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서울 서대문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비판 여론이 야당을 넘어 여권 내부로 번지면서 '자진사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비례대표 의원직 겸직·배우자 당직자 채용 논란에 이어 '제 식구 용역' 의혹까지 맞물리면서 법적 시비와 별개로 '공정' 논란이 커지는 모양새다.
용 후보자가 물러날 경우 이재명 대통령이 추진해 온 외부 인사 발탁도 다시 상처를 입게 된다. 보수 인사들을 끌어안은 '통합 인사'가 이혜훈 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이병태 전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 논란으로 잇따라 흔들린 데 이어, 이번에는 진보·개혁 진영으로 넓힌 인선까지 시험대에 올랐다.
與 내부서도 "무리"…김민석 "우려·비판 듣고 있어"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여권은 일단 여론의 흐름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현행법상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은 가능하지만, 비례대표 의원이 입각할 경우 의원직을 내려놓는 관례와 달리 용 후보자는 의원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배우자의 당내 근무 등을 둘러싸고 이른바 '가족정당' 논란까지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도 3일 민주당TV에서 용 후보자 논란에 대해 "많은 우려와 비판을 듣고 깊이 생각하고 있다"며 "여러 말씀을 듣고 지켜보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윤건영 의원도 비례대표 의원의 겸직 문제에 대해 "불법이냐, 위법이냐의 사안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태도의 문제, 감정의 문제"라고 짚었다.
용 후보자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활동을 함께 했던 한 의원은 통화에서 "본인이 각종 인사청문회 때 했던 발언들도 쏟아질 텐데 엄청 독한 말들이 많다"며 "법률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가족정당'으로 치고 들어오기 시작하면 공정의 문제까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용혜인 장관은 무리다. 포기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국민들 눈높이에 맞춰서 생각했을 때 지금 상황에서는 (지도부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 밖의 시선도 곱지 않다. 조국혁신당은 비례대표 의석은 개인이 아니라 정당과 그 정당이 대표하는 가치에 주어진 자리라며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현직인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이 후보자로 지명됐을 때 환영 메시지를 냈던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도 용 후보자 지명을 "정치공학적 개각", "자격 미달"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당내에서는 용 후보자에게 제기된 비판 가운데 정치적 공세와 따져봐야 할 문제를 구분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법조인 출신인 한 의원은 "기본소득당은 (비례대표를 사퇴하면) 의원이 없어지는 문제가 있으니까 기본소득당을 이끌어왔던 사람으로서는 겸직 유지를 선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보수 포용' 이어 '진보 확장'도 흔들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던 국민의힘 출신 이혜훈 전 의원. 윤창원 기자여권의 고민은 용 후보자 개인의 거취에 그치지 않는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진영을 넘어 인재를 기용하는 '통합·실용' 인사를 강조해 왔다. 국민의힘 출신 이혜훈 전 의원을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발탁하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 측 인사였던 이병태 카이스트 명예교수를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에 기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 전 후보자는 각종 의혹 끝에 지난 1월 지명이 철회됐고, 이 전 부위원장도 '5·18 성역' 발언 논란 끝에 지난 7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에도 여권에서는 외부 인사를 발탁할 때마다 논란이 반복될 경우 결국 검증된 내부 인사만 쓰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이번 인사는 방향이 달랐다. 보수 진영을 향했던 통합 인사와 달리 기본소득당 의원인 용 후보자와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 등의 발탁은 범여권의 진보·개혁 진영과 청년층까지 외연을 넓히려는 성격이 짙다는 게 여권 내부의 해석이다.
한 친이재명(친명)계 의원은 CBS노컷뉴스에 "이재명 대통령은 청년층을 배려하고 진보 의제와 범여권 연대·통합을 챙긴다는 메시지를 주려고 했던 것으로 해석되는데 현재는 인사청문회까지 갈 수 있을지 불투명할 정도"라며 "용 후보자가 이번에 안 되면 앞으로 30대 장관은 누가 될 것이며 다음 장관은 외부 인사 중에 누가 나올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도 용혜인·이해민 의원의 지명을 두고 "진보 진영을 확장하고 포용해나가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당초 인선 취지를 높게 평가했다. 다만 "여론이 나쁜 것이 일부 언론이나 국회의원들만의 시각이 아니고 정말 국민들의 시각이라면, 그때는 물러나는 게 맞다"고 했다.
용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여권의 외부 인사 발탁은 좌우 양쪽에서 잇따라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가 된다. 여당 내부에선 "김민석 대표도 진보 연대·보수 확장 등 다양한 연대를 추진하고 있는데 브레이크가 걸릴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로선 인사청문회에서 소명을 들어보자는 게 여권의 원칙적인 기조다. 하지만 장관 임명 뒤에도 비례대표 의원직을 유지하겠다는 데 따른 겸직 논란을 시작으로, 배우자의 주요 당직 수행을 둘러싼 '가족정당' 비판, 당 내부 인사들에게 국회 정책개발비로 연구용역을 맡긴 사실까지 잇따라 검증 대상으로 떠올랐다. 용 후보자를 둘러싼 여론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민주당으로서는 용 후보자를 안고 갈지 외부 인사 실패라는 부담을 감수하고 정리할지를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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