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 스타십의 첫 발사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코스모스토리]

3세대 스타십 발사 장면. 슈퍼헤비 부스터 3세대 랩터 엔진 33기가 불을 뿜으며 상승하는 모습. 스페이스X X(옛 트위터) 캡처3세대 스타십 발사 장면. 슈퍼헤비 부스터 3세대 랩터 엔진 33기가 불을 뿜으며 상승하는 모습. 스페이스X X(옛 트위터) 캡처
2026년 5월 22일 오후 5시 30분(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스타베이스(Starbase). 카운트다운이 0이 되자 33기의 랩터(Raptor) 엔진이 동시에 불을 뿜었습니다.
높이 124.4m, 무게 5천 톤이 넘는 초대형 우주발사체 스타십(Starship)의 3세대 기체가 처음으로 하늘을 향해 솟구쳤습니다. 인류가 만든 가장 거대하고 가장 강력한 로켓이 새로운 모습으로 우주를 향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비행은 마냥 환호로만 끝나지 않았습니다. 상단인 스타십 39호기(Ship 39)는 22기의 위성을 우주에 사출하고 새 열차폐의 개선된 모습까지 보여준 뒤 인도양에 예정대로 입수했지만, 1단인 슈퍼헤비 부스터 19호(Booster 19)는 회수 단계의 분사가 실패하면서 통제를 잃고 멕시코만에 추락했습니다. 스타십의 12번째 시험 비행이자 3세대 V3 기체의 첫 비행은 이렇게 '절반의 성공'으로 마무리됐습니다.

3세대 스타십, 무엇이 달라졌나

미국 텍사스주 스타베이스 발사대 2에서 3세대 스타십이 설치되는 모습. 스페이스X X(옛 트위터) 캡처미국 텍사스주 스타베이스 발사대 2에서 3세대 스타십이 설치되는 모습. 스페이스X X(옛 트위터) 캡처
스타십은 2023년 4월 첫 통합 시험비행 이후 모두 11차례 발사됐습니다. 스페이스X는 스타십을 1세대 기체(V1)에서 시작해 2세대(V2)로 발전시키며 시험을 거듭해 왔습니다. 여기서 'V'는 영어 'Version(버전)'의 약자로, 세대 또는 모델 번호를 뜻합니다. 1·2세대 11차례 비행을 통해 스페이스X는 슈퍼헤비 부스터를 발사 타워의 '젓가락(chopstick)'으로 잡아내는 데 성공했고, 스타십을 인도양까지 안정적으로 보내는 데도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비행에는 결정적인 한계가 있었습니다. 스타십은 단 한 번도 진짜 궤도에 오른 적이 없습니다. 모든 비행이 준궤도(suborbital), 즉 우주에 도달했다가 한 바퀴 돌지 못하고 다시 떨어지는 궤적이었습니다. 이번 3세대 스타십(V3)은 이 한계를 넘기 위한 스페이스X의 도전이기도 합니다. 진짜 궤도까지의 도달, 그리고 임무를 마친 뒤 우주에서 안전하게 돌아오는 능력입니다. V3에 적용된 변화들은 이 두 과제를 풀기 위한 것들입니다.
발사대 2에 설치된 3세대 스타십(스타십 39호기 + 슈퍼헤비 부스터 19호기). 총 높이 124.4m로 V2 대비 약 1.2m 더 커졌다. 스페이스X X(옛 트위터) 캡처발사대 2에 설치된 3세대 스타십(스타십 39호기 + 슈퍼헤비 부스터 19호기). 총 높이 124.4m로 V2 대비 약 1.2m 더 커졌다. 스페이스X X(옛 트위터) 캡처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크기와 성능의 변화입니다. V3의 총 높이는 124.4m로 V2보다 약 1.2m 더 큽니다. 직경은 9m로 유지됐지만 추진제 탱크 용적이 커졌습니다. 이로 인해 지구 저궤도(LEO) 운반 능력은 V2의 약 35톤에서 V3의 100톤 이상으로, 약 3배 증가할 것이라고 스페이스X는 설명합니다. 33기 엔진의 총 추력은 약 8200톤(약 1800만 파운드)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로켓이 됐습니다.
엔진은 3세대 랩터(Raptor 3)로 바뀌었습니다. 해수면 추력은 종전 230톤에서 250톤으로, 진공 추력은 258톤에서 275톤으로 증가했습니다. 엔진 자체 무게는 1630kg에서 1525kg으로 줄었고, 엔진 외부의 보호 덮개(슈라우드)를 없애 차량 차원에서는 엔진당 약 1톤이 절감됐습니다. 센서와 제어기는 엔진 내부에 통합돼 외형이 단순해졌습니다.
이 변화의 핵심은 '단순화'입니다. 종전 랩터 2 엔진은 외부에 복잡한 배관과 센서, 그리고 개별 엔진을 보호하는 차폐 덮개(슈라우드)를 달고 있었습니다. 외부 부품이 많을수록 검사할 곳도, 고장 날 곳도 많아집니다. 이는 비행 후 점검과 재발사 준비 시간이 늘어나는 원인이 됩니다. 재사용을 핵심 목표로 하는 V3 설계에서는 이 부분이 큰 발목이 되는 셈입니다.
세대별 랩터 엔진 모습. 스페이스X X(옛 트위터) 캡처세대별 랩터 엔진 모습. 스페이스X X(옛 트위터) 캡처
이에 랩터 3 엔진에는 센서와 제어기가 엔진 본체 안으로 들어갔고, 열차폐는 엔진 자체의 외피로 통합됐습니다. 외부 슈라우드와 그에 딸린 추가 배관, 전선도 사라졌습니다. 엔진 한 기당 100kg을 줄였고, 슈라우드와 그 주변 부품의 무게까지 합치면 전체로는 엔진당 약 1톤이 절감됐습니다. 33기 엔진을 탑재하는 슈퍼헤비라는 점을 생각하면 부스터 한 대에서 약 33톤이 줄어든 셈입니다. 그만큼 더 많은 추진제나 더 무거운 화물을 실을 여력이 생깁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랩터 엔진이 사용하는 연료입니다. 누리호의 케로신(등유)이나 새턴 V의 RP-1(정제 등유)과 달리, 랩터는 액체 메탄(LCH4)을 연료로 사용합니다. 메탄을 쓰는 이유는 화성 때문입니다. 화성 대기에는 이산화탄소가 풍부하고, 화성 지하에는 얼음 형태의 물이 존재합니다. 이 두 자원을 결합해 화성 현지에서 메탄과 산소를 생산할 수 있다면, 화성에서 지구로 돌아오는 연료를 굳이 지구에서 싣고 갈 필요가 없습니다. 화성에 가는 우주선이 화성에서 연료를 만들어 돌아온다는 발상이 메탄 엔진 설계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슈퍼헤비의 랩터 3 엔진 33기가 불을 뿜어내는 모습. 스페이스X X(옛 트위터) 캡처슈퍼헤비의 랩터 3 엔진 33기가 불을 뿜어내는 모습. 스페이스X X(옛 트위터) 캡처
랩터는 또한 '완전 흐름 단계연소(full-flow staged combustion)'라는 고급 엔진 사이클을 사용하는 흔치 않은 엔진입니다. 이 방식은 가장 효율적인 로켓 엔진 설계로 알려져 있지만 구현이 매우 어려워, 실제 비행 운용까지 도달한 엔진은 역사적으로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스페이스X는 이 엔진을 텍사스 맥그리거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고 있으며, 로켓 엔진을 수공예품처럼 한두 개씩 만들던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빠른 재발사라는 V3의 목표를 위해서는 엔진 자체의 단순화뿐 아니라, 엔진을 빨리 만들고 빨리 교체할 수 있는 생산 체계가 필수입니다.
슈퍼헤비에 설치된 그리드핀의 비교이미지. 왼쪽이 이번에 새로 설치된 3세대 그리드핀, 오른쪽이 2세대 그리드핀이다. 스페이스X 자료 영상 캡처슈퍼헤비에 설치된 그리드핀의 비교이미지. 왼쪽이 이번에 새로 설치된 3세대 그리드핀, 오른쪽이 2세대 그리드핀이다. 스페이스X 자료 영상 캡처
1단 슈퍼헤비에서는 부스터 회수에 사용되는 그리드 핀(grid fin)이 4개에서 3개로 줄었습니다. 그리드 핀은 바둑판처럼 격자 모양으로 짠 작은 날개입니다. 부스터가 우주에서 다시 지구로 떨어질 때 공기를 가로지르며 자세를 잡는 데 사용됩니다. 마치 비행기 꼬리날개나 자유낙하 중인 다이버가 팔을 벌려 회전을 제어하는 것과 비슷한 역할입니다.
핀의 개수가 줄어든 것은 단순히 부품 수를 줄이려는 결정이 아닙니다. 핀 1개당 표면적이 50% 커지면서 더 적은 수로 같은 또는 더 큰 조종력을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무게와 복잡성은 줄이면서 신뢰성은 유지하거나 높이는 셈입니다.
위치를 아래쪽으로 옮긴 데도 이유가 있습니다. V2의 핀은 핫스테이징(hot-staging) 시 위쪽 스타십 엔진의 열에 노출되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핀을 아래쪽으로 옮기면 그 열로부터 안전한 거리를 둘 수 있습니다. 핀의 회전 축과 액추에이터는 부스터 연료탱크 내부로 옮겼습니다. 핵심 기계 부품은 탱크 내부의 안전한 환경에 두고, 외부에는 핀만 노출시키는 식입니다. 핫스테이징은 1단이 완전히 분리되기 전에 2단 엔진을 미리 켜서 중력 손해를 줄이는 방식입니다.
3세대 슈퍼헤비 상단부에 설치된 인터스테이지와 2세대 슈퍼헤비에 설치된 인터스테이지 비교 이미지. 스페이스X X(옛 트위터) 캡처3세대 슈퍼헤비 상단부에 설치된 인터스테이지와 2세대 슈퍼헤비에 설치된 인터스테이지 비교 이미지. 스페이스X X(옛 트위터) 캡처
V2까지는 이 분사로부터 1단을 보호하기 위해 임시 차폐 구조물(인터스테이지, 핫스테이지링)을 달았다가 분리 후 떨어뜨려 버렸습니다. 매 비행마다 새로 만들고 버리는 일회용 부품이었습니다. V3에서는 이 구조물을 슈퍼헤비 전방에 영구 부착했고, 부스터 연료탱크 전방돔이 직접 화염을 받도록 했습니다. 탱크 내부의 압력과 비구조용 스틸 차폐막이 그 충격을 견뎌낸다는 구조입니다. 한 번 쓰고 버리던 부품을 영구 부품으로 바꾼 덕분에 무게와 비용 양쪽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스타십 또한 추진계 전면을 재설계했습니다. 새로운 랩터 엔진의 시동 방식, 늘어난 추진제 탱크 용량, 개선된 자세제어시스템(RCS)이 적용됐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새 기능은 동체 측면에 추가된 4개의 도킹 드로그(docking drogue)와 추진제 이송 연결부입니다.
3세대 스타십의 도킹 드로그(docking drogue). Max Evans X(옛 트위터) 캡처 3세대 스타십의 도킹 드로그(docking drogue). Max Evans X(옛 트위터) 캡처 
도킹 드로그는 두 대의 우주선을 우주에서 결합할 때 한쪽 우주선이 다른 쪽을 잡아주는 구조물입니다. 그렇다면 왜 스타십이 다른 스타십과 결합해야 할까요? 이유는 '궤도상 추진제 이송' 때문입니다.
스타십이 달과 화성에 가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하는 숙제가 바로 이 궤도상 추진제 이송입니다.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스타십이 지구에서 출발해 달까지 갈 만한 연료를 한 번에 다 싣고 떠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가능한 방법은 일단 적은 연료로 궤도에 오른 뒤, 다른 스타십(연료 수송선)이 따라 올라와 연료를 공중에서 옮겨주는 것입니다.
스페이스X의 스타십 HLS 도킹파트 부분. 스페이스X 홈페이지 캡처스페이스X의 스타십 HLS 도킹파트 부분. 스페이스X 홈페이지 캡처
미국항공우주국(NASA)는 아르테미스 IV 임무에 스타십을 달 착륙 시스템(HLS)으로 쓰겠다고 계약했지만, 그 임무 한 번을 위해서 여러번의 연료 보급 비행이 필요합니다. NASA의 임무 프로파일에 따르면 임무 한 번을 위해 궤도상 연료 보급 비행이 여러 차례 선행돼야 합니다.
미국 우주항공 매체 '아메리카스페이스(AmericaSpace)'는 "스타십 HLS의 추진제 적재량은 약 1200~1500톤이며, 탱커 한 대가 한 번에 운반할 수 있는 추진제가 100톤이라면 한 차례 아르테미스 임무를 위해 15회의 비행이 필요하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정확한 횟수는 추정 모델에 따라 갈립니다. 미국 회계감사원(GAO)은 16~19회로 추산했고,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는 지난 21년 X(옛 트위터)에 "16회는 지나치다"며 "4~8회면 충분하다"고 반박한 바 있습니다.
이 모든 일이 가능하려면 두 대의 스타십이 우주에서 서로 결합할 수 있어야 합니다. V3에 추가된 4개의 도킹 드로그와 추진제 이송 연결부는 그 결합을 위한 첫 하드웨어 단계입니다. 다만 이번 비행 12에서는 도킹이나 추진제 이송 자체를 시연하지는 않았고, V3 기체에 그 하드웨어를 처음 실어 비행시켰을 뿐입니다. 실제 시연은 향후 별도의 시험 비행에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V3의 변화는 로켓 자체에만 있지 않습니다. 스페이스X는 V3를 설명할 때 새 부스터, 새 상단, 새 엔진과 함께 '새 패드(새로운 발사대)'를 네 번째 요소로 꼽습니다.
스타십을 발사하던 1번 패드(Pad 1)는 매 비행마다 발사 충격으로 손상을 입어, 다음 발사를 준비하기 위해 매번 몇 주에서 몇 달 단위의 보수가 필요했습니다. 33기 엔진이 동시에 점화될 때 발생하는 충격과 열은 일반 콘크리트나 강철이 한 번에 견디기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빠른 재사용을 목표로 하는 스페이스X에는 이 보수 부담 자체가 큰 발목이었습니다. 새로 지은 Pad 2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사 후 보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됐습니다.
스페이스X의 공식 설명에 따르면 Pad 2의 주요 변경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 텍사스주 스타베이스 발사대 2에서 3세대 스타십이 설치되는 모습. 스페이스X X(옛 트위터) 캡처미국 텍사스주 스타베이스 발사대 2에서 3세대 스타십이 설치되는 모습. 스페이스X X(옛 트위터) 캡처
첫째, 추진제 적재 속도를 높였습니다. 더 큰 추진제 농장과 더 강력한 펌프를 갖춰, 발사 직전 약 5천 톤의 액체 메탄·액체 산소를 빠르게 채울 수 있습니다.
둘째, 발사 마운트(launch mount) 아래에 양방향 화염 분산기(bidirectional flame diverter)와 상부 데크 화염 편향기를 새로 설치했습니다. 종전 패드는 발사 후 매번 표면 부식 보수가 필요했는데, V3 마운트는 발사 후 보수 없이 다음 발사를 준비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설계됐습니다. 빠른 재발사를 위한 가장 근본적인 인프라 개선입니다.
셋째, 부스터를 잡아내는 '젓가락(chopstick)' 암이 더 짧아졌고, 유압식 액추에이터가 전기기계식으로 교체됐습니다. 짧아진 암은 공기 저항과 관성이 작아 더 빠르고 정밀한 캐치 동작에 유리합니다. 유압은 누유 위험이 있고 응답 속도가 느린데, 전기기계식은 그 두 가지 모두 개선할 수 있습니다.
넷째, 슈퍼헤비용 '퀵 디스커넥트(QD)' 암이 발사 마운트 반대쪽으로 이동했고, 메탄과 산소 기구가 분리됐습니다. 종전에는 단일 연결점에서 메탄과 산소를 함께 공급했지만, 분리하면서 이중화를 강화하고 패드 인터페이스의 복잡성을 줄였습니다.
다섯째, 스타십(상단)용 QD 암이 보강·재배치돼 발사 시 로켓에서 더 멀리 회전하도록 변경됐습니다. 이전 비행에서 사출 영상에 나타난 안전 우려를 반영한 결과입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이 QD 암이 비행 12의 첫 시도 무산과 직결됩니다.

두 번의 연기 끝에 떠오른 124m 초대형 로켓

스타십을 바라보는 스페이스X 직원들. 스페이스X X(옛 트위터) 캡처스타십을 바라보는 스페이스X 직원들. 스페이스X X(옛 트위터) 캡처
3세대 스타십의 첫 비행에 이르는 길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당초 발사는 5월 19일로 발표됐지만 20일, 21일로 차례로 연기됐고, 21일 시도는 발사 직전 T-40초에 중단됐습니다. 발사 타워에서 상단으로 추진제를 공급하던 퀵 디스커넥트(QD) 암의 유압핀이 정상적으로 후퇴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앞서 살펴본 새 발사패드 Pad 2의 신규 부품 중 하나가 비행 환경에서 처음 시험되는 과정에서 결함을 드러낸 셈입니다.
머스크 CEO는 X(옛 트위터)에 "타워 암을 잡고 있는 유압핀이 후퇴하지 못했다"며 "오늘 밤 안에 수리되면 내일 다시 시도하겠다"고 직접 공지했습니다. 엔지니어들은 야간에 암을 안정시키는 추가 하드웨어를 용접하고 분리 메커니즘 소프트웨어를 조정해, 다음 날 발사를 위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발사 1분 42초에 슈퍼헤비의 엔진1기가 정지한 모습. 스타십 12차 발사 중계 영상 캡처발사 1분 42초에 슈퍼헤비의 엔진1기가 정지한 모습. 스타십 12차 발사 중계 영상 캡처
본격적인 비행이 시작된 5월 22일, 스타십 V3의 모든 시스템이 처음으로 비행 환경에서 검증됐습니다. 이륙 시점에 슈퍼헤비의 33기 랩터 3 엔진이 전부 정상 점화됐습니다. 비행 약 1분 42초 시점에 엔진 1기가 정지했지만 상승은 계속됐습니다. '엔진 아웃(engine-out)' 보상 능력이 작동한 결과입니다.
엔진이 33개나 달려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만약 엔진이 1~2개뿐인 로켓이라면 하나가 꺼지는 순간 임무는 사실상 끝입니다. 하지만 33개 중 1개가 꺼지면 나머지 32개가 추력의 약 3%를 분담해서 보충하면 됩니다. 비행 컴퓨터가 즉시 각 엔진의 출력을 미세하게 조정하고, 비대칭이 된 추력을 보정하기 위해 엔진 노즐의 방향(추력 편향)을 살짝 틀어 균형을 맞춥니다.
이 설계는 아폴로 시절의 새턴 V 로켓에서부터 사용된 검증된 방식입니다. 새턴 V도 1단에 엔진 5개를 달았는데, 1969년 아폴로 6호 비행 때 엔진 2개가 작동 불량을 일으켰지만 나머지 엔진의 조정으로 임무를 완수한 사례가 있습니다. 슈퍼헤비의 33기 엔진 구성은 이 원리를 통해 미션수행의 안정성을 더욱 높였습니다. 엔진 수가 많을수록 1기 고장으로 인한 영향은 작아지고, 보상 여유는 커집니다.
스타십과 슈퍼헤비가 핫스테이지 분리가 진행되는 모습. 스페이스X 중계 영상 캡처스타십과 슈퍼헤비가 핫스테이지 분리가 진행되는 모습. 스페이스X 중계 영상 캡처
이어서 진행된 핫스테이지 분리도 정상적으로 수행됐습니다. 앞서 살펴본 V3의 통합 핫스테이지가 비행 환경에서 처음 시험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스타십의 6기 랩터 엔진이 슈퍼헤비 위에서 점화되면서 강력한 화염이 부스터 전방돔에 직접 부딪쳤지만, 영구 부착된 새 차폐 구조가 충격을 견뎌냈고 두 단은 예정대로 분리됐습니다. V2까지 매번 새로 만들어 버리던 1회용 인터스테이지를 영구 부품으로 바꾼 V3의 가장 과감한 설계 변경 중 하나가 비행에서 처음 검증된 셈입니다.
분리된 슈퍼헤비는 멕시코만에 연착 수상 입수를 시도할 예정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부스트백 분사(boostback burn)'라는 중요한 단계를 수행해야 합니다.
부스트백 분사는 부스터가 발사 직후 매우 빠른 속도로 우주 쪽을 향해 날아간 뒤, 그 방향을 완전히 뒤집어 발사장 쪽으로 되돌아오기 위해 수행하는 분사입니다. 야구공을 멀리 던진 다음 그 공이 알아서 돌아오게 하려면, 공중에서 자세를 뒤집고 반대 방향으로 추력을 다시 분사해야 합니다.
이 단계는 부스터의 33기 엔진 중 가운데 부분의 13기만 점화해 수행합니다. 우주 쪽으로 향하던 속도를 완전히 죽이고 발사장 방향의 속도를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정확한 시점에 정확한 추력으로 분사해야 합니다. 만약 이 분사가 정상적으로 끝나지 못하면 부스터는 발사장에서 점점 멀어지면서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집니다. 이번 발사에서 슈퍼헤비는 정확히 이 상황에 처했습니다.
슈퍼헤비가 추락하는 모습. 스페이스X 중계 영상 캡처슈퍼헤비가 추락하는 모습. 스페이스X 중계 영상 캡처
스페이스X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슈퍼헤비는 분리 직후 자세 전환 기동(directional flip maneuver)을 수행하고 부스트백 분사를 시도했지만, 계획된 모든 엔진을 점화하지 못했고 부분적인 분사 끝에 조기 종료됐습니다. 비행 데이터(텔레메트리)에 엔진 시동의 이상 신호가 잡힌 직후의 일이었습니다. 분사가 중단된 슈퍼헤비는 자세 제어를 잃고 회전했지만, 일부 자세를 회복한 뒤 대기권으로 재진입했습니다. 마지막 착륙 분사를 위해 엔진 재점화를 시도했으나 충분한 엔진이 점화되지 않았고, 결국 멕시코만에 추락했습니다.
다행이게도 이번 비행에서는 3세대 슈퍼헤비의 첫 비행이라는 점에서 안전한 수상 입수가 목표였지만, 그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스타십 진공 변형 랩터(RVac) 엔진 1기가 정지한 모습. 스페이스X 중계 영상 캡처스타십 진공 변형 랩터(RVac) 엔진 1기가 정지한 모습. 스페이스X 중계 영상 캡처
스타십 비행 또한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발사후 약 3분 3초 시점, 진공 변형 랩터(RVac) 엔진 1기가 정지했습니다. 하지만 슈퍼헤비와 마찬가지로 엔진 아웃 보상이 작동했고 미션이 속행됐습니다. 나머지 해수면 변형 엔진이 추력 편향 제어(TVC)와 더 긴 연소로 보완했고, 스타십은 예정된 준궤도에 정상 진입했습니다.
스타십은 이번 비행에서 'PEZ 디스펜서'라 불리는 측면 사출구를 통해 22기의 위성을 약 10분에 걸쳐 차례로 사출했습니다. PEZ 디스펜서는 미국의 사탕 케이스 'PEZ'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사탕 케이스의 입구에서 사탕이 한 알씩 튀어나오듯, 스타십의 측면 슬릿(사출구)에서 위성이 하나씩 빠져나오는 구조입니다. V3에서는 이 디스펜서에 새 액추에이터와 인버터를 적용해 사출 속도를 크게 높였습니다.
이번에 배치된 22기 중 20기는 차세대 스타링크와 동일 크기의 모형이고, 마지막 2기는 카메라와 조명을 장착한 특수 개조 스타링크 위성이었습니다. 스페이스X 내부에서 '다저 도그(Dodger Dogs, LA 다저스 스타디움의 명물 핫도그에서 이름)'라 불린 이 두 위성이 이번 비행의 가장 인상적인 영상을 남겼습니다.
스타십에서 PEZ 디스펜서를 통해 다저 도그 위성이 사출되는 모습. 스페이스X 중계 영상 캡처스타십에서 PEZ 디스펜서를 통해 다저 도그 위성이 사출되는 모습. 스페이스X 중계 영상 캡처
다저 도그의 의미가 큰 이유는 이번이 다른 우주물체로 스타십을 촬영한 인류 최초의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이전까지 우리가 봤던 스타십의 우주 영상은 모두 스타십 자신의 동체에 부착된 카메라가 촬영한 셀카였습니다. 스타십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지금까지 없었습니다.
이는 미래 스타십 운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능력입니다. 우주에서 스타십이 손상을 입었을 때, 자체 카메라만으로는 사각지대가 있습니다. 외부에서 카메라를 가진 위성이 스타십 주변을 비행하며 동체와 열차폐 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면, 재진입을 시도하기 전에 위험을 미리 발견할 수 있습니다.
스타십에서 사출된 다저 도그 위성이 촬영한 스타십의 모습. 스페이스X 중계 영상 캡처스타십에서 사출된 다저 도그 위성이 촬영한 스타십의 모습. 스페이스X 중계 영상 캡처
다저 도그는 V2 스타링크 미니(Starlink Mini)의 추진제 탱크를 늘린 변형 모델로, 카메라와 조명을 추가한 시험 기체입니다. 이번 비행은 야간 발사였기 때문에 우주에서도 어두운 환경이었고, 다저 도그가 조명을 비추며 스타십의 열차폐를 촬영했습니다. 마치 자동차 정비사가 손전등을 켜고 차량 하부를 살피는 모습을 우주에서 재현한 셈입니다.
다만 위성 사출 이후 예정됐던 우주 공간에서의 단일 랩터 엔진 재점화 시연은 앞서 상승 중에 발생한 진공 변형 랩터(RVac) 엔진 정지의 여파로 취소됐습니다. 이 시연이 왜 중요한지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궤도이탈 분사(deorbit burn)'는 우주에서 임무를 마친 우주선이 지구로 안전하게 돌아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절차입니다. 궤도에 있는 물체는 그대로 두면 계속 지구를 돌기만 합니다. 지구로 떨어뜨리려면 반대 방향으로 엔진을 분사해 속도를 줄여야 합니다. 그래야 중력에 끌려 지구 대기권으로 진입하게 됩니다. 이번에 취소된 단일 랩터 재점화 시연은 바로 이 궤도이탈 분사를 실제 임무에서 수행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사전 단계였습니다.
문제는 우주에서 엔진을 재점화하는 일이 지상에서 점화하는 것과 전혀 다르다는 점입니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연료와 산화제가 탱크 안에서 둥둥 떠다닙니다. 엔진 펌프가 빨아들일 자리에 정확히 추진제가 있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또한 극저온 추진제가 우주 공간의 긴 비행 동안 끓어오르거나 침전되는 현상도 관리해야 합니다.
V3에 100% 진공 자켓팅 헤더 피드 시스템, 전기식 극저온 재순환 시스템 같은 신규 장비가 추가된 것은 모두 이 재점화를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인프라입니다. 이번 비행에서 취소된 단일 랩터 엔진 재점화 시연은 다음 비행으로 미뤄지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 능력이 검증되지 않는 한 스타십은 진짜 궤도 임무를 수행할 수 없습니다.
스타십에 부착된 열차폐 세라믹 타일. Max Evans X(옛 트위터) 캡처 스타십에 부착된 열차폐 세라믹 타일. Max Evans X(옛 트위터) 캡처 
이번 비행에서 가장 큰 성과는 새 열차폐(heat shield)였습니다. 잠시 멈춰서 대기권 재진입이 왜 그토록 어려운 과제인지 살펴보겠습니다.
V2까지 스페이스X가 가장 큰 어려움을 겪어온 분야가 바로 이 열차폐였습니다. 머스크 CEO는 지난 24년 5월 X(옛 트위터)에 "스타십에 남은 가장 큰 문제는 재사용 가능한 궤도 귀환 열차폐를 만드는 것이며, 이것은 단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다(making a reusable orbital return heat shield, which has never been done before)"고 직접 밝힌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주에서 돌아오는 우주선은 왜 그토록 뜨거워지는 걸까요. NASA 에임스 연구센터(Ames Research Center)는 '진입 시스템(Entry Systems)' 공식 안내 자료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지구 대기로 재진입하는 우주선은 화씨 7천 도(섭씨 약 3870도)에 이르는 온도를 견뎌야 합니다. 이 열은 우주선 표면에 부딪치는 공기와 가스 입자의 압축(compression)에서 발생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NASA가 열의 원인을 '마찰'이 아닌 '압축'으로 설명한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떠올리기 쉬운 '공기와 마찰해서 뜨거워진다'는 설명은 절반만 맞는 표현입니다. 시속 수만 km로 떨어지는 우주선이 공기를 미처 비켜내지 못하면서, 우주선 앞쪽의 공기가 강하게 압축되고, 그 압축된 공기가 스스로 뜨거워지는 현상에 가깝습니다.
스타십이 대기권에 재진입을 하면서 기체 표면에 플라즈마가 발생하는 모습. 스페이스X 중계 영상 캡처스타십이 대기권에 재진입을 하면서 기체 표면에 플라즈마가 발생하는 모습. 스페이스X 중계 영상 캡처
이 극한의 열을 견디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NASA 자료에 따르면, 옛 아폴로 캡슐과 현재의 오리온,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건(Crew Dragon)은 '소모성 열차폐(ablative)' 방식을 사용합니다. 특수 소재가 재진입 중 일부 녹아내리면서 열을 함께 가져가는 원리입니다. 오리온은 NASA가 개발한 '아브코트(Avcoat)'를, 크루 드래건은 스페이스X 자체 개량형 '피카-엑스(PICA-X)'를 씁니다. 효과적이지만 한 번 쓰면 새것으로 교체해야 합니다. 재사용이 어려운 방식입니다.
스타십은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미국 매체 테크크런치(TechCrunch)와 다수 항공우주 매체 보도에 따르면, 스타십 상단의 동체 측면에는 약 1만 8천 개의 육각형 세라믹 타일이 부착되어 있습니다. 이는 1981년부터 2011년까지 운용된 미국 우주왕복선(Space Shuttle)이 시도했던 방식과 같은 계열입니다. 우주왕복선의 기체 하단에는 약 2만 1천 개의 타일을 사용했는데, 각 타일이 거의 모두 고유한 모양이어서 매 비행 후 점검과 교체에 막대한 시간이 들었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스페이스X는 이를 표준화된 육각형 한 가지로 통일해 대량 생산과 빠른 교체가 가능한 구조로 바꿨습니다.
머스크 CEO는 지난 2019년 X에 "스타십은 착륙 직후 곧바로 다시 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별도 정비 없이 즉시 재발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른바 '제로 보수(zero refurbishment)' 원칙입니다. 그러나 이 목표는 만만치 않았습니다. V2 비행 10·11호 재진입 영상에는 열차폐 곳곳에 변색과 손상이 나타났고, 일부 타일이 떨어져 나간 흔적도 보였습니다. 재사용을 핵심 목표로 삼는 스타십에 이는 사실상의 실패였습니다.
여기에 또 하나 짚어볼 부분이 스타십만의 독특한 재진입 자세입니다. 스페이스X는 공식 게시물에서 이를 '벨리플롭(belly-flop)'이라고 부릅니다. 머스크 CEO는 지난 2018년 9월부터 이 자세를 "항공기보다는 스카이다이버에 가깝다(more like a skydiver than an aircraft)"고 설명해왔습니다. 미국 잡지 파퓰러 사이언스(Popular Science)는 2020년 12월 스타십(SN8)의 첫 벨리플롭 시연을 보도하며 "스카이다이버처럼 동체 표면적을 늘려 공기 저항으로 낙하 속도를 줄이는 자세"라고 풀어 설명한 바 있습니다. 일반 캡슐이 둥근 바닥을 아래로 향한 채 떨어지는 것과 달리, 스타십은 길쭉한 동체를 옆으로 눕혀 배(belly)를 아래로 한 채 떨어집니다. 이 방식은 감속에는 유리하지만, 동체 한쪽 면 전체가 고온 공기에 노출됩니다. 그래서 열차폐가 동체 한쪽 면 전체를 덮고 있어야 합니다.
과거 스타십의 열차폐 성능과 결과 비교. Nova X(옛 트위터) 캡처과거 스타십의 열차폐 성능과 결과 비교. Nova X(옛 트위터) 캡처
스페이스X는 V2 비행 데이터를 분석한 끝에 V3에 새로운 타일 기하학적 형상과 개선된 부착 클립을 도입했습니다. 이번 비행에서는 의도적으로 일부 타일을 흰색으로 도색해 결손을 모사했고, 1개 타일은 실제로 제거했습니다. 결손 상태에서 인접 타일에 작용하는 공력 하중 차이를 측정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결과는 인상적이었습니다. 재진입 시 스타십 표면은 약 1450℃(2600℉)까지 가열됐는데, 비행 영상에서 보인 열차폐는 V2 비행 10·11호 당시의 광범위한 변색과 손상에 비해 훨씬 균일하고 손상이 적은 상태였습니다.
인도양에 도착한 스타십이 착륙 분사를 하는 모습. 스타링크 X(옛 트위터) 캡처인도양에 도착한 스타십이 착륙 분사를 하는 모습. 스타링크 X(옛 트위터) 캡처
스타십은 마하 7의 극초음속 속도에서 후미 플랩의 구조 한계를 시험하는 부하 시험을 수행했습니다. 스페이스X 공식 발표에 따르면, 이때 함께 진행된 동적 뱅킹 기동은 향후 스타베이스로 귀환하는 임무가 사용할 비행 경로를 모의 재현한 것이었습니다. 부스터 캐치처럼 상단도 결국 스타베이스로 돌아와 잡힐 미래를 대비한 시연인 셈입니다. 이후 스타십은 4개의 플랩으로 자세를 유도해 예정 입수 지점인 인도양 상공에 도달했고, 작동 가능한 2개 엔진만으로 착륙 분사를 진행해 입수했습니다. 입수 후 본체는 예정대로 폭발했습니다. 다만 스타십이 입수 후 의도적으로 파괴되기 때문에, 스페이스X는 비행 중 수집한 영상과 데이터를 통해 향후 수주간 열차폐의 정확한 성능을 평가할 예정입니다.

스타십 발사에서 검증된 것과 남은 숙제

이번 비행에서 슈퍼헤비 회수에 실패하고 스타십 엔진 1기가 정지했다는 점은 향후 유인 운용을 염두에 둔 시스템 신뢰성에 의문이 발생합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도 사건 직후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혔습니다.
"5월 22일(현지시간) 텍사스 스타베이스에서 발사된 스타십 비행 12 임무 중, 슈퍼헤비 부스터의 멕시코만 상공 비행 중에 이상이 발생했음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공공 인명·재산 피해 보고는 없습니다. FAA는 운용 상황을 평가 중이며, 현재까지 미샙(mishap, 사고) 판정은 내려지지 않았습니다."
핫스테이지 분리 후 귀환 궤도로 이동중인 슈퍼헤비 부스터. 스페이스X X(옛 트위터) 캡처핫스테이지 분리 후 귀환 궤도로 이동중인 슈퍼헤비 부스터. 스페이스X X(옛 트위터) 캡처
FAA는 부스터 추락에 대비해 잔해 대응 구역을 활성화했고, 잔해는 모두 사전 지정된 위험 구역 내에 떨어졌습니다. 이 사건으로 6건의 출발 지연과 5건의 공중 대기 사례가 발생했지만, 항공기 회항은 없었습니다.
FAA는 발사 5일 뒤 추가 평가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같은날 미국 매체 스페이스뉴스(SpaceNews)에 따르면 FAA는 "운영에 대한 철저한 평가 끝에 비행 12 발사가 미샙(사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며 "이번 미샙은 단 분리 후 멕시코만 상공을 비행한 슈퍼헤비 부스터와 관련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스페이스X 주도의 정식 조사가 시작됐고, 시정 조치 승인 전까지 추가 시험 비행은 일시 중단된 상태입니다. 핵심은 이번 사고가 '공공 안전' 문제는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다만 임무 신뢰성과 회수 시스템의 성숙도라는 측면에서는 분명한 숙제를 남겼습니다.
스타베이스 발사대 2의 스타십 발사 전후 상태 비교 이미지. RGV Aerial Photography X(옛 트위터) 캡처스타베이스 발사대 2의 스타십 발사 전후 상태 비교 이미지. RGV Aerial Photography X(옛 트위터) 캡처
한편 신축 발사패드 Pad 2는 첫 사용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발사 후 외부 검사에서 새 패드는 큰 손상 없이 운용 가능한 상태로 확인됐습니다. 양방향 화염 분산기와 새 발사 마운트 구조가 33기 엔진의 충격과 열을 큰 손상 없이 받아낸 셈입니다. 빠른 재발사라는 V3의 목표를 위해서는 Pad 2의 무손상 운용이 핵심인데, 첫 시험은 일단 통과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비행으로 3세대 스타십, 슈퍼헤비를 포함한 관련 시설들의 비행 환경 작동이 처음 입증됐습니다. 33기 랩터 3 엔진의 비행 작동과 엔진 아웃 보상 능력, 핫스테이징, 새 열차폐 타일 형상, 스타링크 PEZ 디스펜서의 사출 속도 개선, 발사패드 2의 인프라(양방향 화염 분산기, 전기기계식 젓가락 등), 그리고 우주 공간에서 스타십을 외부 우주물체로 촬영하는 인류 최초의 능력까지 모두 비행 중에 확인됐습니다.
22기의 위성이 모두 정상 사출된 덕분에 스타십은 대용량 화물을 우주로 운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일부 매체는 이를 두고 "스타십 운용 시대의 시발점"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좀 더 차분하게 봐야 합니다. 이번에 배치된 22기의 위성은 실제 영업용이 아닌 스타링크 시뮬레이터, 즉 더미였습니다. 사출 궤적은 여전히 준궤도였고, 위성들은 스타십과 같은 궤적을 따라 인도양 상공에 떨어졌습니다. 위성을 안전하게 궤도에 올린 후 본체가 통제된 궤도이탈을 수행하는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못했습니다.
스타링크를 탑재한 팰컨 9이 날아오르는 모습. 스페이스X X(옛 트위터) 캡처스타링크를 탑재한 팰컨 9이 날아오르는 모습. 스페이스X X(옛 트위터) 캡처
이런 한계 때문에 팰컨9이 스타십으로 즉시 대체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팰컨9은 현재 스페이스X의 주력 발사체이자 NASA 유인 우주비행과 상업위성 발사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고, 단기간에 은퇴할 계획도 없습니다. 다만 22기의 위성을 한 번에 배치할 수 있는 화물 운반 능력이 비행 환경에서 처음 입증됐고, 이는 미래 스타십 체제 전환을 위한 첫 발을 내딛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스페이스X S-1 보고서 일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홈페이지 캡처스페이스X S-1 보고서 일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한편 이번 스타십 발사는 스페이스X 입장에서 시기적으로도 중요한 발사였습니다. 스페이스X는 비행 이틀 전인 5월 20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IPO(기업공개)를 위한 S-1 보고서를 정식 제출했고, 6월 중순 나스닥 상장과 약 750억 달러 자금 모집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S-1 위험 요소 항목에서 스페이스X는 회사의 성장 전략이 스타십에 매우 의존적이라고 직접 명시했습니다. 발사가 세 차례 연기되고 21일 시도가 발사 40초 전에 중단됐음에도 스페이스X가 곧바로 다음 날 재시도해 22일 발사를 성사시킨 흐름은, IPO 일정에 맞춰 V3 첫 비행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려는 강한 의지가 작용한 결과로도 풀이됩니다. 미국 야후 파이낸스(Yahoo Finance)는 비행 직후 "스페이스X의 역대 최대 IPO는 스타십이 작동해야 한다는 전제 위에 있다"고 평가하며, 엔진 1기 정지에도 미션을 이어간 이번 비행을 투자자들에게 보낸 다중화 설계의 첫 비행 시연으로 해석했습니다.

다음 비행이 진짜 분기점

준궤도 비행중인 스타십. 스페이스X X(옛 트위터) 캡처준궤도 비행중인 스타십. 스페이스X X(옛 트위터) 캡처
이번 12번째 스타십 발사로 V3는 데뷔를 마쳤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시험은 이제부터입니다.
NASA의 발표에 따르면 아르테미스 IV 임무는 2028년 후반으로 예정돼 있습니다. 이 임무에서 우주비행사들은 스타십의 변형인 인간 착륙 시스템(Human Landing System, HLS)을 타고 달 표면에 내려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① 스타십이 진짜 궤도에 도달하고 ② 궤도에서 추진제를 보급받으며 ③ 오리온 우주선과 도킹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쉽게도 이번 발사에서는 이 세 가지 능력 중 어느 것도 시연하지 못했습니다.
다음 시험발사에서 부스터 캐치를 시도할지, 우주에서 랩터 엔진 재점화를 다시 시도할지, 첫 궤도 도달에 도전할지 알 수 없지만 이러한 목표들이 데이터 분석을 거쳐 스페이스X의 다음 행보를 결정할 것입니다.
3세대 스타십의 첫 비행은 절반의 성공이었습니다. 스타십은 우주에 닿았지만 부스터는 성공적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열차폐는 빛났지만 궤도이탈 분사는 시연하지 못했습니다. 다음 비행에서, 스타십은 어떤 업적을 이뤄낼까요?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로켓의 다음 행보가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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