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 외치는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연합뉴스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에 영업이익 57조 2천억 원을 달성하며 글로벌 빅테크 '톱 4' 수준의 역대 최대 실적 기록을 세웠지만, 내부적으로는 노동조합이 천문학적 규모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면서 속앓이를 하고 있다.
노조는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약 270조 원으로 예상하며 15%를 성과급으로 요구 중이다. 40조 원이 넘는 돈을 성과급으로 달라는 입장인 셈이다. 특히 '영업이익의 15% 성과급 지급'을 제도화 해야 한다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5월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사측은 업황과 동떨어진 고비용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노조는 총파업 시 반도체 생산 차질로 수십조 원 규모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강경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실제 파업이 이뤄지면 반도체를 기둥 삼은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로까지 그 여파가 번질 것이라는 업계 우려도 크다.
'40.5조 원' 성과급으로 달라는 노조…사측은 난색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는 초과이익성과급(OPI)의 재원을 영업이익의 15%로 '제도화'하고, 지금까지 연봉의 50% 한도 내에서 주던 OPI 지급 상한을 없애자고 사측에 요구 중이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는 영업이익 57조 2천억 원이라는 기록적인 잠정실적이 발표된 지난 7일 "시장과 내부 전망치로 올해 영업이익 270조 원 이상 달성이 확실시 되고 있다"며 "정당한 보상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입장문을 냈다.
예상 달성 영업이익으로 제시된 270조 원에 15% 요구를 적용해보면, 사실상 40조 5천억 원을 올해 성과급으로 달라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제시 중인 성과급 세부 배분 기준이 반영되면, 삼성전자 반도체 담당인 DS(디바이스설루션) 부문의 메모리 사업부 소속 조합원은 1인당 평균 약 6억 원의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노조는 추산하고 있다.
노조가 요구 중인 40조 5천억 원의 성과급 규모는 역대 최대였던 삼성전자의 작년 한 해 연구개발(R&D) 비용 37조 7천억 원을 웃돌고, DS 부문 시설 투자 비용 47조 4764억 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앞으로 투자를 더 확대해야 하는 삼성전자로서는 노조의 요구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AI(인공지능) 기술 진화와 관련 시장 확대가 빠르게 전개되고 있는 만큼 글로벌 기업들은 이 기회를 잡기 위한 R&D, 시설투자 등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아마존과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이 각각 1000억 달러(약 148조 원) 안팎을 시설투자 비용으로 지출한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는 이들 기업과 실적 규모는 비슷한 수준으로 성장한 반면, 투자 규모는 그에 훨씬 못 미친다.
부문간 성과급 형평성 문제도 사측의 주요 고민거리다. AI 시대를 맞아 반도체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DS부문은 초호황기를 맞고 있지만 스마트폰과 가전 등 완성품 사업을 담당하는 DX부문은 원가 상승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1분기 영업이익도 90% 안팎이 DS부문에서 발생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 요구안이 받아들여지면 성과급 격차가 커지면서 DX부문 직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우려 포인트다.
무엇보다 '영업이익의 15% 성과급 지급 제도화'가 이뤄지면 업황과 상관 없이 고비용 지출 구조가 고착화 된다는 점에서 사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때문에 사측은 최근 재개된 교섭 과정에서 DS 부문의 경우 기존의 지급 상한선을 넘어서는 성과급을 주고, 올해에 한해 국내 업계 영업이익 1위 달성 시 메모리 사업부는 SK하이닉스 수준의 지급률을 보장한다는 내용 등을 담아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파업 예고한 노조 "반도체 생산 차질 타격액 최대 30조" 압박
연합뉴스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삼성전자노조동행 등으로 구성된 공동투쟁본부를 꾸린 노조는 지난달 쟁의 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쟁의권을 확보하고,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4월 집회와 5월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당장 23일로 예정된 집회 예상 참석 인원은 약 2만 7천명으로 공지됐다.
공동투쟁본부의 최대 노조이자 DS부문 조합원이 과반인 초기업노조는 파업 시 반도체 생산 차질로 인한 예상 타격 액수까지 거론하며 사측을 강하게 압박 중이다. 초기업노조 관계자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초 파업이 18일간 지속되면 (타격액은) 약 10조 원 규모로 예상됐었는데, 설비 백업 등의 시간까지 고려하면 파업 참여율이 높을 경우 최대 30조 원까지도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8년 전인 2018년 삼성전자 경기 평택 반도체 공장에 약 30분간 정전이 발생했을 당시 손실액이 500억 원으로 추산됐던 점을 고려하면, 메모리가 없어서 못 파는 현 국면에서 장기간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 손실액은 천문학적인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4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술력을 앞세워 엔비디아와 AMD, 테슬라 등 AI 시장 선도기업들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한 삼성전자의 시장 지배력 강화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 할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경쟁 업체들이 이들과 손잡을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가운데, 공급 관련 신뢰가 틀어지면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가적인 경제 타격도 뒤따를 수 있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한국의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가 지난달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8.1%(328.3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도체 생산 차질이 수출 타격은 물론, 그와 연관된 협력사들의 연쇄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는 배경이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국제 정세에 각종 리스크가 부각돼 있는 상황에서 수출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 반도체, 즉 내부 리스크까지 겹치게 되면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또 "삼성전자의 협력사 수도 굉장히 많은 만큼,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 협력사들도 그에 따른 악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업 가능성에 따르는 각종 우려들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반도체는) 국가적 산업이고, 그만큼 중요하니 (성과급을) 더 챙겨줘야 하는 게 맞다"며 "현재 영업이익이 늘어난 데 따라 더 많은 걸 요구하는 게 아니다. 영업이익의 특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정해 제도화하면, 이익이 적게 나오면 성과급을 적게 받게 되는 것이고, 이익이 없으면 성과급을 안 받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