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최근 제주에서 실종 사건을 허위로 종결 처리해 경찰관이 체포되는 등 일선 현장의 부실 수사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경남에서는 수사기록을 분실해 범죄자에게 '면죄부'를 준 황당한 일이 드러났다.
경찰이 수사기록을 잃어버린 채 수년 동안 방치하다가 공소시효가 만료돼 피의자를 처벌하지 못하는 일까지 발생하면서, 경찰의 허술한 사건 관리가 도마에 올랐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진주경찰서는 최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무면허 운전) 혐의를 받던 40대 A씨에 대해 '공소권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했다. A씨는 지난 2020년 11월 면허정지 수준의 음주 상태에서 무면허 운전을 하다 적발됐다.
당시 경찰은 A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이 '운전 차량을 구체적으로 특정하라'며 보완수사를 요구하자 수사기록을 분실하고 사건 자체를 잊어버렸다.
조사 결과 사건 전산 등록이 누락된 데다 담당 경찰관이 수사기록을 찾지 못한 채 무려 5년 6개월간 사건을 방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뒤늦게 서랍 뒤에서 기록을 찾아냈을 때는 이미 공소시효(5년)가 지나 피의자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게 됐다.
황진환 기자
수사기록 분실 사태는 진주뿐만이 아니다.
남해경찰서 역시 2019년부터 수사하던 채권추심법 위반 사건의 수사기록을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 이후 분실했다가, 공소시효(5년)가 만료돼 이달 중순 불송치 종결 처리했다.
공소시효는 남아 있어 재수사를 해야 하지만, 수사기록을 분실한 사례도 드러났다.
김해중부경찰서는 2022년 전세보증금 편취(사기 미수)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가 보완수사 요구를 받은 뒤 수사 기록을 잃어버렸고, 창원서부경찰서도 2021년 보완수사 요구를 받은 마약 투약·소지 사건 기록을 분실했다. 심지어 경남경찰청마저 2021년 보이스피싱 계좌 제공(사기 방조) 사건 기록을 잃어버렸다가 전자문서 출력물 등으로 일부 복구했다.
이번 무더기 방치 사태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대검찰청 요청으로 '보완수사요구 장기 미회신 사건'을 전수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법조계에서는 공소시효가 남은 사건이라도 시간이 지나 증거가 오염되거나 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할 경우 향후 재판에서 유죄를 입증하고 공소를 유지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경남경찰청은 수사기록을 분실한 담당 경찰관들을 상대로 진상조사를 벌인 뒤 징계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기록 분실과 공소시효 만료에 따른 과실을 인정하면서도, 2021년 형사소송법 개정 초기 보완수사요구 제도가 도입되는 과정에서 시스템이 불안정해 오프라인 서류 처리와 담당자 실수가 겹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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