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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이 살아있다'…자연사박물관의 진짜 반전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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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고 99%가 품은 지구의 기억
'세상을 구하는 박물관'의 진짜 역할

김영사 제공김영사 제공
자연사박물관을 떠올리면 조용한 전시실, 유리장 속 박제 동물들을 먼저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우리가 보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실제로 전시되는 표본은 전체의 1%도 되지 않는다. 나머지 99%는 일반인의 시선이 닿지 않는 수장고 깊숙한 곳에 쌓여 있다.

신간 '자연사박물관이 세계를 구하는 법'은 바로 그 보이지 않는 세계를 들춰낸다. 케임브리지대 동물학자이자 박물관 부관장인 저자는 거대한 고래 뼈부터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는 곤충까지, 전시실과 수장고를 넘나들며 우리가 몰랐던 박물관의 이면을 생생하게 풀어낸다.

책은 자연사박물관을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인간이 선택하고 해석한 자연의 기록이라고 말한다. 어떤 동물은 전면에 놓이고, 어떤 생명은 뒤편에 남겨진다. 그 과정에는 시대의 시선과 편견이 개입된다. 실제로 공격적인 표정으로 박제된 동물들은 인간의 시각이 만들어낸 이미지일 뿐이며, 그로 인해 자연에 대한 인식이 왜곡되기도 한다.

이야기는 점점 더 흥미로운 방향으로 확장된다. 수십 년 전 채집된 표본이 뒤늦게 '새로운 종'으로 밝혀지는 경우가 빈번하고, 그 평균 시간이 20년이 넘는다는 사실도 드러난다. 한 번 수집된 표본은 시간이 흐를수록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 과거의 흔적이 미래의 발견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무엇보다 이 책이 던지는 가장 강렬한 질문은 이것이다. 자연사박물관은 과거를 보관하는 곳일까, 아니면 미래를 준비하는 곳일까.

책은 분명하게 답한다. 자연사박물관은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붕괴, 팬데믹 같은 현대의 위기를 해결할 단서를 품고 있는 '과학의 최전선'이다. 실제로 코로나19 당시 박쥐 표본 수만 점이 백신 연구에 활용됐듯, 수장고 속 표본들은 지금도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결국 이 책은 박물관을 바라보는 시선을 완전히 뒤집는다. 아이들의 체험 공간으로 여겨졌던 자연사박물관은, 사실 우리가 잃어가는 것들을 기록하고 남아 있는 것을 지키기 위한 '21세기 노아의 방주'에 가깝다.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숨기고 있는 자연의 보고 자연사박물관. 5천년 역사와 수천 종의 자연 생태계를 자랑하는 한국에 그러한 '국립' 자연사박물관이 없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잭 애슈비 지음 | 제효영 옮김 |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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