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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죄책감이 들까요?"…펫로스 증후군에 관한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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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로스 증후군, 중요한 건 '공감' ②]
국내 최초 펫로스 증후군 심리상담센터 안녕의 조지훈 원장과 함께한 펫로스 증후군 Q&A
펫로스 증후군에 관한 오해
보호자들은 왜 후회와 죄책감을 강하게 느낄까
재빨리 전문가에게 가야 할 펫로스 증후군 위험신호는?
펫로스 증후군 겪는 반려인을 바라보는 비반려인들, 어떻게 위로해야 할까?

나와 15년을 함께한 가족, 반려견 알의 모습. 최영주 기자나와 15년을 함께한 가족, 반려견 알의 모습. 최영주 기자15년을 함께하다 지난 4월 무지개다리를 건넌 나의 가족, 나의 동생 알. 최영주 기자15년을 함께하다 지난 4월 무지개다리를 건넌 나의 가족, 나의 동생 알. 최영주 기자
#15년을 함께한 소중한 가족이 떠났다. 늦은 밤 들어오는 내 인기척에 눈도 제대로 못 뜬 채로 나와 마치 십수 년 만에 다시 만난 것처럼 반기던 너. 오늘따라 힘든 하루에 울적해하는 내 옆에 그저 조용히 엉덩이를 맞붙인 채 앉아 있던 너. 언제나 나만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바라보던 너. 알이가 세상을 떠났다.
 
알이 무지개다리를 건넌 이후 나의 세상이 무너졌다. 내 마음 한 가운데 커다란 공백이 생겼다. 그렇게 슬픔이 찾아왔고, 슬픔은 후회와 죄책감 그리고 우울함을 몰고 왔다. 알고 보니 '펫로스 증후군'이었다.
 
시간이 지났음에도 가만히 있다가도 눈물이 흐르고, 알이 떠난 병원을 지나치는 게 힘들어 일부러 길을 돌아서 다녔다. 괜찮은 척 웃으며 일했지만, 전혀 괜찮지 않았다. 지금도 슬픔과 죄책감은 파도처럼 밀려왔다 밀려나가길 반복한다. 그런 나를 보며 누군가는 위로를 건넸고, 누군가는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나는, 괜찮아지고 있는 걸까? 


궁금했다. 나만 하는 고민일까, 아니면 펫로스를 겪고 있는 다른 반려인도 비슷한 고민에 빠져있을까. 그래서 직접 전문가를 만나보기로 했다.
 
반려인이라면 누구나 언젠가는 겪게 될 이별. 누군가는 그 이별을 마주하고 애도와 추모의 단계로 가는가 하면, 누군가는 인정하는 것조차 어려워 몇 개월 넘게 펫로스 증후군에 시달리게 된다. 우리는 어떻게 상실의 아픔을 제대로 마주하고, 온전히 떠나간 반려동물을 애도하고 추모할 수 있을까. 아직도 펫로스가 어렵고 낯선,그리고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국내 최초 펫로스 증후군 심리상담센터 안녕의 조지훈 원장과 지난 2일 이야기를 나눠봤다.

2일 서울 강남구 펫로스 심리상담센터 '안녕'에서 조지훈 원장이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류영주 기자2일 서울 강남구 펫로스 심리상담센터 '안녕'에서 조지훈 원장이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류영주 기자

"제일 최선은 그대로 사는 것"

Q. 나 역시 반려견을 떠나 보낸 후 애도하는 과정에서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닐까"라며 검열을 하거나, "이게 맞을까?" 의문인 점이 많았다. 안녕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반려동물을 키우고 떠나보낸 사람조차 펫로스 증후군에 관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는 걸 느낀 적이 있나?
 
조지훈 원장(이하 조지훈) : 
두 방면으로 오해하시는 경우가 있다. 하나는 바빠야 한다는 거다. 반려동물에 관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 반대로 반려동물과의 이별에 몰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다. 극단적인 예로 일을 늘려서 하는 분과 퇴직한다는 부류가 있다. 그러나 이처럼 극단적으로 가는 건 좋지 않다.
 
Q.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조지훈 : 
제일 최선은 그대로 사는 것이다. 회사를 그대로 다니되, 일을 늘리지도 줄이지도 않고 원래 하던 대로 일하는 거다. 운동을 하고 있었으면 운동하고, 친구들을 주기적으로 만나고 있었다면 힘들더라도 만나보려 하는 등 살던 대로 계속 살아가려 하는 것, 기존의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Q. 반려동물이 떠난 후 가장 많이 찾아온 감정이 슬픔 다음으로 후회와 죄책감이었다. 왜 보호자들은 반려동물이 떠난 후 후회와 죄책감을 느끼는 걸까?
 
조지훈 : 
모든 게 내 책임이라서 그렇다. 자식을 보내는 일 자체가 힘든 일인데, 예를 들어 3~4살짜리 아이의 죽음은 부모가 잘못했다고 느끼게 된다. 정말 말도 안 되는 것에 대해서도 내가 막았어야 한다고 말이다. 모든 게 다 내 책임인 거다. 반려동물은 그래서 더 힘들다. 혼자 밥도 못 먹고, 물도 못 마시고, 내가 병원에 데리고 갈 때만 치료받을 수 있다. 책임감의 차이가 다르기에 죄책감이 더 크다. 그리고 자녀나 반려동물의 경우 내가 돌보는 대상은 나보다 늦게 태어났는데, 나보다 먼저 떠난다. 그래서 더 힘든 부분이고, 모든 게 다 내 선택의 잘못이라는 생각으로 귀결된다.

연합뉴스연합뉴스 
Q. 반려동물을 애도하기 위해 제일 먼저 필요한 게 죽음을 수용하는 것인데, 죽음을 올바르게 받아들이고 인정할 때 도움이 되는 방법이 있을까?
 
조지훈 : 
힘든 건 당연한 거다. 힘든 시간이 있어야 상실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마음이 괜찮아진 채로 기억하고 살아갈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 좋을 거 같다. 상담을 오는 분들이 많이 하시는 말씀이 "괴롭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하나도 안 힘들면서 괜찮아질 수 없다. 결국 내가 어떤 단계를 밟아가게 되는지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마음으로 못 받아들이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상실과 슬픔에서 오는 감정을 다 받아들여야 한다. 죄책감, 분노, 원망, 그리움, 공허함 등 모든 감정이 이상한 게 아니다. 이러한 감정을 마주하고 적응해 나가려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
 
Q. 혹시 이건 좀 위험하다 싶은, 주위에서도 눈여겨봐야 할 지점이 있을까?
 
조지훈 :
시간이 비었는데도 딱히 뭔가 하고 싶지 않겠지만, 감정적으로 괜찮아졌다면 뭐라도 하긴 해야 한다. 상담 중반부를 넘어가며 이런 이야기들을 하신다. 엄청 우울하진 않은데, 그렇다고 엄청 행복하지도 않다는 거다. 전에는 "죽고 싶다"는 거였다면, 이제는 "죽고 싶진 않은데, 딱히 살고 싶지도 않다"는 거다. 누구나 죽으면 떠난 반려동물을 볼 수 있을까 생각은 한 번씩은 하는데, 죽어서 봐야겠다는 건 결이 다르다. 그런 게 위험한 생각들이다.
 
Q. 그럴 경우는 재빨리 전문가를 찾아가는 게 좋은 방법인가?
 
조지훈 :
그렇다. 인터넷을 찾아보거나 '안녕' 홈페이지를 보면 펫로스 증후군이나 우울 점수를 체크할 수 있다. 해보면서 내 기분을 체크해야 한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고 나서는 당연히 점수가 높게 나온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추이가 낮아지는 게 보이면 과정을 잘 극복하고 있는 거다. 그런데 떠나보낸 날 그대로 머물러 있다면, 그건 치료가 필요하다.

2일 서울 강남구 펫로스 심리상담센터 '안녕'에서 조지훈 원장이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류영주 기자2일 서울 강남구 펫로스 심리상담센터 '안녕'에서 조지훈 원장이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류영주 기자

"협상의 단계가 가장 중요"

Q. 펫로스 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극복 방안은 무엇이 있나?
 
조지훈 :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편지나 일기 등 글쓰기 작업도 좋다. 글을 써보면서 내 생각과 감정을 들여다보는 거다. 이전과 요즘의 생각이 어떤지 보이게 된다.
 
또 명상을 하면서 생각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것도 좋다. 여러 가지 명상이 있는데, 난 개인적으로는 '마음챙김 명상'(마음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판단 없이 지금 내 몸에서 일어나는 감정, 감각, 생각, 욕구, 행동을 자각하는 것)을 추천한다. 명상을 하면서 생각으로부터 거리 두기를 하는 거다.
 
봉사 활동이나 예술 활동도 맞는 분들한테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봉사가 도움이 된다는 건 잘못된 거다.
 
Q. 펫로스 증후군을 올바르게 극복 중이라는 건 어떤 징후 등을 통해 알 수 있나?
 
조지훈 :
애도의 5단계가 있다.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 이 가운데 타협이 제일 힘들고, 그게 잘 안되고 있다면 문제가 있다. 타협점이 찾아왔을 때 밀어내지 말고, 협상은 협상대로 잘 받아들여야 한다. 협상의 단계가 제일 중요하다.

제작=최영주 기자제작=최영주 기자 
Q. 주변에서 빨리 다른 반려동물을 데려오는 게 좋다고들 하는데, 정말 도움이 되나?
 
조지훈 :
새로운 반려동물을 키우는 건 조금 유예하는 게 필요하다. 새로운 반려동물을 키우는 게 결과가 되어야지 극복하는 수단이 되면 안 되는 건 분명하다. 그러면 반려동물도 나도 불행하다. 그래서 중요한 거다. 대체물로 데려오는 건 아니어야 한다. 비슷하길 기대하지 말고, 전혀 새로운 아이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기에 새로운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데려오는 건 성급하게 결정하면 안 된다. 최소 보름 이상, 한 달 넘게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내가 극단적인 표현으로 이야기하는데, 데려오고 나서 1년 만에 병에 걸려서 떠나도 모든 걸 감당할 준비가 되면 데려오는 게 맞다는 거다. 당연히 이전 친구 수명만큼 살아주길 기대하면 안 된다. 전혀 다른 삶인 거다. 모든 반려동물은 사랑받고 싶어 하고, 특히 개들은 사랑받는 게 인생 최대의 목표인 친구들이다. 모든 개는 사랑받을 권리가 있다.
 
Q.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고 난 뒤 시간이 흘러서 다시 키우고 싶지만, 사별의 아픔을 반복하는 게 두려워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조지훈 : 
겁이 나지만, 용기를 내야 할 때가 있다. 나 역시 반려견 다롱이가 떠난 후 죽을 때까지 동물은 거북이도 안 키울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고양이에게 간택당해서 선택의 여지가 없더라.(웃음) 2017년에 데려와서 올해 9년 차다.
 
처음에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친구에게 잘해주는 게 이전 친구에 대한 배신 같고, 새로운 친구를 더 챙겨주면 안 될 거 같다고 말이다. 지금은 그게 되게 무의미한 거구나 싶다. 또 동물을 키울 때만 느낄 수 있는,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난로가 꺼져 있다가 켜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만약 보호소에서 어떤 아이를 봤는데 일주일 있다가 안락사당한다고 해보자. 다른 애들은 봐도 마음이 아프지만 뒤돌아섰었는데, 자꾸 그 아이는 눈에 밟힌다. 이런 생각이 안 멈추는데, 나는 준비가 안 된 것 같다면, 이럴 때는 용기 필요하다. 후회할 것 같다면 용기를 내야 한다.

2일 서울 강남구 펫로스 심리상담센터 '안녕'의 모습. 류영주 기자2일 서울 강남구 펫로스 심리상담센터 '안녕'의 모습. 류영주 기자 
Q. 비반려인들은 어떻게 펫로스를 겪는 상대방을 위로해 주면 좋을까? 그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보니 서로서로 어색한 눈치 보기가 생기는 것 같다.
 
조지훈 : 
제일 중요한 건 '공감'이다. 해결책을 제시해 주려 하지 않아야 한다. '너무 힘드니까 집에 있지 말고 운동 같은 거 해봐' '다른 반려동물 키워봐' 이런 건 공감이 아니다. 또 '남은 아이가 있잖아' '네가 진짜 열심히 키웠잖아' '가족처럼 사랑을 줬잖아' 등 삶에 긍정적인 것들을 섣불리 보여주려 하지 않으면 좋겠다. 다 알고 있다. 그런 아이가 떠났으니까 힘든 건데, 이런 식의 말은 사실 공감적이진 않다.
 
차라리 '나는 반려동물을 키워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나도 나를 엄청 예뻐해 준 할아버지가 떠났을 때 너무 힘들었다. 아마 그런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는 표현이 더 공감적이다. 사실 아무 말 없이 들어주는 것, 곁에 있어 주는 것, 상대가 용기를 내서 만나자고 했을 때 어떻게든 시간 내서 같이 보내주려 하는 것이 필요하다.
 
키우는 분들도 아직 떠나보낸 경험이 없다면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처럼 공감을 나누기가 힘든 사례다 보니 집단 모임이 필요한 것이다. 오는 19일에 부산 민주공원 민주항쟁기념관 큰방에서 '아름다운 펫로스, 이별을 마주하는 방법'을 주제로 펫로스를 깊이 이해하고, 건강한 애도 과정을 통해 다시 일상으로 나아가는 여정을 나눌 예정이다. 한 번 와보셔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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