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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망이는 화려하지만…' 100억 거포의 수비 이닝은 '0'…한화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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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호. 한화 이글스강백호. 한화 이글스
타석에선 100억 원의 가치를 증명했지만, 수비 이닝 '0'이라는 그늘은 지우지 못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아쉬움을 털어내기 위해 비시즌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4년 100억 원을 쏟아부어 거포 강백호를 품은 한화 이글스의 현주소다. 타선 파괴력을 극대화하겠다는 구단의 전략적 판단은 절반의 성공에 그치고 있다.

방망이의 파괴력 자체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적 첫해를 맞은 강백호는 2026시즌 101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9, 27홈런, 94타점, OPS 0.909를 기록하며 팀 공격을 홀로 이끌고 있다. 리그 전체에서도 홈런 4위, 타점 5위, OPS 8위 등 주요 공격 지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팀의 간판타자다운 화력을 뿜어내는 중이다.

하지만 100억 원이라는 거액의 몸값을 고려하면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공격 지표를 제외한 주루 기여도가 미미한 데다, 올 시즌 수비 출전 이닝이 '0이닝'에 멈춰 서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반쪽짜리 활약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현대 야구에서 지명타자 슬롯은 주전 야수들의 체력 안배와 잔부상 선수 관리를 위한 필수적인 유연성의 원천이다. 특정 선수가 이 자리를 독점하는 '전업 지명타자' 체제는 야수진 전반에 체력적 과부하를 초래한다. 한화는 강백호가 부상으로 결장한 기간을 제외하면 줄곧 그를 지명타자로 고정해 엔트리 운용의 폭을 스스로 좁혀왔다.

환호하는 노시환과 강백호. 한화 이글스환호하는 노시환과 강백호. 한화 이글스
전성기인 만 27세 선수가 수비에서 완전히 배제된 상황은 리그 전체를 통틀어도 극히 이례적이다. 2018년 데뷔 이후 외야와 1루를 두루 거치고 2024년 KT 위즈 시절엔 169⅔이닝 동안 포수 마스크까지 썼던 선수다. 불혹을 넘긴 최형우(43·삼성 라이온즈)가 외야 수비를 병행하고 베테랑 김현수(38·KT 위즈)가 1루를 지키는 현실과 대조적이다. KBO리그 역사상 규정 타석을 소화하며 수비 0이닝을 기록한 사례는 1993년 김기태(쌍방울)와 2014년 이용규(한화) 단 두 번뿐이었다.

현재 한화는 최근 13경기 1승 12패라는 극심한 침체 속에 리그 8위까지 추락했다. 5위 두산 베어스와의 격차가 11경기까지 벌어지며 포스트시즌 진출이 사실상 어려워진 만큼, 벤치는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를 제외하고 한지윤, 유민 등 유망주들을 적극 기용하며 리빌딩 모드에 들어갔다.

순위 경쟁 동력이 사라진 지금이야말로 강백호의 글러브를 다시 꺼내야 할 적기다. 최근 외야진의 잦은 실책을 감안하면 수비 불안만을 이유로 강백호의 수비 출전을 배제할 명분도 빈약하다. 아직 계약 기간이 3년이나 더 남은 만큼, 남은 시즌 동안 강백호의 수비 적응력을 실전에서 점검해 선수단 운영의 유연성과 100억 원의 투자 효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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