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은 지난 23일 새벽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사거리 우회전 차로에 연락처도 없이 주차된 유세차량으로 인해 경찰이 출동한 모습, 오른쪽은 24일 밤 서울 마포구 공덕역 인근 도로에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차량이 줄지어 1개 차로를 점령한 모습. 독자 제공6·3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도심 곳곳에서 유세차량의 불법 주정차 행태가 속출하고 있다. 경찰 등 공권력이 명백한 위법 행위를 눈앞에 두고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시민 공분이 커지고 있다.
2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3일 새벽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사거리 우회전 차로에 모 기초의원 후보자의 유세차량이 운전자도 없이 무단 주차돼 극심한 교통 혼잡을 유발했다. 불편을 호소한 시민들 신고로 경찰까지 출동했으나, 차량에는 연락처조차 없었다고 한다.
황당한 것은 그 이후 경찰의 대처다. 경찰은 현장에서 30분 넘게 대기하다가 견인 등 아무런 강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그대로 철수했다고 한다. 단속 기관이 손을 놓자 해당 유세차량은 다음 날에도 같은 자리를 무단 점거하며 배짱 주차를 이어갔다.
지난 24일 밤 서울 마포구 공덕역 인근의 도로에는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유세차량 여러 대가 줄지어 불법 주차돼 있었다. 심지어 한 차량은 역주행 방향으로 세워져 있었다. 1개 차로가 사실상 막힌 상태였지만 어떤 단속도 이뤄지지 않았다. 현장을 목격한 시민은 "일반인의 차량이 주차돼 있었다면 당연히 즉시 단속이 이뤄지지 않았겠나"며 "선거철이 특혜도 아니고 이렇게 불법을 저질러도 되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 경상남도당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항의글. 홈페이지 캡처이 같은 '선거철 교통 무법지대'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 경상남도당 자유게시판에는 인도와 횡단보도를 가로막은 유세차량 사진과 함께 "교통을 방해하고 보행자 시야를 가려 사고를 유발하는데 왜 단속하지 않느냐"는 항의글이 게시됐다. 경기도 광주와 서울 마포구 일대 등에서도 유모차와 휠체어가 다녀야 할 인도 위를 점령한 유세차량 목격담이 나오며 안전신문고 신고 '인증샷'도 잇따르고 있다. 마포구 주민 정모(30)씨는 "시민 안전을 위협하면서 표를 달라고 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현행 도로교통법·공직선거법상 유세차량이라고 해서 불법 주정차 단속 예외 대상이 되는 근거는 없다. 그러나 지자체와 경찰 등이 '선거운동의 자유'라는 이유로 단속을 사실상 유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 시민에게는 엄격한 법의 잣대를 대면서, 정치권의 불법에는 스스로 눈을 감아버리는 공권력의 '선별적 방조'가 문제를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온라인커뮤니티, SNS에 올라온 유세차량 관련 비판 게시글. 온라인커뮤니티·SNS 캡처전문가들은 공권력이 표심과 정치권의 눈치를 보느라 직무를 유기해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 등이 단속에 나섰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의식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선거 기간이라도 시민 안전과 직결된 현행법 집행에는 공공기관들이 예외 없이 엄격하게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세차량이라고 해도 불법 행위에 대한 면책 규정은 없다"며 "무조건 단속이 능사는 아니어서 유세차량 관련 신고가 접수되면 이동 조치를 안내하고 거기에도 따르지 않으면 단속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워낙 유세차량이 많고 현장 상황에 따라 달라서 대응이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선거 때마다 최대한 원칙에 맞춰 대응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