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통일걷기와 DMZ생명평화순례단이 공동 개최한 '평화와 통일을 위한 종교인 좌담회'에서 DMZ 걷기의 경험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종교인의 역할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이정우 기자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12박 13일의 일정으로 비무장지대(DMZ) 일대를 걷고 있는 '2026 통일걷기' 참가자들이 여정 중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특별한 손님들을 맞이했다. 역시 매년 접경 지역을 순례하며 평화를 기도해 온 종교인들을 초청해 함께 걷기와 순례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사단법인 통일걷기(이사장 최종윤)와 DMZ생명평화순례단은 12일 강원도 철원군 화해와평화의교회(김찬수 목사)에서 '평화와 통일을 위한 종교인 좌담회'를 열고, 그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DMZ를 걸어온 경험을 나누며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종교가 감당해야 할 역할을 논의했다.
비록 두 단체가 함께 걸은 것은 아니지만, 분단의 상처를 기억하고 생명과 평화의 문화를 세우자는 지향점은 같았다. 대화의 통로가 막히고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현실 속에서, 이들은 단절과 대립의 상징인 DMZ를 화해와 공존의 길로 되살리기 위해 종교의 벽을 넘어 머리를 맞댔다.
7대 종단 종교인들이 참여하고 있는 DMZ생명평화순례단은 개신교 중심으로 시작된 평화 순례에 여러 종단이 동참하게 된 과정을 소개하며, 서로 다른 종교가 함께 걷는 과정에서 생명과 평화, 상생이라는 공통의 가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철책선을 곁에 두고 걷는 행위는 단순한 도보 여행이 아닌 기도의 연속이었다고 고백했다. 특히 DMZ를 걸으며 마주한 전쟁의 흔적과 분단의 현실에 대해서도 성찰했다.
지난해 'DMZ 생명평화순례'에 참가한 종교인들이 한반도기를 들고 접경 지역을 걷고 있다. DMZ 생명평화순례 제공
한국기독교종전평화캠페인 본부장 나핵집 목사는 DMZ의 현실을 십자가의 고통에 비유해 눈길을 끌었다. 나 목사는 "철조망의 가시 하나하나가 예수의 머리에 씌워진 가시면류관 같은 아픔으로 다가왔고, 수백만 발이 박혀 있을 지뢰들은 마치 예수를 못 박았던 못과 같은 역할이 아닌가 생각했다"며 "한반도와 한민족 전체를 십자가형에 처한 것이 바로 DMZ의 아픔이라는 묵상을 하며 걸었다"고 말했다.
박요안나 수녀는 통일 이전에 철저한 자기반성을 촉구했다. 그는 "나를 열고 받아들이는 평화가 내면에서 준비되지 않으면 통일이 돼도 진정한 평화는 오지 않을 것"이라면서 "전쟁의 상처가 서린 이 땅에서 왜 죽고 죽여야 했는지에 대한 진실한 성찰과 화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남북 종교인 교류가 사실상 중단된 현실에 대한 우려로 이어졌고, 과거 제한적이나마 이어졌던 남북 종교인 간 만남이 현재는 완전히 막힌 상태에서 교류가 다시 가능해질 때를 준비하며 종교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평화를 위한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는 데 뜻을 함께했다.
DMZ를 전 세계인이 찾는 '평화의 길'로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천주교 의정부교구 이은형 신부는 "전 세계인들이 찾는 산티아고 순례길이 절대자 안에서 자신을 찾는 신앙의 길이라고 한다면 분단을 상징하는 이 길은 전 세계인들에게 평화의 가치를 되새기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민통선 안쪽 길을 포함해 평화의 길을 조성하고 아울러 접경지역 마을의 회복에도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좌담회를 마무리하며 '평화와 통일을 위한 선언문'을 낭독했다. 선언문에는 DMZ가 사람뿐 아니라 모든 생명이 함께 공존하는 터전이 되도록 해야 하며, 군비증강을 멈추고 남북이 적대와 혐오를 내려놓은 채 상호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교류와 협력에 나서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표로 선언문을 낭독한 김찬수 목사는 '평화'가 모든 종교를 아우르는 핵심 가치이자 모든 인류가 염원하는 삶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하고, "평화를 향해 걸어가는 길은 곧 생명 살림으로 나아가는 길이자, 한반도의 온전한 독립, 통일로 나아가는 길로 이어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종교인들의 묵직한 성찰은 정치권의 한계를 반성하는 목소리로 이어졌다. 명예이사장으로서 올해로 10년째 '통일걷기'를 이끌어오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전 통일부 장관)은 얼어붙은 남북 정세 속에서 종교계의 초월적 역할이 절실함을 토로하며, 통일걷기의 미래와 관련해 종교계와 시민사회가 이 길을 더욱 폭넓게 이어가길 기대했다.
이 의원은 "나 같은 정치인이 이 길을 앞장서서 걷다 보면 이념적 소재나 정치적 갈등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면서 "이 뒤를 이어 누군가가 통일 걷기를 계속할 때, 종교계나 시민사회가 맨 앞에 서서 순수하게 이 길을 확산해 내면 훨씬 더 큰 울림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2일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열린 '2026 통일걷기' 출정식 후 참가자들이 한반도기를 흔들며 걷고 있다. 고성(강원)=황진환 기자지난 2일 강원도 고성에서 출정식을 갖고 12박 13일의 대장정에 나선 '2026 통일걷기'는 걷기뿐 아니라 일정 중 DMZ 생태세미나와 통일담론 토론회, 종교인 좌담회 등을 열어 접경지역 곳곳에서 평화와 통일을 위한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으며, 14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에서 열리는 해단식을 끝으로 약 2주 간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한편 2026 DMZ 종교인 생명평화순례는 성직자 및 수도자 40명이 참가한 가운데 '상처를 넘어, 다시 연결되다-생명과 평화의 다리를 놓다'를 주제로, 오는 10월 1일부터 22일까지 역시 고성부터 파주까지 DMZ 일대 410㎞를 횡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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