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 발생한 광주 광산구 월계동 거리. 연합뉴스전남지역 여성·인권단체들이 고 이채원 양 사건을 개인의 우발적 범죄가 아닌 '단계적으로 진화한 젠더 기반 폭력'으로 규정하고 국가 차원의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전남여성인권단체연합과 2차가해방지연대 wave, 사단법인 행복누리 등 전남지역 35개 여성·인권단체가 참여한 3개 연대체는 5일 공동 추모성명을 내고 "가해자의 범행은 지역아동센터 여중생 불법촬영에서 시작해 직장 동료 이주여성 스토킹·성폭력, 귀가 중인 여고생 살해로 이어진 연속선상의 폭력"이라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각 단계를 별개 사건으로 처리한 현행 시스템이 결국 마지막 비극을 막지 못했다"며 수사와 제도 시스템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사기관이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일면식이 없다는 이유로 사건을 '묻지마 범죄'로 분류한 데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단체들은 "일면식이 없다는 표면적 조건만으로 동기 불명 사건으로 분류하는 순간 피해자가 모두 여성이라는 사실과 가해자가 여성을 향해 반복적으로 폭력을 행사해 온 과정이 지워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미성년자와 이주여성, 심야 귀가 여성 등 저항과 신고가 어려운 위치에 있었다"며 "가해자는 무작위가 아닌 체계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들 단체는 여성 대상 반복 범죄 통합 수사 체계 마련과 불법촬영·스토킹 단계에서의 강력 개입, 돌봄·공적 업무 종사자 검증 의무화, 지역별 맞춤형 여성 안전망 구축 등을 요구했다.
또 "수도권 중심의 정책과 제도로는 지역 여성들이 직면한 현실적 위험을 제대로 막을 수 없다"며 "돌봄 현장과 이주여성 밀집 지역, 대중교통 취약 지역 등 지역 특성을 반영한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단체들은 온라인상 2차 가해 중단도 촉구했다.
이들은 "피해자 신상과 사진, 자극적 묘사를 공유하는 것은 유가족에게 또 다른 고통을 주는 2차 가해"라며 "확인되지 않은 추측 대신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함께해 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