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김도영. 김조휘 기자"야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전반기에만 홈런 27개를 몰아치며 공동 1위에 오른 '천재 타자'의 입에서 나온 고백 치고는 꽤 과격했다.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BO 올스타전을 앞두고 만난 김도영(KIA 타이거즈)은 전날 홈런더비 예선 탈락의 충격을 특유의 넉살 섞인 농담으로 털어놓았다. 단 2개의 아치를 그리는 데 그친 자책이자, 올스타전이라는 축제를 즐기는 그만의 유쾌한 화법이었다.
배팅볼 투수로 나섰던 옛 동료 박찬호(두산 베어스)에게는 고개를 숙였다. 김도영은 "찬호 형은 정말 잘 던져줬는데 내가 치지 못했다"며 미안함을 전했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강백호(한화 이글스)의 배팅볼 투수로 나서 우승을 합작한 동료 포수 한준수에게 향했다. "준수 형에게 부탁하는 게 맞았다"고 씁쓸하게 인정하면서도, "우리 팀의 귀한 포수인데 올스타전에서까지 혹사당하면 팀의 손해다. 일부러 힘을 쓰지 않게 배려한 것"이라는 능청스러운 변명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실패는 냉철한 교훈을 남겼다. 홈런을 의식하는 순간 힘이 들어가고 자세가 무너진다는 타격의 진리를 축제의 장에서 새삼 깨달았다. 치열한 전반기를 보낸 김도영은 이번 경험을 계기로 후반기 레이스의 조준점을 바꿨다. "나와 홈런더비는 잘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웃어 보인 그는 "후반기에는 홈런 욕심을 내려놓고 출루에 더 집중하겠다"며 한층 성숙한 각오를 다잡았다.
올스타전인 만큼 팬들을 향한 고마움도 되새겼다. 전날 김도영은 한 중학생 팬에게 선물 받은 맞춤형 신발을 신고 그라운드를 밟았다. 부모님과 함께 야구장을 찾아 수줍게 편지를 건네는 소년 팬의 존재는 그가 방망이를 더 매섭게 돌려야 하는 이유다. 김도영은 "그 편지를 읽을 때마다 큰 힘을 얻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올해를 끝으로 철거를 앞둔 잠실구장에 얽힌 특별한 추억도 공개했다. 김도영은 "신인 시절 잠실 원정 경기에서 유니폼을 챙겨오지 않은 적이 있다. 어쩔 수 없이 관중석으로 올라가 팬에게 유니폼을 빌려 입고 경기를 뛰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다행히 그날 경기 결과가 좋아, 나중에 광주 홈구장에서 그 팬을 다시 만나 사인과 함께 유니폼을 돌려드렸던 낭만적인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무더위 속에서도 야구장을 빙 둘러싼 팬들의 행렬을 바라본 김도영은 "새삼 야구 인기를 실감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팬들을 위해 후반기에는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올스타전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