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구 한 초등학교 교실. 박진홍 기자정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안에 대해 부산시교육청이 반대를 명확히 했다. 정부안대로 개편되면 학교 노후시설 개선 등 부산교육 현장 곳곳에서 사업 진행에 차질이 불가피할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부산시교육청은 정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안에 반대하며, 안정적인 교육재정 확보를 위해 현행 내국세 연동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고 26일 밝혔다.
정부 개편안은 내국세 20.79%와 국세 교육세 일부에 연동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산정 방식을 폐지하고, 경상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를 반영해 교부금을 산정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게 주요 내용이다. 개편으로 확보한 재원은 미래대응기금에 교육·인재 계정을 신설해 영유아부터 성인까지 생애 전 단계에 걸친 교육투자에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학생 줄어도 교육재정 수요는 안 줄어" 지적
이에 대해 부산시교육청은 학생 수가 줄어든다고 해서 교육재정 수요도 감소하는 게 아니라고 지적했다. 학령인구가 감소해도 교직원 인건비 등 학교에 들어가는 필수 운영비는 필요한데 이 비용은 학교나 교원 증가, 인건비나 물가 상승 등으로 인해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학령인구 감소를 교부금 산정에 반영하는 건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부산 원도심 학생 수는 줄고 있지만, 그렇다고 원도심 학교를 모두 없앨 수는 없다. 초등학교는 통학 거리를 1.5km 이내로 해야 한다고 법에 명시돼 있다"며 "반면 명지 등 신도시는 새 학교를 지어야 해 전체 학교는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시교육청. 부산시교육청 제공정부는 개편 이후에도 전년보다 교부금이 줄면 차액을 보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부산시교육청은 이 역시 실질적인 재정 축소로 이어진다고 반박했다.
교육재정은 인건비 비중이 높은 실정이다. 부산의 경우 전체 예산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55.8%에 달한다. 그런데 임금 상승 등으로 필수 지출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인건비는 2021년 대비 7033억 원 증가해 연평균 5.1%씩 증가하고 있다. 개편된 교부금 제도에서 이 증가분을 충당하려면 결국 학생 교육 경비 등 다른 항목 예산을 줄여야 해 교부금을 전년도 수준으로 유지하더라도 쓸 수 있는 재원 규모는 실질적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게다가 담배소비세분 지방교육세, 고교 무상교육 정부 지원, 영유아 특별회계 등이 줄줄이 일몰을 앞두고 있어 지방교육 재정 규모는 더욱 큰 폭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노후시설 개선·AI 대전환 축소·지연 불가피
교육재정 축소는 당장 학교 현장 곳곳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부산시교육청은 내다보고 있다.
가장 변화가 크게 나타날 분야는 노후시설 개선이다. 부산은 전체 학교의 48.3%가 40년 이상 된 노후 학교로, 교육시설 개선에 대한 재정 수요가 크다. 노후학교 개축과 시설 여건 개선에만 5년간 3조 1002억 원이 필요한데, 가용예산이 줄면 시설개선을 미루거나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다.
수학여행비 지원, 현장 체험학습비 지원, 교복·체육복 지원, 다자녀 가정 지원 등 각종 교육 복지 사업도 축소가 불가피하다. 특히 급식비는 물가 인상률 등을 고려하면 연 4% 규모로 인상해야 질이 개선되는데, 이를 올리지 못하면 급식 질도 저하될 수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수요가 늘고 있는 특수교육과 다문화가정 특화사업, 방과 후 돌봄, 통학로 개선 등 안전 관련 예산도 확보 여부가 불투명해진다.
인공지능(AI) 교육과 같은 미래 교육 분야 투자도 추진 속도가 현저히 떨어질 전망이다.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은 2030년까지 모든 초중고에 AI 튜터를 도입하는 등 'AI 대전환' 속도전을 선언한 상황인데,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현되기 어렵다.
전국 교육감 '반대 전선'…국립대는 "개편 촉구"
25일 오전 국회에서 전국 시도교육감들이 지방교육재정 개편 절대 반대 성명서를 발표한 뒤 손팻말을 들고 있다. 부산시교육청 제공부산 등 전국 16개 시도교육감으로 구성된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반대를 위해 공동 전선을 구축했다. 이들은 2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부금 개편안 철회와 교육주체들이 참여하는 공식 협의체 구성을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반면 부산대 등 전국 39개 국·공립대 총장으로 구성된 전국 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는 정부 개편안을 환영한다는 정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26일 성명을 통해 현재 교육 투자는 지나치게 초·중등 교육에 집중돼 있어 재정 불균형이 심각하며, 개편을 통해 확보되는 재원을 대학 혁신과 여건 개선에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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