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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생도들에게 "쿠데타 할 건가?"…황당질문이 드러낸 軍개혁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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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국군사관학교 창설 공청회에서 김홍철 국방부 정책실장(오른쪽부터) 박판준 육군사관학교 총동창회장, 이범림 해군사관학교 총동창회장 등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지난달 26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국군사관학교 창설 공청회에서 김홍철 국방부 정책실장(오른쪽부터) 박판준 육군사관학교 총동창회장, 이범림 해군사관학교 총동창회장 등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여러분, 쿠데타 할 거예요?"

얼마 전 열린 국군사관학교 창설 공청회에서 한 국회의원이 참석한 사관생도들에게 던진 질문이다. 12·3 불법 비상계엄과 내란 사태를 겪은 직후, 군의 민주적 통제와 장교 양성체계를 근본적으로 성찰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에서 나온 질문치고는 당혹스럽다.

쿠데타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생도에게 물어보는 것으로 군의 정치적 중립과 헌법 수호 의지가 검증될 수 있다면, 애초에 제도 개혁이 왜 필요하겠는가. 생도 한 사람 한 사람이 "쿠데타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답한다고 해서 군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닐테다. 이 자리에서 나왔어야할 질문은 "이 생도가 쿠데타를 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교육과 조직문화와 지휘체계가 이 생도로 하여금 어떤 상황에서도 헌법과 국민을 먼저 선택하게 만드는가"여야 한다.

바로 여기에 12·3 이후 군 개혁의 출발점이 있다. 개인의 충성심을 시험할 것이 아니라 그 충성심이 사람이나 조직이 아니라 헌법과 국민을 향하도록 만드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내란 가담자들을 법과 원칙에 따라 엄단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나 환자의 열을 내리는 해열제 처방만으로 중병을 완치할 수는 없다. 사법 처리가 급한 불을 끄는 '대증요법'이라면, 다시는 군의 총구가 국민을 향하지 않도록 장교를 만들어내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것이 '근치요법(根治療法)'이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형성되었던 폐쇄적 선후배 네트워크와 출세 지향적 줄서기 문화의 잔재를 과감히 걷어내고, 오직 국가와 헌법에 충성하는 진정한 군사전문가 집단으로 거듭나야 한다.

일각에서는 "사관학교 제도 자체는 죄가 없으니 헌법·민주주의 교육 등 커리큘럼만 보강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언뜻 합리적인 대안처럼 보이지만, 이는 교육제도가 만들어내는 조직 구조의 힘을 간과한 안이한 진단이다. 강의실에서 배우는 교과서의 민주주의와 4년간 폐쇄된 기수·서열 문화 속에서 몸으로 체득하는 '사적 상명하복'이 충돌할 때, 장교단의 뇌리에 남는 것은 후자다. '선배의 지시를 의심하지 말라'는 조직 논리가 지배하는 한, 몇 과목의 윤리 교육만으로 구조적 관성을 바꿀 수는 없다.

육군 3사관학교를 졸업한 신임 장교들이 경례를 하고 있다. 육군 제공 육군 3사관학교를 졸업한 신임 장교들이 경례를 하고 있다. 육군 제공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특정 개인이나 학교 자체가 아니라, 맹목적인 상명하복과 배타적 결속력이 결합할 때 나타나는 구조적 취약성이다. 5·16과 12·12, 그리고 12·3에 이르기까지 무력 동원의 정점에 섰던 지휘선에는 늘 공적 지휘체계보다 사적 결속을 앞세운 인적 카르텔이 존재했다.

더욱이 현대 전장은 개별 군종의 단독 작전이 불가능하며 지상·해상·공중·우주·사이버가 하나로 융합되는 '다영역 합동전(All-Domain Operations)' 시대다. 그럼에도 생도 시절부터 각 군으로 나뉘어 배타적 자군 이기주의를 키우는 현행 구조는 군의 통합 전투력과 건강한 지휘 문화를 가로막는 중대한 한계에 직면해 있다.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 사관생도를 양성하는 목적은 기계적 명령 복종자를 만들기 위함이 아니다. 위기 속에서 전략적 결단을 내리고 헌법 질서를 수호할 '군사 지도자'를 양성하는 데 있다. 2차 대전 후 독일 연방군이 '내적 지휘(Innere Führung)'를 통해 군인을 '제복 입은 시민'으로 재정의하고 위헌적 명령에 대한 거부 의무를 제도화했듯, 우리 장교단 역시 사람이나 동문이 아닌 헌법에 복종하는 지성을 갖추어야 한다.

육·해·공군 사관학교의 기초 과정을 통합하는 '국군사관학교' 창설은 각 군의 고유한 전문성을 훼손하자는 것이 아니다. 기초 과정에서 3군 생도가 함께 인문사회·과학기술 소양과 헌법적 가치를 학습하며 합동성의 기초체력을 다지고, 이후 각 군 심화과정에서 군종별 군사 전문성을 완성하는 '하이브리드 정예화 모델'이다. 이는 군 내부의 상호 소통과 건전한 견제를 가능하게 하여 정치적 일탈을 원천 차단함은 물론, 미래 전장에서 압도적인 연합·합동 전투력을 발휘하게 할 백년대계다.

국군사관학교 창설은 호국간성으로서 대한민국을 지켜온 역대 사관학교의 피땀 어린 헌신을 부정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그 명예로운 역사를 기득권 카르텔의 오명으로부터 구출하고, 21세기 미래 전장과 성숙한 민주공화국에 부응하는 '세계 최정예 국민의 군대'로 거듭나게 하기 위한 가장 영예로운 발전적 전환이다.

헌법 위에 군림하는 상명하복은 없으며, 국민보다 앞서는 동문 결속은 존재할 수 없다. 군을 만드는 방식 자체를 과감하게 바꾸는 것, 그것이 12·3 사태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엄중한 역사적 책무다.

국방안보포럼 서남열 회장

※ 외부 필진 기고는 CBS노컷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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