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올해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전역이 출처 불명의 '다크 머니'(Dark Money)로 얼룩지고 있다는 미 언론보도가 나와 주목된다. 뉴욕타임스(NYT)는 31일(현지시간) 광고 데이터와 선거 자금 보고서 및 세금 기록 등을 분석해 올해 약 10억 달러(약 1조3천700억원)에 달하는 익명의 자금이 정치권에 유입됐다고 보도했다.
기부금 명단 공개하지 않는 비영리단체
통상 미국의 선거는 일명 '돈잔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선거 캠페인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다. 문제는 돈의 출처를 교묘히 숨겨 누가 선거자금을 지원했는지 감추는 '다크 머니' 규모가 최근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다크 머니'가 유입되는 주요 경로는 기부자 명단을 공개할 의무가 없는 비영리단체들인데, 이면에는 특정 정치단체가 도사리고 있다는 게 NYT 보도의 주요 내용이다.
NYT는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과 연계된 비영리단체 4곳이 4억6천만달러가 넘는 '다크 머니'를 유통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단체들은 연방 세법상 사회복지단체로 등록돼 있지만 사실은 정치자금을 집행하는 슈퍼팩(super PAC)과 사무실을 같이 쓰고 동일인이 운영하는 '한 몸'이라는 게 NYT의 주장이다.
NYT는 "
최근 미시간과 미네소타 상원 예비선거에서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출처 불명의 자금이 유입됐다"며 "(이 돈으로)
진보 성향의 민주당 후보들을 낙선시키려는 시도가 벌어졌다"고 분석했다. '다크 머니'는 일명 '눈먼 돈'으로도 불릴 만큼 자금 추적이 어렵다. 이에
단순히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을 넘어 당내 후보 경선에서 경쟁자를 떨어트리기 위해 자금이 집행되기도 한다. 혹은
본선에서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를 최종 당선시키기 위해 상대 당 예비경선에서 제일 약한 후보를 밀어주는 '역선택'에도 천문학적 광고비를 투입한다.
비방광고에 시달렸던 엘사예드 "다수의 힘이 돈보다 강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수차례 '공산주의자들'이라고 지칭한 민주당 내 강성 진보인 민주사회주의(DSA) 계열 정치인들의 상원 예비선거에서도 이들 후보들을 끌어내리려는 '다크 머니' 수천만달러가 유입됐다고 NYT는 전했다. 미시간에서 비방 광고에 시달리다 우여곡절 끝에 최종 후보로 선출된 압둘 엘사예드는 "우리 다수의 힘은 그들의 돈의 힘보다 더 강하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엘사예드의 경쟁자였던 헤일리 스티븐스 하원의원은 6천200만달러 규모의 광고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NYT가 지목한 4개 대형 비영리단체의 지난 2022년 중간선거 광고 집행비는 1억6천600만달러로 집계됐다. 하지만 올해 중간선거에선 현재까지만 2억4천200만달러의 광고가 집행됐다고 NYT는 분석했다. 통상
비영리단체 광고는 정책 광고에 투입하는게 원칙이지만, 사실상 특정 후보를 지지 또는 비방하는 내용이 많다. 우편물 발송과 여론조사 비용, 집집마다 방문하는 활동가들의 인건비 등으로도 사용된다.
막강한 정치인엔 막강한 '다크 머니' 지원
경합지로 꼽히는
메인주에서 6선에 도전하는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공화)은 막대한 규모의 다크 머니 지원을 받고 있다. 문제는 그가 연방 정부의 지출 방향을 정하는 상원 세출위원장이라는 점이다. 각종 이익단체가 비영리단체의 '다크 머니'에 숨어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해당 후보가 당선 후 특정 단체의 이익을 대변할 법률 제·개정에 나서도 이에 제동을 걸 법적 장치가 현재로선 마땅치 않다.
'더 강한 미국(Stronger America Inc.)'이라는 비영리단체는 콜린스 의원 광고에 1천100만달러를 썼다. NYT는 해당 단체가 지난달 워싱턴 DC에서 주최한 만찬에 콜린스 의원이 참석했는데, 만찬 장소는 빅테크인 오라클이 소유한 타운하우스였다고 보도했다.
메인주에서는 '역선택'을 노린 공화당측 '다크 머니'가 대거 유입됐다. 메인주 제2선거구에서는 현역인 재러드 골든 하원의원(민주)이 은퇴하면서 그를 이어받을 후보가 큰 관심사였다. 이에 공화당측 비영리단체들은 민주당에서 가장 강력한 인물로 평가받는 조 발디치 주(州) 상원의원을 떨어트리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 이들 단체가 제작 의뢰한 광고는 '다크 머니가 선택한 후보는 조 발디치 의원'이라는 비방성 광고였고 결국 효과를 봤다. 발디치는 민주당 내 경선에서 최종 패배했다.
"미 정치시스템에 독(毒) 주입하기에 충분한 돈"
이같은 검은 돈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횡행하지만 현행 선거관리법으로는 이를 적발할 방법이 없다. NYT는 "
검은 돈의 유입은 미국 전역의 선거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며 "
억만장자와 대기업 그리고 특정 이익 단체들은 비교적 쉽게 자신들의 의도와 개입을 숨기고 있다. 이런 지출의 전체 규모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정치자금의 폐해를 지적해온 시민단체 이슈 원(Issue One)의 최고경영자 닉 페니먼은 '다크 머니'에 대해 "
많은 정치인들을 뒤에서 조종하고 미국 정치 시스템에 독을 주입하기에 충분한 돈"이라고 규정했다.
특정 이익단체와 정치 단체들이 기부자를 숨기는 방식은 크게 3가지다. 첫번째는 비영리단체를 통한 기부인데 미 선거법상 기부자 공개 의무가 없기에 이를 가장 많이 이용한다. 특정 이슈와 정책에 투입될 돈이 현직 상하원 의원들을 신랄하게 비판하거나 공격하는 데 사용된다.
두번째는 비영리단체들이 특정 정치세력을 지원하는 슈퍼팩에 기부하는 방식이다. 슈퍼팩은 기부자를 공개해야 하지만, 기부자가 비영리단체라면 기부금 명단 공개 의무가 소멸된다.
마지막으로는 기부자를 공개해야하는 최종 시한이 연방 선거 3주 전이라는 현행법을 악용해 선거 막판에 우후죽순으로 급조되는 '팝업 슈퍼팩'을 통한 지원이다. 선거가 다 끝난 후에나 기부자 명단을 공개하기에 막판 특정 후보 지지나 비방에 효과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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