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같은 부모에게서, 같은 나라에서 태어난 형은 서류가 있지만 동생은 없다.
생후 13개월이 지난 아이지만, 아직 어느 서류에도 이름이 없다.국내에 거주하던 외국인 부모가 미등록 체류 상태가 되면 그 사이 태어난 아이는 존재조차 국가에 등록되지 못한 채 지내고 있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이런 아이들을 보호할 법이 없다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판단했지만, 법이 만들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더 이상 아이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에 거주하는 우즈베키스탄 국적 다닐(가명)의 첫째는 출생신고를 마치고 어린이집에 다닌다. 그러나 지난해 7월 태어난 둘째는 돌이 지난 지금까지 어디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형은 등록, 동생은 안 된 이유
두 아이의 운명은 아버지 다닐의 체류자격이 흔들리면서 갈렸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인 다닐은 2019년 유학생 비자(D-4)로 한국에 들어왔고, 대학에 다니던 중 같은 국적의 여성 자밀라(가명)와 결혼했다.
자밀라도 처음엔 본인 명의의 유학생 비자로 한국에 있었지만, 결혼 후 출산과 육아를 이어가며 남편에게 체류 자격이 귀속된 동반 비자(F-3)로 자격을 바꿨다.
다닐은 지난해 3월 체류기간이 만료되면서 비자 연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심사가 완료되기 전, 형사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게 됐다. 출입국사무소는 "재판이 끝나야 연장 여부를 정하겠다"며 연장 심사를 미뤘다. 그는 화성외국인보호소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1심과 2심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022년에 태어난 첫째는 아버지가 아직 정상적인 체류자격을 갖고 있을 때 태어났다. 그래서 병원에서 받은 출생증명서로 정식 등록(F-3 동반 비자)을 마칠 수 있었고, 현재까지 어린이집도 다니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태어난 둘째는 달랐다. 아버지가 체류자격을 잃었기 때문이다. 자밀라의 비자도, 아이의 비자도 모두 다닐의 체류 자격과 연동돼 있어 가족 모두 미등록 상태가 됐다.
'출생등록'하려다…본인부터 끌려갈 상황
자밀라는 둘째 아이를 등록하려면 관공서에 가야 했지만, 그 순간 자신의 미등록 신분까지 드러날까봐 두려웠다고 했다. 그에게 남은 방법은 본국인 우즈베키스탄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 뿐. 그러나 대사관에서는 "지금은 안 된다.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가게 되면 그때 해줄 수 있다"는 답만 돌아왔다.
자밀라는 관공서를 직접 찾아가는 것을 망설인 이유에 대해 "혼자 밖에 있으면 비자를 물어보다가 잡혀갈 수도 있다"며 "밖에서 장을 보고 돌아오던 중 다른 국적의 외국인이 단속에 걸려 끌려가는 모습을 본 뒤로는,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는 일조차 줄였다"고 토로했다.
헌재는 '위헌' 말했지만, 당장 달라지는 건 없다
연합뉴스이 같은 사각지대 문제를 인식한 헌법재판소 결정이 지난달 27일 나오기도 했다. 9명의 모든 재판관은 국내 출생 외국인의 출생등록에 관해 규정하지 않은 국회의 입법부작위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가 국회의 '진정입법부작위'를 위헌으로 확인한 것은 1994년 이후 30년 만에 두 번째다.
비슷한 사례가 이미 법원 판단을 받은 적도 있다. 2018년 청주지방법원은 부모의 체류자격 상실로 함께 미등록 상태가 된 자녀가 강제퇴거명령 취소소송을 내자,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당시 "불법체류 상태가 된 것은 부모의 체류자격 박탈에 따른 종속적 효과일 뿐 원고 스스로 불법을 저질렀기 때문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위헌 결정이 나왔다고 바로 출생등록이 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국회가 관련 법을 새로 만들어야 비로소 절차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다닐의 둘째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아이들은 '신원이 없는' 상태로 지내야 한다.
전문가 "입법 전 정책 보완 숙고해야"
전문가는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도 현재의 사각지대를 방지할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익법단체 두루의 이상현 변호사는 "이번 헌재 결정은 국적이나 부모의 체류자격과 무관하게 한국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이 출생등록될 권리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확인했다는 의미가 크다"며 "부모가 미등록 체류 중이라는 이유로 아이를 출생등록조차 하지 않으면 그 아동은 사회적 보호망에서 완전히 배제된, 법적으로 완전히 유령같이 살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헌재에서 위헌 결정을 내렸다고 해서 바로 아이들의 출생등록이 가능한 게 아니"라며 "국회에서는 관련 법을 빨리 만들어야 하고, 법이 만들어지는 동안에도 출생등록되지 않은 아동들이 어려움을 겪는 만큼 이를 감안한 정책적 보완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안이 존재해도 미등록 부모들이 추방될까봐 신고를 꺼릴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실제로 해외에서도 출생등록제도를 만들었지만, 신고의 위험이 있어 등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보고들이 있다"며 "이에 일부 국가에서는 출생등록 과정에 부모의 미등록 상황을 알게 되더라도 통보의무를 면제하는 제도 등을 두고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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