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탄생에서 은하의 심장까지, 다섯 가지 빛의 여정[코스모스토리]

편집자 주

코스모스토리 속 우주의 아름다운 순간을 모아 전해드리는 '월간 우·아'입니다. 인류는 오랜 시간 우주를 탐구하면서 다양한 발견을 했습니다. 망원경으로 포착한 광활한 우주공간 속 놀라운 결과물을 모아 소개합니다.

베라루빈 천문대와 은하수. RubinObs/NOIRLab/SLAC/NSF/DOE/AURA/B. Quint베라루빈 천문대와 은하수. RubinObs/NOIRLab/SLAC/NSF/DOE/AURA/B. Quint
지금까지 우리의 시선은 멀게는 수천만 광년 밖 다른 은하들에까지 닿았습니다. 이번에는 시선을 우리 자신에게로 돌립니다.
1280광년 떨어진 이웃 분자운에서 시작해 약 2만 6천 광년 너머 은하 중심의 블랙홀까지, 보는 빛을 적외선에서 감마선, X선, 전파로 바꿔가며 우리 은하의 단면을 따라 들어갑니다. 그 길 위에서 별의 일생, 곧 탄생과 죽음과 늙음, 그리고 가장 격렬한 심장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1. 빛이 되기 전, 어둠이 가장 먼저 품는 것들

오리온 대성운의 분자구름의 모습. OMC-1은 M42 바로 뒤에 위치해 있으며, 북쪽에는 OMC-2와 OMC-3이 있고, 남쪽에는 OMC-4가 있습니다. ESA/Webb, NASA & CSA, T. 메기스, M. 자마니 (ESA/Webb) Acknowledgement: M. 외즈사라스오리온 대성운의 분자구름의 모습. OMC-1은 M42 바로 뒤에 위치해 있으며, 북쪽에는 OMC-2와 OMC-3이 있고, 남쪽에는 OMC-4가 있습니다. ESA/Webb, NASA & CSA, T. 메기스, M. 자마니 (ESA/Webb) Acknowledgement: M. 외즈사라스
겨울철 어두운 밤하늘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별자리가 하나 있습니다. 밝은 별들이 사람 형상을 그린 오리온자리, 사냥꾼의 모습입니다. 그 한가운데 비스듬히 늘어선 세개의 별은 사냥꾼의 허리띠를 상징하고, 이 '오리온의 허리띠' 바로 아래 짧게 매달린 또 다른 빛의 무리가 보이는데요. 이 위치가 사냥꾼이 허리에 찬 검을 상징합니다.
검의 한가운데서는 밝게 빛나는 천체가 있습니다. 대부분 밝게 빛나는 천체는 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빛의 정체는 별이 아닙니다. 육안으로는 뿌옇게 번져 보이는 빛의 얼룩, 유명한 별의 산실인 오리온 대성운(M42)입니다.
이 천체를 조금 더 자세히 바라볼까요. 유럽우주국(ESA)에 따르면 M42에는 별과 가스, 먼지 뒤편으로는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하는 차갑고 긴 먼지 필라멘트 '오리온 분자운(OMC-1부터 OMC-4까지)'이 여러갈래로 뻗어 있는데요. 아기별이 태어나는 진짜 요람은 어둠 속에 숨어 있습니다. 이번에 들여다본 'OMC-2'는 M42 바로 북쪽, 1280광년 거리에 자리한 그 숨은 요람 중 하나입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ames Webb Space Telescope, JWST)은 적외선 관측을 통해 가시광선으로는 보이지 않는 이 별들의 요람을 관측했습니다. 그 곳에는 먼지 고치 속 원시별부터 장차 행성을 빚어낼 원반, 갓 불을 켠 어린 별까지 별 형성의 모든 단계가 동시에 담겨 있었습니다. 본래 수백만 년에 걸쳐 차례로 일어나는 일을 사진 한 장이 한꺼번에 보여주는 셈입니다.
가장 눈을 끄는 것은 구름을 가르며 뻗어 나가는 창백한 빛줄기들입니다. ESA는 이를 '갓 태어난 별이 뿜어낸 제트가 주변 가스와 부딪쳐 만든 충격파'라고 설명합니다. SF 영화의 광선 전투처럼 보이지만 실은 아기별이 탄생하는 장면인 셈입니다.

2. 나란히 태어난 것은 죽음마저 나란히 맞는다

해파리 성운 초신성 잔해(오른쪽)와 상호작용하는 성간 구름, 그리고 왼쪽 상단에 독특한 곡선 필라멘트가 관측됩니다. NASA 고다드 우주 비행 센터,  Michailidis et al. 2026; 광학: DSS; 적외선: NASA/WISE/JPL-칼텍/UCLA; 자외선: NASA/Swift해파리 성운 초신성 잔해(오른쪽)와 상호작용하는 성간 구름, 그리고 왼쪽 상단에 독특한 곡선 필라멘트가 관측됩니다. NASA 고다드 우주 비행 센터, Michailidis et al. 2026; 광학: DSS; 적외선: NASA/WISE/JPL-칼텍/UCLA; 자외선: NASA/Swift
별 탄생의 현장을 떠나 조금 더 멀리, 쌍둥이자리 방향으로 약 6천 광년 거리 떨어진 곳에 바다를 떠도는 해파리를 닮은 성운이 있습니다. 바로 해파리 성운(Jellyfish Nebula, IC 443)입니다.
해파리의 부드러운 이미지와는 다르게 이 천체는 격렬한 죽음의 잔해입니다. 수천 년 전 무거운 별 하나가 수명을 다해 초신성으로 폭발했고, 그때 흩뿌려진 가스가 지금도 사방으로 부풀어 오르며 이런 모습을 만들었습니다.
이번에 새로 밝혀진 것은 이 죽음이 혼자가 아니었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연구팀은 NASA 페르미 감마선 우주망원경(Fermi Gamma-ray Space Telescope, FGST) 자료를 분석해, 6월 미국천문학회(AAS) 회의에서 해파리 성운과 바로 옆의 또 다른 잔해 'G189.6+3.3'가 한때 짝을 이루던 쌍성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두 별이 나란히, 그러나 시차를 두고 각자 초신성으로 폭발했다는 뜻입니다.
해파리 성운 초신성 잔해(오른쪽)와 상호작용하는 성간 구름, 그리고 왼쪽 상단에 독특한 곡선 필라멘트가 관측됩니다. 두 잔해(해파리 성운과 상호작용하는 성간 구름)가 적외선 및 전파 데이터의 경우 빨간색, 주황색, 갈색으로 표시되고 가시광선의 경우 노란색으로 표시된 동일한 분자 구름과 상호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NASA 고다드 우주 비행센터, M. Michailidis et al. 2026; radio, MWISP and ESA/Planck; 적외선: NASA/WISE/JPL-칼텍/UCLA; 광학: DSS; 자외선: NASA/Swift; X-ray: SRG/eROSITA; 감마선: NASA/DOE/Fermi LAT Collaboration해파리 성운 초신성 잔해(오른쪽)와 상호작용하는 성간 구름, 그리고 왼쪽 상단에 독특한 곡선 필라멘트가 관측됩니다. 두 잔해(해파리 성운과 상호작용하는 성간 구름)가 적외선 및 전파 데이터의 경우 빨간색, 주황색, 갈색으로 표시되고 가시광선의 경우 노란색으로 표시된 동일한 분자 구름과 상호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NASA 고다드 우주 비행센터, M. Michailidis et al. 2026; radio, MWISP and ESA/Planck; 적외선: NASA/WISE/JPL-칼텍/UCLA; 광학: DSS; 자외선: NASA/Swift; X-ray: SRG/eROSITA; 감마선: NASA/DOE/Fermi LAT Collaboration
연구팀에 따르면 이는 쌍성을 이루던 두 별이 모두 초신성을 일으킨 것으로 보이는 첫 사례입니다. 한 별이 먼저 터지며 짝을 멀리 밀어냈고 남은 별이 한참 뒤 폭발한 것이어서, 두 잔해는 지금 서로 떨어진 채 같은 운명의 흔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러한 분석은 가시광선 관측으로는 파악할 수 없어, 감마선과 X선, 적외선, 전파를 한데 겹친 다파장 관측을 통해 가능했습니다.

3. 은하의 가장 어린 날을 간직한 화석 같은 빛

은하의 팽대부 내에서 공전하는 항성계 '테르잔 5'. NASA, ESA, CSA, STScI, 조르지아 줄로(볼로냐 대학교),  프란체스코 페라로(볼로냐 대학교); 이미지 처리: 알리사 파간(STScI)은하의 팽대부 내에서 공전하는 항성계 '테르잔 5'. NASA, ESA, CSA, STScI, 조르지아 줄로(볼로냐 대학교), 프란체스코 페라로(볼로냐 대학교); 이미지 처리: 알리사 파간(STScI)
이제 시야를 하나의 별에서 별들의 무리로, 그리고 우리 은하 중심부 쪽으로 옮깁니다. 궁수자리 방향, 약 1만 9천 광년 거리에는 수많은 별이 빽빽이 모인 '테르잔 5'가 있습니다. 얼핏 보면 흔한 구상성단처럼 보이지만, 제임스 웹과 허블 우주망원경(HST)이 함께 들여다본 결과 우리의 예상보다 더 독특한 항성계임을 확인했습니다.
연구팀은 6월 북미아시아학회(AAS) 회의와 학술지 천문학·천체물리학(A&A)을 통해, 테르잔 5 안에 나이와 성분이 서로 다른 최대 네 개의 별 집단이 섞여 있으며 가장 오래된 별은 약 125억 년 전에 태어났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이를 우리 은하의 중심 팽대부가 만들어지던 시절의 잔존물, 곧 '팽대부 화석 조각'으로 해석했습니다.
이 천체는 별 하나의 일생을 넘어, 초기 은하의 기억을 품은 살아 있는 화석인 셈입니다.

4. 격동의 중심부 속에서 발견된 어느 별의 죽음

은하 중심 근처의 별 형성 지역에서 새로운 초신성 잔해로 의심되는 천체와 그 주변을 관측한 이미지. X-ray: NASA/CXC/UCLA/Z. Zhu 등; ESA/XMM-Newton; 광학: PanSTARRS; 전파: 미어케이AT; 적외선(JWST): NASA/ESA/CSA/STScI; 이미지 처리: NASA/CXC/SAO/L. 프라타레와 P. 에드먼즈은하 중심 근처의 별 형성 지역에서 새로운 초신성 잔해로 의심되는 천체와 그 주변을 관측한 이미지. X-ray: NASA/CXC/UCLA/Z. Zhu 등; ESA/XMM-Newton; 광학: PanSTARRS; 전파: 미어케이AT; 적외선(JWST): NASA/ESA/CSA/STScI; 이미지 처리: NASA/CXC/SAO/L. 프라타레와 P. 에드먼즈
다음 여정은 우리 은하에서 가장 붐비고 거친 동네로 들어섭니다. 은하 중심을 둘러싼 거대한 분자 구름 지대인 '중심분자대(CMZ)'는 짙은 가스와 강한 자기장, 빠르게 휘도는 물질이 뒤엉켜 별이 격렬하게 나고 지는 곳입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찬드라 X선 우주망원경은 이곳의 한구석, 거대한 별 탄생 지역인 궁수자리 C에서 초신성 잔해로 보이는 구조를 새로 포착했습니다.
NASA에 따르면 이 천체가 초신성 잔해로 확인될 경우, 우리 은하 중심 가장 가까이에서 발견된 몇 안 되는 초신성 잔해 가운데 하나가 됩니다. 물론 여기서 '가깝다'는 것은 은하 전체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중심의 초대질량 블랙홀 궁수자리 A*와는 약 245광년이나 떨어져 있어 그 중력이 직접 미치지는 않습니다.
이 이미지는 찬드라와 ESA의 XMM-뉴턴이 잡은 X선, 남아프리카공화국 MeerKAT 망원경의 전파, 그리고 하와이 팬스타스(Pan-STARRS) 망원경의 가시광선을 겹쳐 만들었습니다. 앞서 본 해파리 성운과 같은 '별의 죽음'이지만, 그 무대가 비할 데 없이 거칠고 복잡한 곳이라는 점이 다릅니다.
다만 아직은 확정이 아닌 '후보' 단계로, 추가 관측을 통해 정체를 가려야 합니다. 이 험한 동네의 정중앙에는 정작 무엇이 있을까요. 이제 은하의 심장으로 들어갑니다.

5. 오랜 침묵 끝에 비로소 들려온 심장의 숨

X선으로 관측한 궁수자리 A* 블랙홀과 주변부. X-ray: NASA/CXC/노스웨스턴대/M. 고르스키; Radio:ESO/NAOJ/NRAO/ALMA; 이미지 처리: NASA/CXC/SAO: K. 알칸드, P. 에드먼즈X선으로 관측한 궁수자리 A* 블랙홀과 주변부. X-ray: NASA/CXC/노스웨스턴대/M. 고르스키; Radio:ESO/NAOJ/NRAO/ALMA; 이미지 처리: NASA/CXC/SAO: K. 알칸드, P. 에드먼즈
궁수자리A* 블랙홀과 거대한 원뿔형 공간의 모습. X-ray: NASA/CXC/노스웨스턴대/M. 고르스키; Radio:ESO/NAOJ/NRAO/ALMA; 이미지 처리: NASA/CXC/SAO: K. 알칸드, P. 에드먼즈궁수자리A* 블랙홀과 거대한 원뿔형 공간의 모습. X-ray: NASA/CXC/노스웨스턴대/M. 고르스키; Radio:ESO/NAOJ/NRAO/ALMA; 이미지 처리: NASA/CXC/SAO: K. 알칸드, P. 에드먼즈
마침내 별의 일생을 찾는 여정은 은하의 심장에 도달했습니다. 우리 은하 한가운데, 지구에서 약 2만 6천 광년 떨어진 곳에는 태양 질량의 약 400만 배에 달하는 초대질량 블랙홀 궁수자리 A*(Sgr A*)가 있습니다. 외부 은하의 블랙홀들이 제트와 바람을 내뿜는 것과 달리, 우리 은하 한 가운데 위치한 이 블랙홀은 오랫동안 고요한 침묵만 지키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노스웨스턴대 마크 고르스키 교수팀이 지난 6월 5일 그 침묵을 깨는 결과를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스(ApJL)에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칠레의 전파망원경 ALMA로 5년에 걸쳐 블랙홀 주변의 차가운 가스를 관측한 뒤, 블랙홀 자체가 방출하는 강한 전파 신호를 걷어냈습니다.
그러자 블랙홀에서 뻗어 나온 길이 약 3.26광년(1파섹) 벌어진 각 45도의 거대한 원뿔형 빈 공간이 드러났습니다. 같은 자리를 찬드라가 관측한 고온의 X선 가스 분포가 정확히 채우고 있어, 이 빈 공간이 블랙홀에서 뿜어져 나온 뜨거운 바람의 흔적임을 뒷받침했습니다.
궁수자리A* 블랙홀과 주변을 관측한 광각 이미지. X-ray: NASA/CXC/UMass/D. Wang et al.; 전파: ALMA (ESO/NAOJ/NRAO)/S. Longmore et al.; 배경: ESO/D. Minniti et al.궁수자리A* 블랙홀과 주변을 관측한 광각 이미지. X-ray: NASA/CXC/UMass/D. Wang et al.; 전파: ALMA (ESO/NAOJ/NRAO)/S. Longmore et al.; 배경: ESO/D. Minniti et al.
연구팀은 이를 천문학자들이 50년 동안 찾아 헤맨 '블랙홀의 바람'을 처음으로 명확히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합니다. 다른 은하의 격렬한 제트에 비하면 점잖은 편이지만, 이 바람은 적어도 2만 년 동안 불어 왔다고 합니다.
조용한 줄로만 알았던 우리 은하의 심장은, 이렇게 천천히 숨을 쉬고 있었습니다.

이 장면들은 결국 한 은하의 서로 다른 시간을 보여줍니다. 새로 태어나는 별(OMC-2), 죽어 흩어지는 별(해파리 성운과 궁수자리 C), 늙은 별들의 무리(테르잔 5), 그리고 중심에서 숨 쉬는 블랙홀(궁수자리 A*).
46억 년 전 우리 태양도 OMC-2 같은 구름 속에서 태어났습니다. 무거운 별처럼 초신성으로 폭발하진 않겠지만, 태양도 언젠가 자신을 이루던 물질을 우주로 돌려보내며 일생을 마칠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은하의 단면은, 그 자체로 별의 일생을 펼쳐 놓은 지도인 셈입니다.

놀라운 관측은 앞으로도 계속 됩니다.

  • 경이로운 우주의 다양한 모습은 계속 공개됩니다.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우주의 다양한 모습을 관측하는 망원경들, 우리는 앞으로 또 어떤 신비로운 모습을 마주하게 될까요. 우주의 아름다운 순간, '월간 우·아' 다음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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