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가전박람회 IFA 2026 개막 하루 전인 3일 오후 메세 베를린 북문. 김구연 기자| ▶ 글 싣는 순서 |
①[르포]상상하던 미래, 벌써 현실로…'IFA'로 베를린 들썩 (계속) |
3일(현지시간) 오후 독일 베를린 서쪽의 샤를로텐부르크-빌머스도르프(Charlottenburg-Wilmersdorf) 지역에 위치한 유럽의 대표적인 전시장 '메세 베를린'. 베를린의 랜드마크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이곳까지 10㎞가 채 되지 않지만 차량으로 이동하는 데 30분 안팎이 걸렸다. 평일 퇴근 시간 전인데도 차량들이 좀처럼 제 속도를 내지 못했다. 4일 개막하는 국제가전박람회 IFA를 앞두고 세계 각지에서 인파가 몰려든 영향이 적지 않아 보였다.
축구장 27개를 합친 크기의 거대한 전시장은 개막을 하루 앞두고 분주했다. 기업 관계자들은 수시로 부스를 드나들며 마지막 점검에 한창이었고, 아직 공사를 끝내지 못한 곳에서는 인부들이 자재를 부지런히 날랐다. 49개국 1900개 이상의 기업들이 저마다의 기술을 뽐내며 각축전을 벌일 현장은 기대감과 긴장감이 교차했다.
일찌감치 전시 준비를 마친 기업들은 공식 개막 하루 전인 이날 미디어와 바이어 등을 미리 초청해 제품을 소개하기도 했다. 기획에서 개발, 제작까지 수많은 사람의 손을 거쳐 완성된 제품을 소개하는 자리. 설명에 나선 기업 관계자들은 준비한 제품의 혁신 기술과 차별점을 쉴 새 없이 쏟아냈다.
IFA 2026 개막을 하루 앞두고 각 기업들이 분주하게 부스를 준비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LG의 확장된 'AI홈 생태계' 눈으로 보니
한국을 대표하는 LG전자도 이날 개막 전 사전 설명회를 진행했다.
오후 3시 5분, LG전자의 휴머노이드 홈로봇 '클로이드'가 지휘봉을 들고 등장했다. 클로이드를 중심으로 31개의 가전제품이 오케스트라 연주자처럼 반원 형태로 배치돼 지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음악이 흘러나오고 클로이드가 지휘봉을 움직이자 대형 스크린에는 LG전자 제품과 기술을 형상화한 영상이 잇따라 펼쳐졌다. '당신에게 맞춘 혁신(Innovation in tune with you)'이라는 올해 LG전자 IFA 전시 주제를 로봇과 가전, 영상으로 표현한 퍼포먼스였다. LG전자는 제품과 공간, 서비스를 연결해 가사 노동을 줄이는 '제로 레이버 홈(Zero Labor Home)'의 미래를 이 같은 방식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진 제품 설명에서도 '미래의 집'을 엿볼 수 있었다. 디스플레이에서는 더 선명한 화질을 구현하기 위한 블랙 표현 기술과 마이크로 RGB를 활용한 화질 기술 등이 소개됐다.
'LG 시그니처 올레드 W' 역시 눈길을 끌었다. 1cm도 되지 않는 얇은 화면은 마치 액자를 걸어놓은 것처럼 벽면에 밀착돼 있었다. 시청 환경에 맞춰 화면 밝기를 조절하고 사람이 없으면 자동으로 절전 모드로 전환됐다. 외부기기에서 영상과 음성 신호를 무선으로 전송하면서도 선명한 화질을 구현했다.
왼쪽 사진은 LG 시그니처 올레드 W에서 다양한 예술작품이 상영되는 모습. 오른쪽은 LG 시그니처 올레드 W의 1cm도 되지 않는 두께를 촬영했다. 김구연 기자생활가전 곳곳에도 AI와 공간 효율을 강조한 기술이 적용됐다. 새롭게 선보인 헤어드라이어부터 주변 가구와의 간격이 거의 없어도 문을 여닫을 수 있도록 설계한 냉장고, 식기의 양과 오염도를 분석해 적합한 세척 코스를 제안하는 식기세척기, 수면 환경에 맞춰 에어컨과 조명을 조절하는 AI홈까지 다양했다.
LG전자가 올해 강조한 것은 개별 AI가전이 아니라 이들을 하나로 묶는 'AI홈 생태계'다. AI가전과 AI홈 허브 '씽큐 온', AI홈 플랫폼 '씽큐'를 연결해 거실과 주방, 침실, 욕실 등 집 안의 공간과 제품·서비스가 이용자의 생활 방식에 맞춰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구현했다. 지난해보다 제품과 서비스의 범위를 넓혀 AI홈의 영역을 확장했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26' 삼성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삼성전자 OLED TV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지난해까지 IFA 전시장 내 시티큐브에 대규모 전시공간을 마련했던 삼성전자는 올해 베를린 도심의 컨벤션센터 '훔볼트 카레(Humboldt Carré)'로 주력 전시 무대를 옮겼다.
'당신의 AI 일상 동반자(Your companion to AI Living)'를 주제로 △엔터테인먼트 컴패니언 △홈 컴패니언 △셀프케어 컴패니언 등 3개 공간을 구성해 TV와 가전, 모바일을 아우르는 AI 생태계를 선보였다.
다만 삼성전자가 IFA에서 완전히 빠진 것은 아니다. 4일부터는 메세 베를린의 IFA 팔레에서 글로벌 인플루언서와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대상으로 '삼성 크리에이터 허브'를 운영한다. 기존 대규모 제품 전시에서 벗어나 도심의 독자 전시와 크리에이터 공간으로 IFA 참가 방식을 바꾼 것이다.
中 주도 역대 최대 로봇전시…유럽 기업도 '안방 지키기'
IFA 홈페이지 캡처올해 IFA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휴머노이드 로봇 전시가 펼쳐질 전망이다. 사람처럼 걷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네 발로 움직이는 사족보행 로봇이 전시장을 누빈다고 한다.
IFA는 미래 기술 전시관인 'IFA 넥스트(IFA Next)'를 중심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휴머노이드 로봇 전시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휴머노이드와 사족보행 로봇이 '로봇 온 더 런웨이(Robots on the Runway)'에서 직접 걷고 움직이는 모습도 시연한다.
가전에 적용되는 AI 역시 사람의 명령을 받아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수준을 넘어 주변 상황을 이해하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냉장고와 세탁기 안에 들어간 AI에서 시작된 경쟁이 집 전체를 제어하는 AI홈을 거쳐 현실 공간에서 직접 움직이는 로봇으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그 중심에는 중국 기업들이 있다. 올해 IFA에 참가한 중국 기업은 900곳 이상으로, 지난해보다 200곳 이상 늘었다고 한다. 전체 참가업체 1900여곳 가운데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다.
하이센스와 TCL, 하이얼 등 이미 세계 가전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운 업체뿐 아니라 샤오미도 올해 처음 IFA에 참가한다. 중국 로봇 기업들도 대거 베를린에 집결했다. 중국 기업의 존재감이 TV와 냉장고·세탁기 같은 전통 가전을 넘어 로봇 등 미래 산업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IFA 2026 밀레 전시관. 김구연 기자100년 넘는 가전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 기업들도 안방을 내줄 수 없다는 듯 맞선다.
독일 프리미엄 가전업체 밀레도 이날 부스를 마련하고 개막 준비를 마쳤다. 빨간 조명으로 방문객들의 시선을 끈 밀레는 올해 올해 IFA에서 AI를 활용한 식기세척기 등 신제품을 내놓으며 전통적으로 강점을 가진 프리미엄 가전에도 AI를 적극 접목했다고 한다.
밀레는 또 AI 등 트랜드한 키워드 외에도 생활 방식에 따라 기능을 바꿀 수 있는 모듈형 주방 가구도 선보였다. 한정된 공간에서 아침에는 업무 공간, 점심에는 조리 공간, 저녁에는 식사와 모임을 위한 공간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설계된 가구다. 빌트인 주방가전과 전동식 가구 피팅을 결합해 공간을 용도별로 나누는 대신 하나의 공간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밀레는 이번 전시에서 AI와 자동화 기술로 식기세척 전 과정의 편의성을 높인 차세대 'G8' 식기세척기 시리즈의 최상위 모델 'G8 다이아몬드(G8 Diamond)'를 공개했다. 김구연 기자영문기사 보기 (View English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