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등록 이주아동 기획 '투명인간으로 자라는 아이들'.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미등록 이주아동 문제 해결을 위한 입법이 쉽지 않은 원인을 짚어봅니다.
또, 제도와 인식 개선을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도 생각해봅니다.
정원희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출생신고조차 할 수 없는 '그림자 아동'.
서류상 존재하지 않는 미등록 아동들은 최소한의 의료와 보육 혜택에서 배제될 뿐만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도 진학이나 취업의 길이 막혀 범죄의 표적이나 사회적 위협군으로 내몰리기 쉽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7일 헌법재판소에서 의미 있는 결정이 나왔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난 외국인 자녀가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 현행 제도는 헌법에 어긋난다는 재판관 전원일치 판단입니다.
헌재는 "태어난 즉시 출생 등록될 권리는 헌법상 기본권"이라며, 국적이나 체류 자격과 무관하게 아동의 존재를 공적으로 기록해야 할 국가의 입법 의무를 명확히 했습니다.
그동안 국회의 문턱은 높았습니다.
지난 18대 국회부터 21대 국회까지 14년간 관련 법안은 매번 자동 폐기됐고, 22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6건이나 발의됐지만 모두 상임위에 계류 중입니다.
가장 큰 장벽은 이주민을 향한 편견과 혐오입니다.
특히 "미등록 이주민들이 국민의 건강보험료나 세금을 축낸다"는 주장은 입법을 방해하는 대표적인 가짜뉴스로 꼽힙니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국내 이주민들이 납부한 건강보험료 누적 흑자액은 최근 7년간 3조 원에 달합니다.
3만 명으로 추산되는 미등록 아동 의료지원 예산은 이 흑자액으로 충분히 감당하고도 남는 수준으로, 오히려 외국인들의 보험료가 국내 재정에 기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전문가들 역시 이 아이들의 80% 이상은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실상의 '한국인'이며, 부모들 역시 지역 주민으로서 온갖 세금을 성실히 납부하고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이러한 오해를 바로잡고 인식 전환을 이끄는 데 있어 한국교회의 역할은 절대적입니다.
부모가 신분 노출을 우려해 꼭꼭 숨어버린 상황에서, 교회가 이들을 세상 밖으로 안전하게 이끌어내는 마중물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장 활동가들은 개교회가 직접 거창한 사역을 시작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합니다.
교회가 이주민 지원센터와 어린이집, 법률·의료 전문가를 미리 파악해두고, 주변에서 도움이 필요한 가정을 발견했을 때 안전하게 연결하는 가교 역할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설명입니다.
궁극적으로 교회의 역할은 일회적인 구제에 머물지 않고, 약자를 계속 사각지대에 가두는 낡은 제도를 바꾸는 일로 확장되어야 합니다.
최근 기독교대한감리회와 미등록아동지원센터를 비롯해 5개 아동 NGO 등이 함께 '미등록희망포럼'을 출범하고 법안 통과를 위한 잰걸음에 나선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인터뷰] 은희곤 목사 / 미등록아동지원센터 대표
"미등록 아동들을 위해서 교회나 시민사회단체가 많은 일들을 하고 있어요. 그러나 법이 바뀌지 않는 한 이들의 그 운명의 굴레를 벗길 수가 없어요. 우리 교회에서도 그들을 배타적인 정서가 아니라 포용해 주고, 하나님의 평등한 자녀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그러한 구조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맨 먼저 앞장서서…"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아동들을 향해 혐오와 색출의 잣대를 거두고, '조건 없는 환대'라는 복음의 본질로
한국교회가 응답해야 할 때입니다.
CBS 뉴스 정원희입니다.
[영상기자: 정용현]
[영상편집: 김영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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