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여고 이수황 감독. 영천=박종민 기자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의 수련선수 신화부터 대한항공의 통합 우승 주역까지, V-리그 코트를 묵묵히 지켰던 베테랑 미들 블로커 이수황이 여고부 지휘봉을 잡고 지도자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2012-2013시즌 수련선수로 프로 무대에 입문한 뒤 우리카드와 대한항공을 거쳐 2024-2025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은 그는 경남여고 사령탑으로 부임해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중이다.
제37회 CBS배 전국 중·고 배구대회가 막을 내린 지난 3일 영천체육관에서 만난 이수황 감독은 어느덧 지도자 2년 차를 맞이하고 있었다. 지난해 8월 경남여고 지휘봉을 잡은 그는 은퇴 후 긴 휴식 없이 곧바로 합류해 한 달도 안 돼 첫 대회를 치렀고, 이번 CBS배 준우승을 포함해 올 시즌 팀을 두 차례나 전국대회 결승에 올려놓으며 지도력을 입증했다.
이 감독은 "부임 초기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정신없이 부딪혔고 지금도 여전히 배워가는 과정"이라며 "워낙 아이들이 잘 따라와 주고 열심히 해줘서 감사할 따름이다"라고 담담하게 돌아봤다.
특히 저학년 선수들의 성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 감독은 "1, 2학년 선수들의 기량이 워낙 좋고 웜업존에 있는 선수들까지 모두 기량이 뛰어나다. 팀 분위기도 좋고 훈련 집중도도 높아 내년에는 한층 더 탄탄하고 좋은 배구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치열한 프로 무대에서 여고부 사령탑으로의 변화는 지도 방식에도 적잖은 변화를 요구했다. 이 감독은 "프로는 생존이 걸린 무대라 선수들이 알아서 치열하게 움직이지만, 고등학교는 세심하게 챙겨야 할 부분이 훨씬 많다"며 "특히 여고부 선수들은 감성적인 면도 따뜻하게 다독여줘야 하고 때로는 엄하게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남자 팀과는 확실히 결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실업팀 이적을 타진하기도 했던 그가 지도자의 길을 택한 배경에는 현역 시절 명문 팀에서 쌓은 배움이 있었다. 그는 "나이도 적지 않았고 은퇴는 언젠가 마주해야 할 과정이었다. 대한항공에서 좋은 지도자와 뛰어난 동료들을 만나며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며 "이 소중한 배구를 자라나는 유소년 엘리트 선수들에게 꼭 전수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을 때 마침 좋은 기회가 닿았다"고 돌아봤다.
경남여고 선수단. 영천=박종민 기자지도자로서 배구관의 큰 전환점이 되어준 곳으로는 마지막 프로 소속팀이었던 대한항공을 꼽았다. 이 감독은 "대한항공 시절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님을 만나면서 배구 철학에 큰 변화가 생겼고, 특히 동료 선수들이 배구를 대하는 진지한 자세와 선진 배구 기술을 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유소년 엘리트 선수들에게도 이런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심어준다면, 한국 배구의 미래가 충분히 달라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내가 믿는 선진 배구 철학을 선수들에게 꾸준히 전하고 있고, 아이들도 스펀지처럼 흡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선수 은퇴 후 지도자 생활을 꿈꾸는 후배들을 향한 현실적인 조언과 함께 현장의 열악함에 대한 묵직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 감독은 "선수 출신 후배들에게 늘 하는 말은 지도자가 생각보다 정말 힘들다는 것"이라며 "엘리트 스포츠 지도자들은 고도의 전문성을 지닌 대단한 분들이다. 우리 아이들을 길러내는 지도자들의 처우가 현실적으로 개선되고 지원도 훨씬 풍부해져야 유소년 배구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끝으로 지도자로서 이루고 싶은 최종 목표를 묻자, 그는 개인적인 타이틀 대신 제자들의 미래를 가장 앞자리에 놓았다. 이수황 감독은 "내 개인적인 명예나 목표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저 우리 선수들이 부상 없이 건강하게 성장해서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때 각자 원하는 좋은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주는 것, 그것이 지도자로서 내가 가진 유일하고 가장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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