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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 원로들 "남북 공식 국호 존중해야…신뢰 회복의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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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를 위해 남북한의 공식 국호를 존중하자는 목소리가 종교계 원로들로부터 나왔다.

한국종교지도자원로회의는 2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색된 남북관계를 대결과 적대의 구도에서 화해와 상생, 평화공존의 질서로 전환할 것을 촉구하는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다.

개신교와 천주교 등 주요 종단의 종교계 원로들은 "적대와 대결의 언어를 넘어,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에서 평화가 시작된다"며, 남북을 각각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란 공식 국호로 존중해 부르는 것이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어갈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사람에게 이름이 있듯 국가와 공동체에도 스스로를 규정하는 이름이 있다는 점을 들어, 상대가 스스로 선택한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예의이자 평화의 씨앗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국제사회가 유엔에 가입한 남북한을 각각 '대한민국(Republic of Korea)'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이라는 공식 국호로 부르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한반도 평화와 신뢰 구축을 위해 상호 존중의 언어와 문화를 확산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원로회의는 이어 "우리가 추구하는 평화공존은 상대를 굴복시키거나 대결을 지속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서로의 존엄을 존중하며 생명의 가치를 함께 지켜 나가기 위한 것"이라며 "비록 지금 대화의 문이 닫혀 있지만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살아 있는 한 평화의 시간은 반드시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남북 종교인의 역할도 강조됐다. 종교계는 1984년 일본 도잔소 모임과 1986년 스위스 글리온 회의 등에서 남북 교회 지도자들이 국제기구의 중재 아래 만나 대화를 이어간 경험을 상기하며, 작은 만남과 교류가 남북관계의 돌파구가 되어 왔다는 점을 짚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전 총무 김영주 목사는 "그동안 남북 교회 지도자들의 만남이 꽉 막힌 남북관계를 여는 데 기여해 왔다"며, 글리온 회의 40주년을 맞은 올해 종교계가 평화의 통로를 더욱 넓혀가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선언문 전문


한국종교지도자원로회의 한반도 평화공존과 상호존중 선언
- 서로의 이름을 존중하는 것에서 평화는 시작됩니다 -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평화는 모든 종교가 추구하는 신성하고 숭고한 가치입니다. 우리 종교인들은 오랜 세월 화해와 모심, 자비와 사랑의 가르침을 통해 이 땅을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한반도는 여전히 적대와 대결의 언어에 갇혀 있으며, 대화와 협력의 문은 굳게 닫혀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를 향한 희망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지혜입니다. 평화공존은 단순히 갈등을 회피하는 소극적 타협이 아닙니다. 그것은 서로의 생명과 존엄을 지키고 미래 세대에게 더 나은 한반도를 물려주기 위한 적극적이고 책임 있는 선택입니다. 참된 평화공존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상대의 이름을 존중하여 부르는 것은 그 첫걸음입니다. 사람에게 이름이 있듯이 국가와 공동체에도 스스로를 규정하는 이름이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국제연합(UN)에 가입한 두 국가를 각각 '대한민국(Republic of Korea)'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이라는 공식 국호로 부르고 있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에서 상대가 사용하는 공식 명칭에 대해서도 열린 자세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대를 존중하는 언어는 결코 자신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평화를 향한 성숙한 자신감의 표현이며, 대결과 증오를 넘어 대화와 신뢰의 길을 여는 작은 시작입니다.

우리가 먼저 존중의 마음을 보여줄 때 상대 역시 경계와 불신을 거두고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을 것입니다. 평화공존은 거창한 선언보다 상대를 존중하는 작은 실천에서 시작됩니다.

이에 한국종교지도자원로회의는 다음과 같이 호소합니다.

하나, 국민 여러분께 호소합니다. 언론과 시민사회, 학계와 종교계가 한반도 평화공존의 관점에서 상대를 존중하는 언어와 문화를 만들어 가는 데 함께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말과 태도가 평화의 토양이 될 것입니다.

하나. 정부에 요청합니다. 한반도 문제의 가장 중요한 당사자는 우리 자신이라는 확고한 인식을 가지고 평화공존의 길을 주도적으로 열어가 주시기를 바랍니다. 또한 국제사회와의 협력 속에서 대화와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며 한반도 평화의 가치를 널리 알려 주시기를 바랍니다.

하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도 요청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바라는 평화공존의 진정성을 신뢰하고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와 주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평화공존은 상대를 굴복시키거나 대결을 지속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서로의 존엄을 존중하며 생명의 가치를 함께 지켜 나가기 위한 것입니다.

한국종교지도자원로회의는 앞으로도 이 땅에 존중과 관용, 화해와 상생의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기도하며 행동하겠습니다.비록 지금은 대화의 문이 닫혀 있고 단절의 시간이 이어지고 있지만,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살아 있는 한 평화의 시간은 반드시 다시 찾아올 것입니다.

우리 종교지도자 원로들은 가까운 시일 안에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종교인들이 만나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평화 공존을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평화의 씨앗이 되고, 그 씨앗이 화해와 협력의 열매로 맺어지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2026년 7월 2일
한국종교지도자원로회의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전 의장 김희중
대주교대한불교조계종 전 총무원장 원행 스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전 총무 김영주 목사
원불교 전 교정원장 오도철 교무
천도교 전 교령 박남수
유교 전 성균관장 김영근
한국민족종교협의회 전 회장 이범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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