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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조 '미래 곳간' 뜯어보니…45조 쓰고 104조 쌓아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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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도 예산안

최근 10년 내국세 증가 추세 웃도는 추가세수 등 기금 적립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4대 분야 투자…국채 발행 12.5조 축소
세수결손·새로운 재정수요 땐 여유자금 활용…'재정 댐' 역할
기존 사업도 기금으로 이관…100조대 여유자금 운용·국회 통제 쟁점

연합뉴스연합뉴스
정부가 반도체 호황 등에 따른 대규모 세수 증가분 등을 162조3천억원 규모의 '미래 곳간'에 담아 관리한다. 이 가운데 45조4천억원은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에 투자하고 104조4천억원은 당장 쓰지 않고 여유자금으로 운용한다. 나머지 12조5천억원은 신규 국채 발행을 줄이는 데 활용한다.

세수가 많이 걷히는 호황기에는 일부를 비축하고 불황기에 세수가 부족해지면 꺼내 쓰는 일종의 '재정 댐'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세수 증가와 감소에 따라 정부 지출까지 크게 출렁이는 문제를 줄이면서 미래 성장 분야에는 안정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취지다.

호황기에 쌓고 불황기에 쓴다…162조 '재정 댐'

정부는 1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미래대응기금 신설 방안을 담은 '2027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을 잠재성장률 확충을 위한 '전략적 투자 플랫폼'이자 세수 변동성을 완화하는 '재정안정화 장치'로 규정했다.

정부는 최근 10년간 내국세 증가 추세를 기준으로 이를 웃도는 추가 세수를 기금에 적립한다. 반도체 경기 등에 따라 특정 연도에 세수가 급증하더라도 이를 모두 당해연도 지출에 사용하는 대신 일부를 별도의 기금에 쌓아두겠다는 것이다.

교육교부금 제도 개편으로 생기는 재원 일부는 교육·인재계정에 별도로 넣는다. 앞으로 발생하는 초과세수와 국가재정법에 따라 결산 뒤 남는 세계잉여금 등 재원, 기금 운용수익도 추가로 적립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내년 기금 운용규모 162조3천억원에는 올해 발생할 수 있는 초과세수는 포함돼 있지 않다. 정부는 올해 세수 재추계 결과 초과세수가 발생하면 기금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런 장치를 만드는 것은 반도체 경기 등에 따라 세수가 크게 출렁일 때 재정까지 함께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호황기에 세수가 늘었다고 정부 지출을 한꺼번에 확대하면 이후 경기가 꺾여 세수가 감소했을 때 지출을 다시 줄여야 한다. 경기 침체기에 정부까지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경기 하강을 키우는 이른바 경기순응적인 재정 운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사전 브리핑에서 "호황기 때 세수가 많이 들어오면 이것을 일시적으로 지출을 확대하는 것 또는 불황기 때 세수가 부진하면 긴축재정을 통해서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이 잘못된 구조를 바로잡아야 된다"고 설명했다.

162조 중 실제 사업비는 45조…104조는 일단 비축

162조3천억원이 모두 내년에 집행되는 것은 아니다. 기금은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개 사업계정과 재정안정화 기능을 담당하는 총괄계정으로 나뉜다.

기금의 4개 사업계정에는 52조9천억원이 배분되지만 실제 사업비는 45조4천억원이다. 나머지 7조5천억원은 지방과 교육·인재계정의 여유자금으로 남는다.

총괄계정 109조4천억원 가운데 12조5천억원은 신규 국채 발행을 줄이는 데 활용하고 96조9천억원은 여유자금으로 운용한다.

결국 162조3천억원 가운데 실제 사업비는 45조4천억원으로 전체의 약 28%다. 12조5천억원은 국채 발행 축소에 쓰이고 104조4천억원은 일단 비축된다.

정부는 사업계정과 재정안정화 기능을 모두 갖춘 구조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청년계정에서는 일자리·자산형성·혼인·출산 등을 지원하고 성장동력계정에서는 AI와 전략기술 등에 투자한다. 지방과 교육·인재계정에서도 각각 지역 성장과 고등·평생교육 등을 지원한다.

100조 넘게 왜 쌓아두나…세수결손 때 '소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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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대목은 162조3천억원 가운데 100조원이 넘는 돈을 당장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가 미래대응기금에 부여한 두 가지 역할 가운데 '전략적 투자' 못지않게 '재정안정화' 기능의 비중이 크다는 의미다.

기존 일반회계에서는 세입이 예상보다 크게 줄어 세수결손이 발생하면 지출을 줄이거나 세입경정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의 대응이 필요하다. 미래대응기금이 만들어지면 법에서 정한 범위 안에서 쌓아둔 여유자금을 활용해 재정을 보강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여유자금은 세수결손을 메우는 데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급격한 경제·사회 변화로 새로운 재정 수요가 생겼을 때 신속하게 대응하는 용도로도 활용한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정부는 올해 초 발표한 청년 뉴딜을 사례로 들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재정 수요가 발생했을 때 일반회계만으로는 즉각 재원을 마련하기 어렵지만 미래대응기금에 여유자금이 있으면 필요한 사업을 보다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획처 조용범 차관은 사전 브리핑에서 "일반회계로 돈이 들어오면 그건 어디다 저장할 여지가 없다"라며 "댐 기능을 할 수 있는 기금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내년에 104조4천억원이 여유자금으로 쌓인다고 해서 매년 100조원씩 적립되는 구조는 아니다. 기금 재원은 최근 10년간의 내국세 장기 추세를 웃도는 추가 세수를 기준으로 산정한다. 올해와 내년의 높은 국세 증가율이 향후 장기 추세에 반영되면 기금으로 들어오는 추가 세수 규모 역시 달라진다.

정부도 내년에는 출범 첫해인 만큼 총괄계정의 여유자금 규모가 100조원을 넘지만 매년 같은 규모의 돈이 쌓이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기존 사업도 기금으로…45조 전부 '새 돈'은 아니다

45조4천억원의 사업비 역시 모두 새로 만들어진 사업에 쓰이는 돈은 아니다. 일반회계나 특별회계에서 지원하던 기존 사업 가운데 미래대응기금의 목적에 맞는 사업 상당수가 기금으로 이관된다.

일례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경우 인재 양성과 미래 성장동력 관련 사업 약 8조3천억원이 미래대응기금으로 옮겨간다. 이 때문에 기존 일반·특별회계만 놓고 보면 관련 예산이 감소한 것처럼 나타날 수 있다.

과기부 전창훈 재정팀장은 사전 브리핑에서 "사업 이관으로 기존 회계 예산이 수치상 감소해 보이는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45조4천억원은 정부가 내년에 기존 예산과 별도로 45조4천억원의 새로운 사업을 추가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존 사업과 신규 사업을 미래대응기금이라는 새로운 틀 안에서 묶어 운용하는 규모로 봐야 한다.

정부는 일반회계와 달리 기금의 투자 대상을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개 분야로 한정함으로써 세수 호황기에 생긴 재정 여력을 중장기적인 성장 투자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도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따른 세수 증가분을 이들 4개 분야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100조 '여유자금' 누가 어떻게 굴리나…국회 통제도 쟁점

미래대응기금이 실제로 출범하려면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정부는 기금 설치 근거를 담은 별도 법률을 제정하고, 매년 기금운용계획안도 국회 심의를 받도록 할 계획이다. 기존 국가기금과 마찬가지로 존치평가와 결산 심사 등도 적용된다.

다만 100조원이 넘는 여유자금을 실제로 누가, 어떤 방식으로 운용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는 기존 연기금 투자풀과는 별도로 미래대응기금의 여유자금을 맡을 전담 운용기관을 선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인 자산운용 방식과 수익률 목표 등은 기금법이 국회를 통과한 뒤 확정할 예정이다.

쟁점은 이렇게 쌓인 대규모 여유자금을 정부가 어느 범위까지 탄력적으로 꺼내 쓸 수 있느냐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미래대응기금도 다른 국가기금과 마찬가지로 법이 정한 범위 안에서는 국회의 사전 승인을 다시 받지 않고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할 수 있다. 이 경우 변경 내용을 국회와 감사원에 통보하고, 법에서 허용한 변경 범위를 넘어서면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별도의 국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이 별도의 특례를 가진 기금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사전 브리핑에서 "다른 기금과 독립적 성격을 갖거나 권한을 가진 기금이 아니다"라며 국회의 통제권에서 벗어난 '정부 쌈짓돈'이라는 지적에 선을 그었다.

다만 기금 규모 자체가 162조3천억원에 달하고 여유자금만 104조4천억원에 이르는 만큼, 통상적인 기금운용계획 변경 규정을 적용하더라도 실제 움직일 수 있는 금액이 클 수 있다는 점은 향후 국회 심사 과정에서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도 기금 규모가 큰 만큼 변경 가능한 금액의 절대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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