교회P.U.B, 손잡는교회, 청암교회 등은 5일 서울 중구 세종호텔 앞 농성장에서 '세종호텔 해고노동자와 함께하는 부활절 현장 연합예배'를 드리고 있다. 장세인 기자
서울 한복판 세종호텔 앞이 부활절을 맞아 연대의 예배당으로 바뀌었다. 개신교계와 세종호텔 해고노동자들은 함께 모여 부활의 의미를 되새기며 인간 존엄의 회복을 호소했다.
 
광야에서, 모두의교회P.U.B, 손잡는교회, 청암교회 등은 5일 서울 중구 세종호텔 앞 농성장에서 '세종호텔 해고노동자와 함께하는 부활절 현장 연합예배'를 열었다.
 
세종호텔은 2021년 12월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를 이유로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사측은 경영 정상화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입장인 반면 노조는 해당 조치가 노조원들을 겨냥한 부당해고라는 입장이다. 노조 측은 특히 호텔이 정리해고 직전 객실 청소 등 여러 직무에 흩어져 있던 노조원들을 연회장 직무로 전환한 뒤, 식음료사업부 폐지를 이유로 조합원 12명을 해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측은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복직 불가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노조는 해고 1년 반 만에 호텔이 흑자로 전환하고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점을 들어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또 호텔 측에서 연회장 운영 계획이 없다는 이유로 복직을 거부하고 있지만 외주업체를 통해 연회장을 사실상 편법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날 설교를 맡은 김준표 손잡는교회 목사는 "세종호텔 노동자들의 투쟁을 두고 이미 끝난 일을 왜 장기분쟁으로 끌고 가느냐며 불편하게 보는 시선도 있다"면서 "시민사회와 교회가 이 현장에 연대하고 공감하는 이유는 이 투쟁이 정당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한 인간이 고공농성을 이어가며 자신의 생명을 걸고 외쳤음에도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반응하는 현실은 우리 시대의 민낯"이라며 "이 싸움은 이기적인 쟁취가 아니라 보편적 인권을 위한 행진이며, 인간 존엄의 회복이 궁극적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해고노동자 고진수 씨의 현장 발언이 이어졌다. 고 씨는 호텔 앞 10m 높이의 철골 구조물 위에서 336일간 고공농성을 이어오다 지난 1월 땅으로 내려와 현재는 지상에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해고 1년 반 만에 호텔은 흑자로 전환했고 2024년에는 40억 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냈다"며 "정리해고 철회 위해 자산 매각을 요구했을 때는 거부하더니 해고 이후 매각을 통해 일부 부채를 갚고 나서도 4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확보해 손에 쥐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 자금이 세종대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쓰인다면 의미가 있겠지만 세종호텔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대양학원 관계자들의 주머니만 채울 것"이라며 "단순한 부당해고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이 노동보다 우위에 서 있다는 구조적 문제와 맞서 싸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 씨는 또 지난 2023년 초 세종호텔 관계자들을 만나기 위해 투쟁 조끼를 입고 세종대학교 내 교회를 방문했다가 예배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기소돼 선고를 앞두고 있다면서 "부활절 주일에 해고노동자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러 와주시는 분들이 계셔 감사하다"며 "함께해주는 분들 덕분에 싸워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부활절 예배를 드리고 있는 세종호텔 해고노동자 고진수 씨. 장세인 기자부활절 예배를 드리고 있는 세종호텔 해고노동자 고진수 씨. 장세인 기자

박승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도 이날 예배에 참석해 연대의 뜻을 밝혔다. 박 총무는 "부활은 모든 것이 끝났다고 여겨질 때 시작된 역사"라며 "해고로 고통받는 이들의 삶이 다시 일어서고, 정의가 다시 일어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는 특정 사업장의 갈등이 아니라 이 시대의 존엄에 대한 문제이며, 교회는 존엄의 문제 앞에 침묵할 수 없다"면서 "교회가 부활의 증인이 되어, 죽음을 이기신 주님의 생명이 이 땅의 노동 현장에서도 살아 움직이길 소망하며 그날까지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예배에서는 참여 교회들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해고노동자들을 위한 투쟁기금을 전달하며 실질적인 연대도 이어갔다.
 
한편 현재 교육부는 세종호텔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대양학원과 세종대학교를 상대로 재무감사를 진행 중이다. 해고노동자들은 학교법인과 수익사업체인 세종호텔 간의 자금 흐름 등 세종대 설립자 일가에 대해 사학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철저한 감사를 촉구하고 있어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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