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미국과 이란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개최한 종전 협상이 12일(현지시간) 결렬되면서 추가 협상이냐, 아니면 휴전 중단이냐 등 향후 전개에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미국은 중동 전쟁 이후 '뜨거운 감자'가 된
호르무즈 해협 역(逆) 봉쇄에 나서면서도 추가 협상 여지를 열어두고 있어, 이번 주가 무력충돌과 종전협상 두 갈림길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예상했지만 너무 싱겁게 끝난 첫 종전 협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개전 직후 전쟁 소요 기간으로 언급한 4~6주가 만료되는 상황에 열린 첫 종전협상에서 양측은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미국 대표단을 이끈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협상 결렬 직후 이슬라마바드 세레나 호텔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이란과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고 합의 없이 미국으로 귀환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이란이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고 신속하게 핵무기를 확보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명시적 약속이 필요했다"며 "이것이 미국 대통령의 핵심 목표이고 우리가 협상에서 얻고자 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밴스 부통령은 이란측과의 21시간 협상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10차례 이상 통화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결국 최종 협상 결렬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 반(半)관영 타스님통신도 "호르무즈 문제와 핵물질 제거를 포함해, (미국이) 전쟁에서 얻을 수 없었던 양보를 협상장에서 얻어내려는 것이 의도였지만 이란 대표단이 이를 막았다"고 보도하면서 협상 결렬을 확인했다.
결국 이란이 현재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고농축 우라늄 처리 문제와 향후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폐기 등 현재 핵과 미래 핵에 대한 미국측의 요구를 이란이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즉각적인 개방을 요구한 반면, 이란은 종전협상이 타결된 뒤에야 해협을 개방할 수 있다고 맞섰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이란 핵합의 파기 이후 각국에 동결된 이란의 해외 자산 제재 해제를 놓고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트럼프 "호르무즈 통행제한" 역 봉쇄 카드 꺼내들어
이란과의 협상이 결렬된 직후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첫 메시지는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는 모든 선박에 대해 봉쇄 절차를 개시하겠다"였다.
중동 지역 작전을 지휘하는 미 중부사령부도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 이후에
"13일 오전 10시(한국시간 13일 밤 11시)부터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항구를 출입하는 모든 해상교통에 대해 봉쇄 조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2주간 휴전에 이어 종전협상이 첫 발부터 삐걱되자 이란의 원유 등 수출 통로를 역으로 봉쇄해 자금줄을 조이는 압박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미국이 실질적인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장악해 유리한 종전협상 구도를 만들겠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미군의 이번 봉쇄 조치는 아라비아만과 오만만에 있는 이란의 모든 항구를 포함해 이란 항구와 연안 지역을 출입하는 다른 나라 선박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다만 중부사령부는 "이란 항구 외의 항구를 출발지나 목적지로 하는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데 대해선 항행의 자유를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국제 유가 상승과 이에 따른 물가 불안 영향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항행의 자유'를 침해하는 이란에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군사적 명분을 얻기 위한 것으로도 읽힌다.
하지만 이란이 이같은 조치에 강력 반발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에서 휴전 기간 중 자칫 무력 충돌이 벌어져 향후 협상 창구마저 닫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조치 발표에 군사적 보복으로 맞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혁명수비대 매체인 세파뉴스는 이날 "혁명수비대 해군 사령부는 호르무즈 해협의 모든 선박 통행은 이란 군의 완전한 통제하에 있다"며
"적들이 단 한 번이라도 오판한다면 해협은 죽음의 소용돌이가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트럼프 "이란, 협상테이블 안 떠났다"…추가 협상 가능성
'세계의 에너지 동맥'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고조와 별도로 종전 협상판이 완전히 소멸된 것은 아니라는 신호도 감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들(이란)은 협상 테이블을 떠나지 않았고 나는 그들이 돌아와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 "그들에겐 카드가 없다"며 중동 전쟁 개시 이후 이란의 군사력 대부분을 파괴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 등 압박을 가하면 이란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는 자신감의 표현인 셈이다.
여기에 비록 결렬되긴 했지만 이번 종전 협상을 중재한 파키스탄과 유럽 국가 등이 미국과 이란을 상대로 대화 재개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는 점도 추가 협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휴전 약속을 반드시 계속 준수해야 한다"며 "양측이 이 지역 전체와 그 너머까지 지속적인 평화와 번영을 만들기 위해 위해 긍정적 정신을 이어 나가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또 "파키스탄은 앞으로도 이란과 미국 간 소통과 대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누아르 엘 아누니 유럽연합(EU) 외교 담당 대변인 역시 "
EU는 파트너들과 협력해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추가 노력에 기여할 것"이라며 "파키스탄의 중재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바드르 알부사이디 오만 외무장관도 "양측의 협상이 성공하려면 '고통스러운 양보'가 필요하다"며 "종전의 현실화를 위해 미국과 이란이 서로 한 걸음씩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이란이 해법을 찾아야 한다, 긴장 고조를 자제해야 한다"(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휴전을 이어가고 협상으로 돌아가는 것"(호주 외무부),
"중동 전쟁 출구를 찾는 데 기여할 준비가 돼 있다"(러시아 푸틴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의 종전 협상 재개 발언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 지시 이후, 이란 민간 시설 등에 대한 제한적 군사 공격을 추가로 지시할 수 있다는 미국 내 보도가 이어지는 등 향후 전망은 말 그대로 '시계 제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당국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사적 공격을 제한적으로 재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제한적 타격 재개가 종전 회담 교착을 타개하기 위한 선택지들 중 하나로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결국 이번 주가 추가 협상을 통해 종전의 윤곽이 잡히느냐, 아니면 미군의 군사작전과 이란의 반격으로 확전으로 치닫느냐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WSJ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