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AI(인공지능) 칩 분야의 글로벌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이번 주 한국을 찾는다. 지난해 10월 말 이른바 '깐부 회동' 이후 약 7개월여 만의 방한이다. 황 CEO가 숨 가쁜 일정 속에서도 서울을 찾는 이유는 글로벌 선도 기업 입장에서도 한국이 핵심 파트너라는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로 분석된다.
황 CEO는 1일(현지시간) 대만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자사의 주요 기술행사인 'GTC 타이베이'의 막을 연 데 이어 저녁까지 거의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 일정을 소화했다. 이 과정에서 황 CEO는 엔비디아 생태계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그는 기조연설 과정에서 올해 하반기에 출시 예정인 자사의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이 "본격 양산(full production)"되고 있다며 해당 제품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4가 탑재된다고 공식화했다.
황 CEO는 나아가 자율적으로 개인 비서 역할을 수행하는 에이전틱 AI 시대가 도래했음을 강조하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개인용 PC 시장으로의 진출 선언도 했다. 그는 "개인용 컴퓨터를 재창조하고 있다"며 "그 시작은 'RTX 스파크'"라고 말했다. RTX 스파크는 엔비디아가 마이크로소프트와 협업해 만든 개인용 PC 라인업으로, 황 CEO는 "앞으로 개인용 PC가 당신을 이해하고, 대화하며, 자료를 조사할 것이다. 엔비디아는 놀랍도록 스마트하고, 강력하며, 아름다운 노트북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황 CEO는 RTX 스파크의 핵심 칩인 'N1X'를 주머니에서 꺼내 객석에 내보이며 "세계 역사상 가장 놀라운 칩"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의 최적화 작업을 통해 이 칩은 세상의 모든 프로그램을 문제없이 실행한다. 에이전틱 AI도 실행한다"고 덧붙였다.
엔비디아가 미디어텍과 협력해 개발한 GPU(그래픽처리장치)와 CPU(중앙처리장치) 통합 칩인 N1X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성능 저전력 D램인 16GB LPDDR5X 메모리 8개가 탑재됐을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때문에 엔비디아의 개인용 PC 시장 진출 선언은 곧 글로벌 메모리 투톱인 두 기업에게는 추가적인 도약 기회로 여겨진다.
이처럼 한국의 핵심 기업들이 엔비디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황 CEO는 이날 '코리아 파트너 나이트' 행사도 따로 열었다. 이 자리에는 삼성·SK·LG·네이버 등 엔비디아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30여 개의 파트너사의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했다.
황 CEO는 해당 행사에서 "한국이 원한다면 기꺼이 GTC(엔비디아 연례 AI 콘퍼런스)를 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항상 한국 투자를 검토할 것"이라며 "한국은 훌륭한 생태계를 갖고 있고 기업들도 매우 뛰어나다"고 덧붙였다.
류영주 기자
실제 황 CEO는 이번 주 중 한국을 찾는다. 작년 10월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에 방문해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과 이른바 '깐부 회동'을 한 지 7개월 여 만이다. 그는 오는 4일 입국해 5일부터 국내 주요 기업 핵심 인사들을 두루 만나며 '동맹 관계'를 재확인할 예정이다. 8일에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1784 사옥을 찾는 방안 검토되고 있다.
황 CEO의 방한과 맞물린 '2차 깐부회동'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회동 장소로는 서울 성수동의 한 삼겹살집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들 기업들은 모두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사이자, 핵심 부품 공급사들이다. 다만 이재용 회장은 해외 출장 일정으로 이번 회동에는 참석이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황 CEO의 한국에 대한 깊은 유대감은 이미 널리 알려진 바 있다. 그는 엔비디아 창업 초기인 1990년대 중반에 서울 용산 전자상가를 종종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용산은 아시아 최대 전자제품 거래 시장이었다. 엔비디아의 초기 성장 동력은 게임이었고, 이를 뒷받침해준 국가는 PC방과 e스포츠가 일찍이 확산했던 한국이었다는 점도 황 CEO는 거론했었다.
황 CEO는 이번에 로봇과 반도체 관련 핵심 파트너사인 두산 그룹과의 친분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 CEO가 두산 베어스 홈 경기 시구자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 한편 황 CEO가 다시 한국을 찾는다는 소식에 국내 기업들의 주가는 이날 크게 치솟았다. 삼성전자는 전장 대비 10.09% 오른 34만 9천 원에, SK하이닉스는 1.29% 상승한 236만 3천 원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LG전자(29.86%), 두산로보틱스(29.95%), 현대차(3.73%) 주가도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