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이스라엘 총리실 제공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중동 전쟁이 한창일 때 아랍에미리트(UAE)를 비밀리에 방문한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
지난달 미국과 이란의 휴전 직전 UAE가 이란을 공격했다는 언론 보도가 이틀 전 나온 것과 맞물려, UAE와 미국·이스라엘간 밀착 관계가 사실로 드러나는 모양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1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네타냐후 총리가 '사자의 포효(Lion's Roar)' 작전 기간 중 UAE를 비밀리에 방문해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알 나얀 UAE 대통령과 회담했다"고 밝혔다.
총리실은 "이번 방문은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 양국 관계에 있어 역사적인 돌파구를 마련한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로이터 통신은 회담 내용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와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예드 대통령이 지난 3월 26일 오만 접경지의 오아시스 도시인 알아인에서 만났다"며 "회담은 수 시간 동안 지속됐다"고 전했다.
해당 소식통은 이스라엘의 해외 정보기관인 모사드의 다비드 바르니아 국장이 이란 전쟁 기간 중 군사 작전을 조율하기 위해 최소 두 차례 UAE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알 나얀 UAE 대통령. 연합뉴스하지만 중동이 같은 걸프 국가인 UAE는 이스라엘 총리실의 발표를 즉각 부정했다.
UAE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UAE는 네타냐후 총리가 UAE를 방문했다거나, 이스라엘 군사 대표단을 자국 내에서 접견했다는 주장에 관한 보도를 부인한다"고 밝혔다.
또 "UAE는 이스라엘과의 관계가 공개적이며, 널리 알려지고 공식적으로 선포된 아브라함 협정의 틀 내에서 수행됨을 재확인한다"며 "양국 관계는 불투명하거나 비공식적인 합의에 기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발표 방문이나 미공개 합의에 관한 모든 주장은 UAE의 관련 당국이 공식 발표하지 않는 한 전적으로 사실무근"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020년 UAE는 바레인과 함께 이른바 '아브라함 협정'을 계기로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고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이후 양국은 안보 분야를 필두로 전방위적 협력을 확대했다.
중동 전쟁 발발 후 이란은 UAE에 있는 미군 군사기지와 시설을 미사일 등으로 집중 공격했는데, 이스라엘은 UAE에 저고도 방공망인 아이언돔 포대와 운용 병력을 파견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아이언돔 방공망이 해외에 배치된 것은 UAE가 처음이다.
앞서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이란이 지난달 8일 휴전을 선언하기 직전, UAE가 이란 남부 연안 라반섬의 정유시설을 공습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가디언은 바로 다음날 "UAE는 자국의 에너지·항만 시설 방어를 넘어 이란을 대상으로 직접적인 군사 행동에 나선 셈이어서 이란의 추가 보복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분석 기사를 실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이스라엘 총리의 비밀 방문 사실이 공개되자, 같은 걸프 국가인 UAE로서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UAE가 네타냐후 총리의 방문 사실을 공식 인정하지 않는 배경에는 이란과의 추가적인 관계 악화와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사전에 컨트롤하기 위한 전략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은 즉각 반발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분열을 조장하기 위해 이스라엘과 공모하는 자들은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위대한 이란 국민을 적대시하는 것은 어리석은 도박이며, 그 과정에서 이스라엘과 공모하는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네타냐후는 이란 정보당국이 오래 전 우리 지도부에 전달한 내용을 이제야 공개했다"면서 관련 사실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