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9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고(故) 손기정 선수. 1937년 촬영된 손 선수의 심폐 자료를 통해 그의 장수비결을 엿볼수 있다는 흥미로운 분석이 나왔다.
서울대 의대 재활의학교실 정세희 교수는 <김현정의 고수다> 유튜브에 출연해 손기정의 1937년 신체검사 기록과 흉부 엑스레이 자료를 소개했다. 특히 손 선수의 심장 사진에 대해 "이분이 이런 몸을 가지셨었구나"라며 놀라움을 드러냈다.
국립중앙도서관 제공
정 교수는 '손기정 선생의 심폐사진과 건강 기록이 장수의 모든 비밀을 설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시 최고의 장거리 선수였던 그의 심폐 능력과 신체 조건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특히 젊은 시절부터 형성된 체력을 평생 관리해온 생활 습관이 90세까지 건강하게 살아간 배경 가운데 하나였을 것이라는 취지다.
1937년 신체검사에 남은 '마라톤 영웅'의 심장과 폐
손기정의 신체검사 기록은 1936년 베를린올림픽 우승 이듬해인 1937년 세브란스병원에서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대 의과대학 동은의학박물관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검진 논문에는 신장·체중·가슴둘레·맥박·혈압·폐활량 등 기초 신체 자료와 임상 소견, 흉부 렌트겐 결과가 함께 기록됐다.
당시 24세였던 손기정은 키 165㎝, 몸무게 59㎏, 가슴둘레 90.6㎝, 배 둘레 70.5㎝로 측정됐다. 안정 시 맥박은 63회였고, 약 2.4㎞에 해당하는 6리(里)를 달린 뒤 맥박은 84회로 기록됐다. 올림픽 당시 맥박은 57회였으며, 논문은 이러한 낮은 맥박을 운동선수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특징으로 설명했다.
폐활량은 당시 기준으로 약 3900㏄였다. 당시 조선인 건장한 청년 남성의 평균이 3559㏄로 제시돼 손기정의 폐활량이 비교적 큰 편이었던 것으로 기록됐다.
정세희 교수는, 이 자료를 두고 '손기정 선생이 장거리 선수에게 필요한 체격과 심폐 능력을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 몸을 평생 관리하지 않으셨을까'라며 달리기를 비롯한 꾸준한 신체 활동이 건강한 노년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장수의 중요한 지표는 심폐 체력"
정세희 교수의 설명에서 손기정의 심폐사진과 연결되는 핵심 개념은 '심폐 체력'이다. 심폐 체력은 공기 중 산소를 몸에 흡수해 에너지로 사용하는 능력을 가리키며, 심장과 폐뿐 아니라 혈액·혈관·근육 등 여러 신체 기능이 종합적으로 관여하는 지표다.
다만 손기정의 장수 비결을 심장과 폐의 사진 하나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신체검사는 24세 무렵의 한 시점에 이뤄진 기록이고, 사진 속 특징이 90세까지의 삶을 직접 증명하는 것도 아니다. 손기정이 오랜 세월 자신의 몸을 관리하고, 삶의 의지를 유지하며, 사회적 활동을 이어간 과정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
결국 심폐사진은 장수의 '정답지'라기보다, 평생 건강을 관리해온 한 사람의 출발점과 신체적 기반을 보여주는 자료에 가깝다. 정 교수 역시 손기정의 심폐 능력뿐 아니라 달리기와 자기 관리가 평생 이어졌다는 점을 중요한 요소로 봤다.
연세대학교 동은의학박물관"달리기 1분, 저강도 운동 2시간과 맞먹는 효과"
정세희 교수는 24년 차 러너다. 일주일에 한두 번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달리고, 국내외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풀코스 30회 이상을 완주했다. 2019년부터는 베를린·시카고·보스턴 등 해외 메이저 마라톤에도 도전했다.

그가 달리기를 권하는 이유는 단순히 체중 감량이나 기록 향상에 있지 않다. <김현정의 고수다> 인터뷰에서 정 교수는, 달리기가 심폐 체력을 높이는 동시에 뇌 건강과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뇌졸중·치매·파킨슨병 등 뇌신경질환을 진료하는 의사로서, 환자들의 생활 습관을 살펴보면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던 경우가 많았다는 경험도 소개했다.
정 교수는 걷기와 달리기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건강상 이득을 기준으로 보면 달리기 1분의 효과를 얻기 위해 저강도 운동인 걷기는 약 2시간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하루 7분 정도라도 꾸준히 달리면 사망 위험을 절반으로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자신의 달리기 철학을 담아 『길 위의 뇌』를 펴냈다. 몸을 움직이는 일이 뇌 건강과 삶의 태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의학과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낸 책이다. 그는 방송에서 "평생 달리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신규 디지털 콘텐츠 <김현정의 고수다>는 17년 간 <김현정의 뉴스쇼>를 진행했던 김현정 앵커의 새로운 인터뷰 콘텐츠다. 김현정 앵커가 경제, 건강, 문화, 트렌드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만나 '진짜' 인사이트를 나눈다. 지난 1일 공개된 정세희 교수 편에 이어, 오는 3일 두 번째 영상이 공개된다. 이후에는 매주 월요일 오후 6시 30분 라이브 방송, 매주 금요일 고수의 인터뷰 영상이 업로드될 예정이다. '김현정의 고수다' 콘텐츠는 공식 유튜브 채널(
http://youtube.com/@김현정의고수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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