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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을 미워한 군주는 왜 마키아벨리의 제자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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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근 '나는 군주론에 반대한다, 그러나'

김영사 제공김영사 제공
"나는 마키아벨리에 반대한다." 이보다 더 선명한 선언이 있을까. 그런데 김상근 연세대 명예교수는 그 말 뒤에 붙는 "그러나"에 주목한다. 권력을 비판하는 말이 때로는 더 교묘한 권력의 언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간 '나는 군주론에 반대한다, 그러나'는 '초격차', '마키아벨리' 등을 쓴 저자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과 이를 정면으로 반박한 프리드리히 2세의 '안티 마키아벨'을 나란히 읽어낸 책이다.

'군주론'은 권력을 얻고 지키는 법을 냉정하게 드러낸 고전이다. 사랑받기보다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편이 안전하다는 문장처럼, 마키아벨리는 인간과 권력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분석했다. 그로부터 200여 년 뒤 프로이센의 왕세자였던 프리드리히 2세는 '안티 마키아벨'을 쓰며 "마키아벨리가 만든 독약의 해독제를 내놓겠다"고 했다.

흥미로운 점은 그 반박자가 실제 군주였다는 사실이다. 프리드리히 2세는 독일 역사상 유일하게 '대왕'으로 불린 인물이다. 계몽군주를 꿈꾸며 볼테르와 교류했고, 마키아벨리의 냉혹한 정치학을 비판했지만, 왕위에 오른 뒤에는 전쟁과 영토 확장을 통해 프로이센을 유럽 강대국으로 끌어올렸다. 나폴레옹과 히틀러에게까지 영향을 준 군주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모순에서 책의 질문을 끌어낸다. 마키아벨리를 가장 세게 비판한 군주가 어쩌면 마키아벨리의 가장 완벽한 제자였던 것은 아닐까. '나는 군주론에 반대한다, 그러나'는 '안티 마키아벨'을 국내 최초로 번역·해제하면서, 한 권의 반박서가 어떻게 또 다른 방식으로 '군주론'을 증명했는지 추적한다.

책은 '군주론'을 단순히 악인의 교본으로 읽지 않는다. 저자는 마키아벨리가 권력 남용을 정당화했다기보다 권력의 속성을 정밀하게 해부했다고 본다. 문제는 후대의 권력자들이 필요할 때는 마키아벨리를 따르고, 불리할 때는 그를 저주하며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해왔다는 데 있다.

프리드리히 2세의 삶은 그 복잡한 역설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는 관용과 이성, 정의를 말했지만 동시에 전쟁을 벌였고, 이상적 군주를 꿈꾸면서도 현실 정치의 냉혹한 선택을 피하지 않았다. '안티 마키아벨'은 그래서 단순한 반박서가 아니라, 정치와 윤리, 이상과 현실이 충돌하는 실험실처럼 읽힌다.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나는 마키아벨리를 반대한다"고 외치는 사람도, "나는 마키아벨리를 지지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모두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특히 "나는 반대한다, 그러나…"라고 말끝을 흐리는 사람은 더 경계해야 한다. 필요에 따라 마키아벨리의 가면을 쓰고 벗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상근 지음 |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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