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유전. 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세계 역사상 최대 석유 거래'라고 내세운 베네수엘라 석유 협정을 두고 미국 외교 전문지가 '웃음극'(farce)이라고 조롱하며 협정의 실효성과 법적 근거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베네수엘라 정부와 체결한 석유 협정을 다룬 분석 기사에서 "650억 배럴은 없고, 휘발유 가격은 내리지 않으며, 전략비축유도 채우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웃음극'(farce·笑劇)은 관객을 웃기기 위해 만든 짤막하고 우스꽝스러운 연극을 뜻하는 표현으로, 일반적인 희극(comedy)보다도 격이 낮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다.
FP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협정을 통해 "국가 정실 자본주의(state crony capitalism)에 대한 사랑과 19세기 제국주의에 대한 동경을 결합하는 데 성공했다"며 "이는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세계관(Weltanschauung)을 완성하는 마감석(capstone)"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협정을 '세계 역사상 최대 석유 거래'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FP는 실제로 올해나 내년 휘발유 가격에 영향을 미치거나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유권자들의 우려를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전략비축유 재고를 보충하는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FP는 또 이번 거래가 실제 결실을 맺을 가능성도 매우 낮다고 내다봤다.
1976년 이후 베네수엘라가 외국 석유회사와 체결한 협정 가운데 대통령의 한 임기를 온전히 넘긴 사례는 없었고, 투자 수익이 발생하더라도 규모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사업 위험과 비용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협정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투자자들이 대규모 장기 투자를 꺼릴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FP는 이번 합의를 체결한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의 정통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향후 베네수엘라 정부가 협정의 여러 조항을 폐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 거래의 석유 개발권이 100년간 유효하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FP는 베네수엘라 법상 개발권 기간이 25년으로 제한돼 있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 역시 개발권 기간이 25년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지하자원 소유권을 확보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도 논란의 대상이라고 FP는 지적했다.
로드리게스 대통령은 "소유권이 확고히 베네수엘라에 있다"고 밝힌 바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배치된다.
또 베네수엘라 법에 따르면 탐사·생산 사업에서 베네수엘라 국영기업이 지배지분을 확보해야 하며 외국 투자자가 지배주주가 될 수 없다고 FP는 설명했다.
이번 협정으로 미국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석유가 650억 배럴이라는 주장 역시 유전의 회수율을 지하 매장량의 20%로 가정한 과도한 낙관에 기반한 것이라고 FP는 분석했다.
FP는 실제 회수율을 6~8%로 적용하면 미국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석유 규모는 약 200억 배럴로 추정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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