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류영주 기자인공지능(AI) 칩 시장의 선두주자인 엔비디아가 폭발적인 실적 성장세를 유지하며 'AI 피크아웃론(정점통과론)'을 수치로 반박했다. 엔비디아의 핵심 파트너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삼전닉스)의 메모리 영향력 확대도 이번 실적 발표를 통해 사실상 확인되면서 반도체 초호황 흐름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 기대도 커졌다.
다만 높은 메모리 가격에 대한 AI 산업계의 부담과 자국 내 생산 확대를 요구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적 견제는 '삼전닉스'의 리스크로 여전히 남아있다. 이런 가운데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첨단 패키징 팹(반도체 공장) 착공식을 열며 성장 가속 페달을 밟았다.
AI 투자 오히려 '활활'…엔비디아 매출, 1년 전보다 2배 늘었다
엔비디아는 2027 회계연도 2분기(올해 5~7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배 넘게(106%) 증가한 962억 2천만 달러(약 133조 원)로 집계됐다고 26일(현지시간) 밝혔다. 시장 예상치인 921억 7천만 달러를 훌쩍 뛰어넘은 호실적으로, 13분기 연속 매출 신기록을 이어가며 폭발적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음을 수치로 증명했다.
실적 성장의 핵심축은 AI 데이터센터향(向) 제품 판매였다. AI 칩 매출이 포함된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7%, 직전 분기 대비 18% 증가한 890억 달러로, 전체 매출의 대부분(92%)을 차지했다. 비용 부담 가중과 수익 불확실성으로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가 축소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와 배치되는 내용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연합뉴스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 발생처가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빅테크, 즉 하이퍼스케일러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세부적으로 하이퍼스케일러 대상 매출은 1년 전 242억 달러에서 올해 2분기 487억 달러로 약 2배 증가했는데, AI 클라우드 기업 등을 상대로 올린 매출은 같은 기간 169억 달러에서 403억 달러로 더 큰 폭(약 2.4배)으로 증가했다. AI 투자 열풍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확산하고 있다는 의미다.
얼마나 '남는' 장사를 했는지 나타내는 매출총이익률도 75%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수익성을 확인했다.
'삼전닉스' 메모리 가격 협상력 강세…엔비디아 마진 전망에 반영
이번 실적 발표에서는 엔비디아의 핵심 메모리 공급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장 지배력도 확인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기업은 엔비디아의 주력 제품인 AI 가속기에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핵심 부품을 공급 중이다.
엔비디아는 메모리 공급 부족 상황을 언급하면서 3분기 매출총이익이 74%로 소폭 감소한 뒤, 4분기에는 71~72%까지 낮아졌다가 이후 72~73%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자체 전망했다. 이에 대해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전닉스'의 반도체 가격 협상력이 엔비디아라는 최대 AI 기업을 상대로도 강세를 보인다는 신호로 판단하고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예전처럼 (엔비디아가 수익성을 고려해) 메모리 반도체 가격을 낮춰서 계약하는 게 이제는 힘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다만 엔비디아는 2028회계연도 매출이 전년 대비 70% 추가 폭증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AI 슈퍼사이클'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확신을 내비쳤다. 그간 피크아웃론 속에서 주춤하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엔비디아 실적 발표 영향으로 27일(한국시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전장 대비 각각 1.72%, 2.49% 상승 마감했다.
'생산 확대·美정부 압박돌파' 과제…SK하닉, 美서 '1호 HBM 팹' 기공식
AI 기술 고도화에 따른 메모리 품귀 현상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는 고성장을 이끄는 동력이지만, 동시에 극복해야 할 과제로도 꼽힌다. 고공 행진 중인 메모리 가격이 수요 측을 장기간 짓누르면 대안 모색, AI 업황 침체 등 여러 변수를 낳을 수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에 두 기업은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에도 발맞춰 국내에서 공격적으로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미국으로 데려와 공장을 짓게 하고 싶다"는 노골적인 압박 메시지도 나오는 상황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AI 호황이라는 기회를 제대로 잡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외부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고도의 경영 판단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이처럼 기회와 리스크가 교차하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는 27일(현지시간)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있는 퍼듀대학교 할로웨이 체육관에서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장(인디애나 팹) 기공식을 개최했다. 인디애나 팹은 이 기업의 미국 내 첫 HBM 생산거점이다. 총 40억 달러 이상이 투자될 이곳은 2029년 하반기 차세대 HBM 양산을 목표로 지어진다. 2028년 10월쯤 반도체를 만드는 클린룸이 완공될 예정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인디애나 팹에서) 2029년 3분기부터 (7세대 제품) HBM4E를 양산할 계획이며, 연간 수십만 장의 웨이퍼 생산 능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SK하닉, 미국 내 '1호 HBM 팹' 구축 본격화…"차세대 제품 대량 양산")미국의 투자 확대 요구 기류 속에서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 곽 사장은 "미국에 대한 투자와 협력을 확대하고 함께 성장하며, 미국 AI의 미래를 같이 만들어가는 가장 신뢰받는 파트너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내 추가 투자 가능성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곽 사장은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물과 전력, 인재, 보조금 같은 자원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열려 있다"고 답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파운드리 공장을 갖고 있으며, 370억 달러 이상 투입되는 테일러의 첨단 파운드리 공장도 연내 가동을 목표로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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