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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강변의 진흙 둔덕, 알고보니 "250가구 살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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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8-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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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대홍수에 감긴 누와코드 마을 가보니
진흙에 묻혀 흔적도 없어…복구 시작도 못해
일부 주민들 복귀해 가재도구 등 챙기기도
남편 잃고 오열…맨발로 무너진 집 근처서 망연자실

네팔 대홍수 피해 지역인 누와코트의 비두르 마을.  정영철 기자네팔 대홍수 피해 지역인 누와코트의 비두르 마을. 정영철 기자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북서쪽으로 직선거리로 30km 떨어진 누와코트는 대홍수가 처음 시작된 라수와의 아래에 위치해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 중 하나다.

19일 이곳을 찾기 위해 안개 자욱하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2시간 넘게 달려야 했다. 홍수 때문에 평소 다니던 길은 다리가 끊겨서였다.

처음 도착한 비두르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회색의 진흙이 집어삼킨 건물들이 곳곳에 눈에 들어왔다. 포크레인과 불도저 등 중장비도 분주히 오가며 진흙더미를 치우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하지만 온 마을을 덮은 진흙더미는 말끔히 정리되고 예전의 모습을 되찾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였다.

누와코트 비두르 마을에서 복구 작업을 하는 불도저. 정영철 기자누와코트 비두르 마을에서 복구 작업을 하는 불도저. 정영철 기자
현장 관계자는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또 물이 범람해 올 수 있다는 얘기가 있어 걱정된다"고 했다.

한참 취재를 하던 중 여러 명의 수색대원 앞에서 오열을 하는 여성의 소리가 들렸다. 축제에 참석했다가 급류에 남편을 잃어버린 중년 네팔 여성이었다. 그녀는 한참을 눈시울을 양손으로 훔친 후에야 부축을 받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오르막길이 시작되는 길모퉁이에는 또 다른 여성이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수분 후 통화를 마친 그는 "3층짜리 집이 무너져 갈 곳이 없게 됐다"며 손가락을 가리켰다. 그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키우던 강아지도 한 마리 잃었다"고 말했다.

집을 잃은 네팔 여성이 신발을 신지도 않은 채 통화를 하며 앉아 있다. 정영철 기자집을 잃은 네팔 여성이 신발을 신지도 않은 채 통화를 하며 앉아 있다. 정영철 기자
차로 20분 정도 이동하니 진흙더미가 높이 둔덕을 이룬 곳을 바라보며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보였다. 알고 보니 250가구 정도가 살았던 마을이었다. 누가 말하지 않으면 마을이라고 상상하기가 힘든 형체였다.

이곳은 맞은 편 강변에 위치한 터라 접근 자체가 쉽지 않아 보였다. 이 때문에 복구가 언제나 시작될지 장담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인근에 사는 람허리꾸말씨는 이곳을 '피팔타르 5구역'이라고 소개하면서 "이곳에 살던 사람들이 지금 맞은편에 있는 학교에서 임시로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네팔 대홍수로 인한 토사에 묻혀 흔적이 사라진 마을. 정영철 기자네팔 대홍수로 인한 토사에 묻혀 흔적이 사라진 마을. 정영철 기자
마침 학교 안에서는 감자 등 구호물자를 한창 내리고 있었고, 수십 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이 불리길 기다리고 있었다.

교실 난간에는 빨래가 널려 있고 한쪽 그늘 아래서는 몇몇이 식사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곳에서 만난 얼준거주레씨는 "아내와 식사를 하는데 위험을 알리는 호각 소리를 듣고 재빨리 오토바이를 타고 빠져나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뒤에서 쾅쾅하는 소리가 들렸다"며 아찔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좀 더 길을 따라 들어가니 데비갓이라는 새로운 마을이 나왔다. 회색 진흙으로 부어 놓은 듯한 마을 초입부터 시큼한 시궁창 냄새가 강하게 풍겼다. 농사용 트럭은 진흙 속에 꼬꾸라졌고 트랙터는 반 정도 잠겼다. 좀 더 들어가니 지붕 끝만 노출된 건물도 있었다.

누와코트 데비갓 마을믜 끊겨진 다리. 정영철 기자누와코트 데비갓 마을믜 끊겨진 다리. 정영철 기자
초토화된 마을을 관통해 계속 들어가니 세찬 트리슐리강이 가로막고 있었다. 다리가 끊기면서 길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다리 상판의 철제는 종이처럼 구겨진 채 물길을 가로질러 놓여 있었다.

아직 복구 작업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지만 몇몇 집주인들은 집안에서 쓸 만한 가재도구를 챙기기 바빴다. 구호품도 도착하면서 길거리에 담요, 의자, 가스통 같은 것들이 놓여 있었다.

몇몇 청년들이 진흙에 빠진 오토바이를 힘겹게 꺼내는 장면도 보였다. 뻘에 빠진 듯이 좀처럼 움직이지 않자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했다.

진흙에 파묻혔던 오토바이를 꺼내는 청년들. 정영철 기자 진흙에 파묻혔던 오토바이를 꺼내는 청년들. 정영철 기자 
마을을 빠져나오려 하자 군인들을 태운 차량들이 보였다. 마을에는 때마침 네팔 재무장관이 방문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이 마을에 500가구 정도가 있었다"고 전했다. 다가구 주택이 상당수 있는 점으로 미뤄 수천 명이 거주했을 것으로 추산됐다.

경찰 관계자는 "오늘 15구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말했다.

다시 차를 타고 마을을 벗어나니 금세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평온한 모습이 이질적으로 보였다. 재앙적 홍수가 닥친 곳과 무사한 곳의 경계는 불과 수십m에서 100m 남짓에 불과했다.

상대적으로 지대가 높은 곳은 수마를 피했지만, 트리슐리강을 따라 낮은 곳은 어김없이 폐허처럼 변한 것이다.

복구 중인 집 앞에 놓인 구호 물품들. 정영철 기자복구 중인 집 앞에 놓인 구호 물품들. 정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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