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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에 약 담는 시대…창고형 약국 '편의 혁신 vs 오남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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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0평 매장서 의약품 쇼핑…"생성형 AI로 비교해보고 왔다"
가격 경쟁력 앞세워 1년 만에 전국 40곳 확산…동네 약국은 긴장
약사회·정치권 규제 움직임…"명칭 제한보다 DUR 강화가 해법"

서울 금천구 메가팩토리약국. 김정록 기자서울 금천구 메가팩토리약국. 김정록 기자
신나는 댄스 음악이 매장에 가득 울려 퍼졌다. 손님들은 대형마트에서나 볼 법한 카트를 끌고 매장 곳곳을 돌아다녔다. 선반마다 의약품이 빼곡히 쌓여 있어 마치 창고형 대형마트에 들어온 듯했다.

지난 7일 찾은 서울 금천구의 메가팩토리약국은 여느 약국과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이곳은 1740평 규모(전용면적 780평)로, 현재 서울에서 가장 큰 창고형 약국이다.

창고형 약국은 지난해 6월 경기 성남에 메가팩토리약국 1호점이 문을 연 뒤 빠르게 확산해 현재 전국에서 약 40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유통 단계를 대폭 줄여 가격을 30%가량 낮춘 점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이날 오전에도 20·30대 청년층부터 60대 이상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매장을 찾아 관심 있는 의약품을 살펴봤다.

청년층 손님들은 각자 미리 찾아온 정보를 바탕으로 비슷한 제품을 비교하고 있었다. 30대 직장인 최민호씨는 마그네슘 영양제 코너 앞에서 15분 넘게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제품을 비교했다.

최씨는 "집에서부터 생성형 AI로 마그네슘 영양제 종류를 찾아보고 왔다"며 "여기는 다양한 브랜드 제품이 많아 천천히 비교해보고 살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동네 약국에는 제품 종류가 많지 않아 약사가 권하는 약만 살 수밖에 없었고, 병원 처방 환자들이 많아 대기 시간도 길었다"고 덧붙였다.


카트 끌고 등장한 청년들…"생성형 AI로 찾아보고 왔다"


흰 가운을 입은 약사들은 매장 곳곳을 돌며 손님들의 질문에 답했다. 메가팩토리약국에 따르면 같은 시간대 매장에는 약사 8명이 근무한다.

한 60대 남성이 "혀가 아파서 왔다"며 약을 추천해달라고 하자, 약사는 "어디가 어떻게 아프시냐"고 되물으며 해당 의약품이 진열된 코너로 안내했다.

계산대에서도 복약지도가 이어졌다. 오메가3를 구매한 손님에게 약사는 "저녁 식사 후에 드시면 콜레스테롤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 금천구 메가팩토리약국. 김정록 기자서울 금천구 메가팩토리약국. 김정록 기자
매장 곳곳에는 약품 관련 안내문도 붙어 있었다. 같은 성분·같은 용량인데 더 저렴한 제품을 안내하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다량 유통 시 메스암페타민 등 마약 제조에 악용될 수 있는 슈도에페드린 함유 의약품은 1인당 최대 4일분만 판매하는 등 오남용 방지 조치도 마련돼 있었다.

정두선 메가팩토리약국 대표는 "손님 대부분은 영양제나 건강기능식품, 상비약을 사러 온다"며 "다량 복용 시 위험할 수 있는 약물은 계산대에서 복약지도를 하거나 아예 대량 구매를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명칭 규제법" 발의에 업계 "DUR 강화가 근본 해법" 반박


창고형 약국을 둘러싼 우려도 적지 않다. 약국의 공공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의약품이 저가로 유통되면 소비자의 과소비로 이어질 수 있고, 소비자가 창고형 약국으로 쏠릴 경우 동네 약국이 경영난에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금천구 메가팩토리약국. 김정록 기자서울 금천구 메가팩토리약국. 김정록 기자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대량 구매·저가 판매 경쟁 중심의 운영은 복약 상담과 부작용 모니터링 등 약사의 핵심 역할을 약화시켜 의약품 오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정 유통 경로로의 쏠림은 국민의 의약품 접근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규제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약사법 개정안은 '창고', '공장' 등 대량 유통을 연상시키는 표현을 약국 명칭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명칭이 의약품을 공산품처럼 인식하게 만들어 대량 구매를 유도하고 오남용을 부추긴다는 취지다.

다만 명칭 규제가 의약품 오남용에 대한 실효적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메가팩토리약국 관계자는 "특정 성분의 오남용 문제는 명칭 제한보다 실효성 있는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보건복지부 차원의 구매·복용 이력 추적 시스템 도입이나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강화가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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