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 주변에는 서류상 존재하지 않아 국가의 보호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지만 부모가 불법체류자 신분인 미등록 이주아동들인데요.
CBS는 미등록 이주아동이 처한 현실과 개선 방안을 생각해보는 기획보도를 마련했습니다.
기획보도 '투명인간으로 자라는 아이들', 오늘은 그 첫 순서로 따가운 사회적 편견과 재정난 속에서도 예수님의 사랑으로 이주아동들을 품어내 피난처가 돼주고 있는 한 어린이집을 취재했습니다.
정원희 기자입니다.
[기자]
정원 99명 규모의 시설을 갖춘 경기도의 한 어린이집.
현재 이곳에 다니는 원생은 정원에 한참 못미치는 단 22명뿐입니다.
무슬림 부모들과 미등록 아동들이 오간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한국인 학부모들의 회피와 차별적 시선이 이어진 결괍니다.
김금희 대표와 정태욱 원장 부부는 지난 2021년 교회 예배에서 제도 밖에 방치된 아이들의 현실을 접하고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된 미등록 아이들을 품기로 결심했습니다.
4살 캄보디아 아동 '엠마'와 7살 방글라데시 아동 '라비비',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난민 가정 아이들을 하나둘씩 품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미등록 이주 아동들을 받아들이자 전체 원생은 급감했습니다.
[인터뷰] 김금희 대표 / 장현썸머힐어린이집
"히잡을 쓰고 많은 부모들이 이곳을 들락거리거나 또 그 무슬림의 자녀들이 있는 것을 (한국) 부모들이 원에 와서 보고는 이제 한두 명씩 이제 피해 가기 시작하고 '이런 곳에 우리 아이는 보내지 않겠다' 하면서 나갈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어요."
눈에 보이는 경제적 타격은 훨씬 심각했습니다.
미등록 아동들은 정부 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돼 교육비와 행사비 등 모든 비용을 이들 부부가 사비로 오롯이 감당해야 했습니다.
김 대표의 외부 강의 수입으로 이를 충당하다 결국 살던 아파트를 처분해 월세방으로 옮겼고, 교사 인건비 지급을 위해 대출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상식적으로는 당장 문을 닫아도 이상할 것 없는 벼랑 끝 상황.
하지만 정 원장은 극심한 재정난 속에서도 이주아동들을 향한 하나님의 크고 끈질긴 사랑을 깨달았기에 끝내 아이들의 손을 놓을 수 없었다고 고백합니다.
[인터뷰] 정태욱 원장 / 장현썸머힐어린이집
"이 일이 제 일이었으면 저 포기했었을 겁니다. 근데 이 일은 내 일이 아니었거든요. 하나님의 일이니까,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이기 때문에 저는 하나님을 바라볼 수밖에 없어요. 그냥 이 일은."
이렇듯 어른들의 모진 편견과 척박한 현실 속에서도, 조건 없는 사랑이 흘러간 교실 안에서는 작은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첫날만 해도 한국 아이들이 낯선 외모의 이주민 아이가 잡은 손을 빼버려 상처를 주기도 했지만, 2~3개월이 지나자 아이들의 선한 심성이 장벽을 허물기 시작한 겁니다.
[인터뷰] 김금희 대표 / 장현썸머힐어린이집
"(한국 아이들이) 화장실도 안내하고 뭐 필요한 거 있으면 언어도 서로 안 통하는데도 다 알아듣고 놀더라고요. 그때부터는 아이들이 정말 지금 한국 애들과 우리 난민 이주민 애들하고 전혀 거리낌 없이 제가 볼 때는 이렇게 하나가 되기 쉽지 않은데 할 정도로 잘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출생등록이 되지 않아 어떤 사회적 신분도 없는 아이들이지만 어린이집이라는 작은 공동체 안에서 편견 없이 어울리는 법을 스스로 증명해 내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사명감 하나로 버티는 민간 어린이집의 일방적인 희생과 헌신만으로 이 아이들의 기본권을 지켜내는 데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아이들이 편견 없는 공간에서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국가와 지자체의 실질적인 제도적 보완이 시급해 보입니다.
CBS 뉴스 정원희입니다.
[영상기자: 이정우]
[영상편집: 김영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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