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홈플러스 사태, 소상공인 생존권 영업권보장 촉구 집회' 에 참가한 한 홈플러스 입점 점주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황진환 기자"직원들은 자기들 월급 다 받으면서 저희 같은 영세 소상공인들은 7개월치 월급도, 납품 대금도 못 받고, 그것도 밀린 대금의 대부분을 2030년까지 준다고 하면 너무 억울하잖아요. 이재명 정부가 소상공인을 위한 정부라는데 전혀 위하는 것도 아니고 이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몇년동안 홈플러스에만 물건을 납품해온 납품업체 대표 A씨는 울분을 터뜨렸다.
A씨는 지난 1월부터 지금까지 홈플러스에 납품한 밀린 대금 수천여만원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법정 관리 이후 결제를 제때 해준다고 해 계속 납품했지만 1월부터 갑자기 입금이 되지 않았고 홈플러스는 "좀 기다려 달라"는 말만 반복할 뿐 결국 한 푼도 주지 않았다.
8개월째 수입이 없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겨우 생활하고 있다는 그는 "홈플러스 상환계획대로 2030년에 납품대금의 대부분을 준다면 저보고 죽으라는 소리"라며 "홈플러스 직원들에게 7개월치 월급을 안 주고 그걸 2030년에 준다면 자기는 동의하겠냐"고 반문했다.
A씨는 "입장을 바꿔놓고 봐도 희생은 서로 간에 주고받는 거지 자기들은 월급을 두 달 치 못받는다고 희생한다고 하고, 우리는 7개월 치를 못 받고, 그것도 7개월 치 월급을 2030년에 줄지 안 줄지 모르는데 그걸 한다는 건 고통 부담은 아니다"라며 "이재명 대통령도 우리 영세 상인들을 먼저 살려줘야 되는데 반대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몇억을 받을 게 있는데 1년 반 기다렸다가 0.5% 몇백만 원 갚아주고 그 다음에 또 2029년 1년 더 있다가 20% 갚아주고, 2030년까지 70% 다 갚아준다 이러는데 그러면 벌써 4~5년간 묶어놔야 되면 공장 돌릴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죽는 거죠. 법정 관리해서 돈 준다고 해서 납품했는데 이건 아니다 그래서 내가 물건 못 팔았으면 못 팔았지 동의는 못 해준다고 했습니다."
법정 관리 이후부터 납품해온 납품업체 대표 B씨도 "긴급운영자금 2천억을 대출받으면 다 해결해 갖고 우리들한테 결제해 주고 또 납품을 받는 줄 알았는데 2천억을 미끼로 삼아서 지금부터 주문하는 거는 현금으로 준다고 해서 물건을 해줬어요. 근데 계속 그렇게 보면 몇억은 계속 깔고 가는 거 아닙니까? 거기에 말려 들어가는데 죽을 지경"이라고 힘없이 말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달 3일 홈플러스가 회생절차에 필요한 최소 운영자금 2천억원을 마련하지 못했다며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이후 최대 채권단인 메리츠금융그룹이 지난달 16일 홈플러스에 대한 2천억 원의 긴급운영자금(DIP) 지원을 결정하자 폐지 결정을 취소하고 회생절차를 연장했다.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도 다음 달 4일로 늘렸다.
법원이 회생 절차 기한을 연장하면서 파산 직전에까지 내몰렸던 홈플러스는 지난달 임시휴업에 들어갔던 전국 67개 점포의 영업을 13일 재개했다.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을 심리하는 관계인집회도 조만간 열린다.
서울회생법원은 수정된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의결을 위한 관계인집회 기일을 다음달 2일 연다.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9월 4일)을 이틀 앞둔 시점이다.
관계인집회는 기업회생 절차에서 회생계획안에 대해 회생채권자들의 동의를 얻는 자리다. 회생채권에는 회생절차 개시 전 납품 대금이나 임대료, 일반 대출 등이 포함된다.
공익채권자들은 법적으로 100% 변제가 보장돼 있어 회생계획안에 대한 찬반 의결권을 갖지 않는 반면, 회생채권자들은 회생계획에 따라 변제율이 달라질 수 있어 의결권을 지닌다. 회생채권자들이 계획안을 가결할 경우 법원도 회생계획을 대부분 인가하는 구조다.
관계인집회에서 회생계획안이 가결되지 않을 경우, 법원 감독 아래 회사의 정상화를 꾀하는 회생 절차가 폐지될 수 있다.
홈플러스는 회생법원의 요청에 따라 관계인집회를 앞두고 납품업체들에 분할상환안 동의를 요청했다.
홈플러스는 28일 입장문을 내고 "공익채권 분할 상환 동의에 회생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며 "공익채권 규모를 고려하면 높은 수준의 동의가 이뤄져야 회생계획안을 실행할 수 있다고 평가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법원이 홈플러스가 계획대로 빚을 갚을 수 있는지를 판단할 때 납품업체들의 동의율을 중요하게 살펴보는 만큼 추가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공익채권은 회생절차 개시 이후 영업 과정에서 발생한 물품대금·임금·세금 등으로, 회생채권과 달리 원칙적으로 회생절차에 의하지 않고 수시로 변제되는 채권이다.
홈플러스의 공익채권은 밀린 급여와 퇴직금, 미지급 납품대금 등 약 9300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납품대금은 503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7일까지 공익채권자 9571곳이 분할 상환에 동의해 전체 동의율은 58.1%를 기록했다. 납품업체의 동의율은 62.4%, 임직원은 87.2%로 집계됐다.
다만 분할상환 동의율은 법적으로 회생채권자나 담당 재판부가 인가 여부를 판단하는 직접 지표는 아니다.
홈플러스 회생계획안에 대한 회생채권자(관계인집회 의결권 행사) 동의 요청. 협의회 제공홈플러스는 2028년 2월까지 미지급 납품대금의 0.5%만 변제하고, 2029년 2월까지 20.3%, 2030년 2월까지 나머지 79.2%를 원금만 갚는 방안에 동의를 요청하고 있다.
앞으로 약 1년 6개월 동안 밀린 납품대금의 0.5%만 갚고 약 80%를 마지막 1년에 상환하는 구조다.
이에 대해 납품업체들은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수십억원의 납품대금을 받지 못한 납품업체 대표 C씨도 "회생계획안의 자금 변제 부분에서 공익채권에 대한 부분이 완전히 등한시 되는 쪽으로 결과가 나오니까 업체들 입장에서는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상황이냐, 근로자들 임금이나 퇴직금 보존하는 거는 뭐 그렇다 치지만은 메리츠에 자금 회수하는 부분을 1순위로 주고 공익채권 부분을 후순위로 미루니까 업체 입장에서는 황당하다"며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같은 유형의 공익채권은 동일한 방식으로 갚기 때문에 동의한 채권자만 불이익을 받는 것은 아니다"며 "만약 충분한 동의를 얻지 못해 회생계획안이 인가되지 않아 파산으로 이어지면 채권자가 돌려받는 돈은 줄고 상환 기간은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홈플러스가 회생계획안이 인가되지 않을 경우 동의하지 않는 납품업체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분위기다.
기업회생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공익채권은 회생계획에 구속되지 않기 때문에 회생계획안이 인가되더라도 동의하지 않은 공익채권자들은 언제든지 변제 요구가 가능하다"며 "그래서 법원에서 공익채권자들의 동의율을 수행 가능성과 연계해서 보고 있는 것"이라며 "공익 채권자들이 변제를 청구하면 회생계획안의 계획대로 자금이 집행 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 회생 과정에서 5천억 원가량의 물품 대금을 받지 못한 납품업체들이 구성한 홈플러스 상거래 공익채권단 협의회는 상거래 공익채권도 다른 공익채권과 동등하게 순차적으로 변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변제 재원과 이자·지연손해금 처리 방안도 구체적으로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협의회가 제시한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약 633억원 규모의 급여 및 퇴직금은 오는 2027년 2월까지 약 69%가 변제되고 2028년 2월까지 전액 상환될 예정이다. 반면 약 5032억원 규모의 물품대금 공익채권은 같은 기간 변제율이 0.5%에 그친다.
메리츠 관계사 담보신탁채권 약 250억원은 준비연도에 변제되고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선순위 담보신탁채권도 대부분 2028년 2월까지 상환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협의회는 설명했다.
협의회는 납품대금 변제가 장기간 미뤄질 경우 납품업체의 자금난이 심화되고 상품 공급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메리츠금융그룹 등 주요 이해관계자가 추가 부담을 나눠 납품업체 변제 여력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협의회를 대리하는 김태희 LKB평산 대표변호사는 "회생의 한 축을 지켜온 납품업체들은 누구보다 홈플러스가 다시 일어서기를 바라고 있지만 물품대금 변제를 2030년까지 미루는 지금의 계획은, 그때까지 버틸 여력이 없는 중소 납품업체들에게는 너무 먼 약속"이라며 "회생이 지속 가능하려면 그 회생을 지탱해 온 협력업체들 또한 함께 버틸 수 있어야 한다. 진정한 상생을 위해, 그 사이 조금씩이라도 공정한 변제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황진환 기자영문기사 보기 (View English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