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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뒤 더 불안해졌다면…'가짜 환자'가 묻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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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한림대 교수 신간 '가짜 환자'
정밀검사·노화 비즈니스·건강 강박의 함정


몸 어딘가가 불편하다. 건강검진 결과지에는 낯선 수치와 이상 소견이 적혀 있다. 검색을 시작하는 순간 불안은 커지고, 병원을 옮겨 다니며 검사를 반복한다. 하지만 정말 모두 치료가 필요한 병일까.

한림대학교성심병원 류마티스내과 김현아 교수가 신간 '가짜 환자'를 펴냈다. 30년간 의료 현장에서 환자를 만나온 저자는 이 책에서 한국사회가 어떻게 사람들을 '환자'로 만들어내는지 짚는다.

저자는 '가짜 환자'를 불필요한 정밀검사로 작은 이상을 발견한 사람, 과로와 경쟁 때문에 병원이 아닌 사회가 치료해야 할 사람, 자연스러운 노화까지 질병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으로 나눈다.

책은 건강 불안이 어떻게 시작되는지 구체적인 사례로 보여준다. "자가면역질환에 걸렸다"고 믿고 병원을 찾은 41세 남성, 갑상선암 진단에 눈물을 보인 46세 여성, 손 모양이 변해 친구들과 만나기 싫어졌다는 62세 여성, 치매 치료제를 둘러싼 과도한 기대 등은 모두 현대 의료가 만든 불안의 단면이다.

저자는 특히 과잉검사의 문제를 지적한다. 우리 몸은 매일 작은 오작동을 겪고 스스로 회복하지만, 민감한 의료 장비는 굳이 알 필요 없는 변화까지 잡아낸다. 그 결과 환자는 "혹시 큰 병인가"라는 걱정 속에 추가 검사와 비용, 불안을 떠안게 된다.

창비 제공창비 제공
청년층의 아픔도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저자는 온몸이 아프다며 마약성 진통제를 찾으려던 고립·은둔 청년에게 약 대신 "매주 한 시간씩 누워 있는 시간 줄이기"를 제안한다. 방 밖으로 나와 걷거나, 예전에 좋아했던 자전거 타기처럼 혼자 할 수 있는 활동을 시작하라는 처방이다. 병원이 모든 답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나이 듦을 바라보는 시선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관절이 굳고, 기억력이 떨어지고, 몸이 예전 같지 않은 것은 반드시 '정복해야 할 질병'만은 아니다. 저자는 노화를 돈벌이 기회로 보는 의료·제약 산업의 흐름을 비판하며, 때로는 신약보다 운동과 근육 훈련, 가족과 사회의 돌봄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책은 병원에 가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병원을 더 현명하게 이용하자는 제안에 가깝다. 저자는 "좋은 의사의 한 가지 기준은 진료시간"이라고 말한다. 짧은 진료와 검사 중심 의료에 휩쓸리기보다, 내 몸의 변화가 정말 치료가 필요한 병인지 차분히 묻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짜 환자'가 건네는 결론은 단순하다. 완벽한 건강은 신기루에 가깝다. 어딘가 조금 불편해도, 그런대로 살아가며 만족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건강한 삶이다. 이 책은 건강검진 결과표 앞에서 불안해지는 사람, 병원을 믿고 싶지만 동시에 두려운 사람에게 과잉 의료 시대를 건너는 현실적인 안내서가 되어준다.

김현아 지음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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