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등록 이주아동 문제를 짚어보는 기획보도 '투명인간으로 자라는 아이들'.
오늘은 미등록 이주아동을 지원하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마저 엄격한 법규정으로 인해 무력화되고 있는 현실을 짚어봅니다.
정원희 기자입니다.
[기자]
정부 공식 통계에 잡힌 국내 미등록 이주아동의 수는 약 3000명.
하지만 현장에선 그 10배인 3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법무부 통계는 입국 기록이 있는 아동을 중심으로 하고 교육부 통계엔 학교에 다니는 아동만 포함되다 보니, 국내에서 태어났지만 행정망에 등록되지 않은 영유아와 학교 밖 아동은 통계에서 빠졌기 때문입니다.
가족들이 단속과 강제퇴거를 우려해 존재를 숨기는 것도 정확한 집계를 어렵게 합니다.
올해부터 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미등록 이주아동에게도 보육료를 지원하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데, 실제 지원 신청은 도내 미등록 이주배경아동 추정치인 6000명에 크게 못 미치는 100여 명 안팎에 그쳤습니다.
이주민 가정이 관련 정보를 접하기 어려운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부모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신분 노출입니다.
보육료를 신청했다가 자칫 불법체류 신분이 드러나 강제 추방될 것을 우려한 겁니다.
현행 출입국관리법은 공무원이 직무 중 미등록 체류 사실을 알게 되면 출입국 당국에 통보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학교 교육과 공공의료 등 일부 업무에는 통보 의무의 예외가 적용되는데, 어린이집은 이 예외 규정에서 빠져있습니다.
아동을 보호하려는 지자체의 선의가 중앙정부의 법체계와 행정 장벽에 가로막혀 충돌하는 셈입니다.
[인터뷰] 오경석 대표 / 경기도이민사회통합지원센터
"부모의 체류 자격하고 아이들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박탈하는 것을 연동시키는 것은 여러모로 부당한 일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결정적으로 아이들의 미등록 지위는 스스로의 책임이라고 볼 수가 없고 부모의 미등록에 기인하기 때문입니다."
국내 보육제도는 주민등록번호나 외국인등록번호 등 행정적 신분을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미등록 가정은 보육료 지원을 받을 수 없습니다.
무거운 비용을 스스로 감당하거나 강제 추방의 위험부담을 안고 보육료를 신청해야 하는 현실의 벽 앞에서 대다수 부모들은 아이의 보육을 포기하고 있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체류 자격 관리와 아동을 위한 필수 행정 서비스를 분리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렇게 되면 아이에게 보육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해서 부모의 체류 위반을 면제하거나 합법화하는 것은 아닌 만큼, 어른들의 책임을 아이에게 전가하는 '연좌제'를 멈추고 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인터뷰] 오경석 대표 / 경기도이민사회통합지원센터
"우리나라 국적법이 혈통주의를 택하고 있을 뿐이지 그렇지 않은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 아마 그 아이들이 생활하고 있다면 그 아이들은 시민권을 받았을 거거든요. 그래서 불법이라는 말 자체를 한국에서 나고 자란, 체류 자격에 대한 자기 책임이 없는 아동들에게까지도 일방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적절할까…"
유엔아동권리협약은 부모의 신분과 관계없이 모든 아동이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학교에 갈 수 있는 아이가 그보다 어린 시기에는 어린이집에 가기 어려운 제도의 역설.
아동 보호를 위한 명확한 기준과 안전망이 마련되지 않는 한, 아무리 좋은 지원책이 있어도 부모들은 행정기관 앞에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습니다.
CBS 뉴스 정원희입니다.
[영상기자: 정용현]
[영상편집: 김영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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