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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 아직도 비싸요"…월경권 보장,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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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 올 초 생리대 가격·월경권 지적
성평등부, 지난달부터 '모두의생리대' 운영
"여자들 당황할 일 많은데 유용해" 긍정적 반응
"월경 인식·교육·기본법 등 월경권 논의 확대돼야"

서울 광진구청에 설치된 공공생리대 '모두의 생리대' 자동지급기. 김하영 수습기자서울 광진구청에 설치된 공공생리대 '모두의 생리대' 자동지급기. 김하영 수습기자
"생리대 가격이 부담돼요", "공공생리대가 더 생겼으면…"
"생리대를 사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더 도와주면 좋겠어요"

 
지난 24일 서울 광진구의 한 공공생리대 지급기 앞에서 만난 여성들은 '월경권'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월경권은 여성이 월경을 건강하고 안전하게 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그러나 그간 월경은 개인의 몫으로 여겨지며 기본적인 권리로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올해 초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월경권 보장과 생리대 가격을 지적한 뒤 이를 위한 정부와 관련 업계의 노력이 이어졌다.

저가 생리대 출시부터 공공생리대 보급까지 월경권 보장을 위한 정책이 확대되고 있지만, 기본권 차원에서 더 폭넓게 다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버튼만 누르면 나오는 공공생리대…"당황할 일 많은데 유용해"

성평등가족부는 지난달부터 주민센터, 도서관 등에 생리대 지급기를 상시 비치해 누구나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공공생리대 사업 '모두의 생리대'를 시작했다.
 
이날 취재진이 서울 광진구청에 설치된 자동지급기를 찾아 사용해 보니, '받기' 버튼만 누르면 한 봉지에 2개가 들어있는 생리대가 바로 나왔다.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광진구에 사는 이채은(24)씨는 "지급기가 있는 것이 유용해 보인다"며 "(생리대는) 급하게 필요한 경우가 많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자고등학교를 다녔는데 당시에도 이런 자판기가 있었다. 급하게 이용하는 친구들이 많았기 때문에 (모두의 생리대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60대 박언숙씨는 "너무 좋다고 생각한다"며 "저도 경험했지만, 여자들이 갑자기 당황할 일이 생기는데 이런 지급기가 있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대량으로 가져가는 등 오남용 우려도 있었다. 50대 이선영씨는 "(공공생리대 지급기는) 많이 유용해보인다. 공공기관이나 지하철 화장실에도 구비하면 좋겠다"면서도 "급하지 않은 사람들도 가져갈 수 있어서 세금 낭비가 될 수도 있겠다"고 우려했다.
 
성평등가족부는 지난 6일 '모두의 생리대' 사업 한 달 차를 맞이해 사업 운영 상황을 발표했다. 성평등부 관계자는 "전날(5일) 기준 공공생리대 납품 요구량은 29만 4100팩(1팩에 2개)"이라며 "현재까지는 우려됐던 남용 사례가 발견되진 않았고 사업 인지도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공공생리대 수동 지급기 300대는 모두 설치됐고, 자동 지급기 400대는 다음 달 중 설치가 완료될 예정이다.

일반 생리대 가격 일본의 2배…"매달 꼭 사야 하는데 부담 쌓여"

25일 서울 광진구의 한 대형마트에 생리대가 진열돼 있다. 김지은 기자25일 서울 광진구의 한 대형마트에 생리대가 진열돼 있다. 김지은 기자
이 대통령의 지적 이후 유통업체와 대형마트는 앞다퉈 저가 생리대를 내놨고, 개당 100원인 '백 원 생리대'까지 출시됐다. 그러나 여성들은 저가 제품의 경우 안전성을 걱정하는 데다 가격 면에서도 여전히 부담을 느끼고 있다.
 
50대 여성 이선영씨는 "(생리대를) 나도 쓰고 우리 딸도 쓰니까 생각보다 한 달에 들어가는 돈이 많다"며 "올해 초 정부가 가격을 지적했을 때 (생리대가) 조금 싸졌는데 지금은 다시 비싸진 것 같은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광진구에 사는 권민지(31)씨도 "의심이 많은 편이라 너무 싸면 품질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천 원 생리대(개당 100원) 같은 경우도 그런 부분이 걱정이 돼서 사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광진구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생리대 가격을 살펴보니, 중형 크기 생리대의 가격은 개당 210~500원 수준이었다. 대량으로 포장돼 있는 상품일수록 낱개 가격이 저렴해졌고, 브랜드와 성분·기능에 따라 가격이 달라졌다.
 
마트에서 생리대를 구매하기 위해 제품을 비교하던 최유진(29)씨는 "물가도 올라서 생리대 가격이 더 비싸게 느껴진다. 한 달에 한 번은 꼭 필요한 것인데 구매할 때마다 가격이 쌓이고 쌓여서 더 부담이 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 4월 발표된 국회입법조사처의 현안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영국의 한 연구기관에서 국가별 최저 가격을 기준으로 생리대 가격을 조사한 결과 한국이 30개국 중 7번째로 높은 수준이었다. 해당 조사에서 한국의 최저가 기준 생리대 1개 가격은 0.113달러(약 153원)로 일본(0.058달러) 보다 약 2배 높았다.
 

"인식 개선·월경 교육…기본법 통해 정의해야"

월경권에 대한 논의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다만 생리대 가격 등에만 머물지 않고 올바른 월경 교육, 여성의 건강권 보장 차원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공공생리대인 '모두의 생리대'는 보편적인 월경권 보장 차원에서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여성환경연대 여성건강팀 안현진 팀장은 "'모두의 생리대'는 사용 대상을 선별하지 않는다는 점이 굉장한 장점"이라며 "연령, 소득기준 등에 상관없이 증빙절차도 필요하지 않아 낙인을 찍지 않고 필요한 사람에게 월경용품을 지원한다"고 평가했다.
 
생리대 가격의 경우 전반적인 인하와 함께 성분의 안전성도 확보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 팀장은 "100원 생리대, 반값 생리대처럼 이벤트성이 아니라 생리대의 전반적인 가격 문제에 대한 고찰과 인하가 필요하다"며 "가격 문제와 함께 여성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화학 물질에 대한 규제 정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 허민숙 입법조사연구관(여성학 박사)도 "생리대는 내가 하고 싶어서 또는 사고 싶어서 사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개인 소비자의 문제로 방치됐다"며 "가격과 안전성 측면에서 공공재로서의 인식을 가지고 국가와 지자체가 책임을 지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월경권을 기본권으로 보고 정의부터 인식, 교육까지 폭넓게 보장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허 연구관은 "월경권 보장과 관련된 '월경권 기본법'이 필요하다"며 "월경권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와 공공생리대를 어디에다가 누가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를 법으로 규정해서 보장해 주는 근거법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안 팀장은 "정책적으로는 월경권이 다뤄지고 있지만 아직 월경 교육은 충분하지 않다. 여성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월경에 대한 인식 개선과 교육이 필요하다"며 "월경용품의 경우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사용 시 주의점 등을 교육해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무엇을 사용해야 하는지 선택할 수 있는 교육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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