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강남구 펫로스 심리상담센터 '안녕'에서 조지훈 원장이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류영주 기자"강아지가 죽어서 퇴사하는 거 이해되세요?" 지난 4월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A씨가 올린 글이다. 직원 B씨가 키우는 반려견이 갑자기 죽었고, 이후 B씨는 "소중한 강아지를 보내고 지금 심리 상태로는 근무가 어렵다"며 퇴사를 통보했다. 이에 A씨는 "(반려견을 떠나보내면) 실제로 일하기 힘들 정도냐? 저희는 고객 응대가 많은 매장이긴 하다"며 다른 누리꾼들의 의견을 구했다.
이에 "안 겪어보면 모른다. 자식 잃은 슬픔이다"라는 의견과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으로 나뉘었다. 전자의 반응은 펫로스 증후군의 원인이며, 후자의 반응은 펫로스 증후군을 '인정받지 못하는 애도'로 만드는 원인이다.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이란 "가족과 같은" 반려동물이 죽은 뒤에 경험하는 심리적 고통과 슬픔을 의미한다. 상실감으로 인해 반려인들은 불면증, 우울증, 식욕부진, 공황증상 등 다양한 현상을 겪게 된다. 심하면 B씨처럼 일상이 불가능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지난 2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국내 최초 펫로스 증후군 심리상담센터 안녕의 조지훈 원장 역시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후 일에 매진하거나 일을 그만두는 두 가지 사례를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조 원장은 이처럼 일상생활에까지 지장을 주는 펫로스 증후군이 발생하는 원인에 관해 이야기하며 "사랑"과 "가족"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가족 같은'이 아닌 '가족'과의 이별
펫로스 증후군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족 같은"이나 "가족처럼 여기는"이 아닌 실제 '가족'과 이별했기 때문이다.
조 원장은 "반려동물과 보호자의 관계가 부모-자녀 관계와 형태적으로도 유사한데, 생물학적 요인으로 봤을 때는 '사랑 호르몬'이라 불리는 옥시토신이 반려인한테서도 나오고 반려동물한테서도 나온다"며 "보호자도 반려동물을 자식처럼 더 느끼게 되고, 반려동물도 보호자를 마치 어미처럼 느끼고 행동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반려동물과 보호자의 관계는 '무조건적인 사랑이 오고 가는' 관계"라는 점을 짚었다.
실제로 지난 1월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에 실린 '반려동물 출입 금지: 반려동물 사망 후 장기적인 애도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증거'라는 제목의 연구에서도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이들의 슬픔이 '가족'을 잃은 슬픔과 다를 바 없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2일 서울 강남구 펫로스 심리상담센터 '안녕'에서 조지훈 원장이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류영주 기자필립 하일랜드 아일랜드 메이누스 대학 심리학과 교수팀은 사람들이 주변의 가까운 사람이 세상을 떠날 때 종종 겪는 '지속성 애도 장애(PGD)'를 반려동물이 죽을 때도 겪는지 중점적으로 조사했다.
영국 성인 97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거의 모든 응답자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경험했다고 답했으며, 반려동물의 죽음을 겪은 사람도 32.6%에 달했다. 이들 중 21.0%는 반려동물의 죽음을 가장 고통스러운 사별로 꼽았다.
특히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 중 7.5%가 '지속성 애도 장애'(PGD·고통스러운 슬픔과 기능 장애가 장기간 지속되는 상태)의 진단 기준을 충족했는데, 이는 친한 친구(7.8%)나 가족 구성원(8.3%)·형제자매(8.9%)·배우자(9.1%)의 사별을 겪었을 때와 비슷한 수치다. 반려동물 사별 후 PGD 발생 위험도는 1.27배, 전체 PGD 사례 중 반려동물 사별이 차지하는 비율은 8.1%로, 두 수치 모두 다양한 유형의 인간 상실보다 높았다.
조사 결과 중 눈에 띄는 부분은 응답자 중 반려동물과 가족을 모두 잃은 경험이 있는 사람의 25%가량은 "반려동물을 떠나보냈을 때 훨씬 힘들었다"고 답한 지점이다.
사람들이 반려동물이 떠났을 때 더 힘들어하는 이유에 관해 조 원장은 "반려동물은 무엇 하나 보호자의 손을 타지 않는 게 없다. 특히 반려동물이 늙거나 아프면 보호자의 일상이 반려동물에게 맞춰지는데, 반려동물이 떠나게 되면 그 시간이 텅 비게 된다. 공백이 생기는 것"이라며 "문제는 무언가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지만, 딱히 뭘 하고 싶지 않은 거다. 일상이 반려동물을 돌보는 거였는데, 그런 일상이 다 무너지는 것"이라고 했다.
2일 서울 강남구 펫로스 심리상담센터 '안녕'에서 조지훈 원장이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류영주 기자그렇기에 1인 가구는 펫로스 증후군에 더 취약하다. 1인 가구에 반려동물은 정서적 의존의 대상이자 가족 그 자체다.
KB금융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를 보면, 반려인이 꼽은 반려동물 양육이 가져다준 긍정적 효과는 △삶의 만족도 및 행복감 제고 63.3% △외로움 감소 57.5% △가족 관계 개선 51.6% △우울증 감소 39.7% △스트레스 감소 및 대처 능력 향상 37.5% 등의 순이었다.
조지훈 원장은 "1인 가구의 경우 물론 친구나 가족도 나의 안부를 물어봐 주지만, 내 옆에서 날 봐주는 존재는 반려동물밖에 없다"며 "그동안 외로움을 반려동물이 다 채워졌는데, 그러한 존재가 떠나면 공허함이 더 크게 다가오고, 반려동물의 죽음과 함께 진짜 외로움이 찾아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반려동물이 떠난 후 남은 건 보호자라는 사람
조 원장은 무엇보다도 펫로스 증후군의 핵심은 동물이 아닌 '사람'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이 죽은 건 맞지만, 결국 펫로스 증후군으로 인해 죽음에 이르는 건 사람"이라는 말했다. 그렇기에 사람과 사회가 함께 그들의 상실과 슬픔에 '공감'해 줄 필요가 있다.
그는 "정부에서 우울이나 불안 등 여러 문제로 겪게 되는 정신건강 문제에 상담을 제공하는 정신 상담 심리바우처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여기에 구체적으로 '펫로스 증후군'에 대한 지원이 생기면 좋겠다"며 "또한 지자체에서 펫로스 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이나 집단상담 등이 생겨나고 있는데, 이러한 시스템이 늘어나야 한다"고 했다.
특히 "유기 동물을 입양해서 끝까지 키운 분들은 상담을 지원해 줬으면 한다. 유기 동물을 입양하는 분들은 동물의 마지막까지 책임지는 사람들"이라며 "유기 동물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는데, 끝까지 돌본 사람들에 대한 혜택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일 서울 강남구 펫로스 심리상담센터 '안녕'에서 조지훈 원장이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류영주 기자 아직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애도', '인정받는 애도'가 되려면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서 펫로스를 경험한 반려가구는 54.7%로 절반이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펫로스를 경험한 반려인들에게 우울감 극복 방법에 대해 질문한 결과, '충분히 아파하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애도 기간을 거치는 등 자연스러운 감정 관리'(53.6%)가 도움이 됐다는 응답률이 가장 높았다.
반려 인구가 늘고, 반려동물을 향한 인식도 높아지고 있지만 '펫로스 증후군'은 여전히 '인정받지 못한 애도'로 남아 있다. 아직도 "개가 죽었는데 유난이다" "언제까지 슬퍼할 거냐" 등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동물과 인간의 상실은 다르다는 인식이 있는 것이다.
조지훈 원장은 영화 '캐스트 어웨이'를 예로 들었다. 영화의 주인공인 척은 4년간 무인도에서 홀로 지내며 배구공에 '윌슨'이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친구로 삼는다. 이후 탈출 과정에서 윌슨이 바다에 떠내려가는 바람에 이별하게 되자 상실감과 죄책감에 오열하고, 삶에 대한 의욕마저 잃으며 노를 놓아 버린다.
조 원장은 "그 장면에서 누군가는 '배구공인데 왜 저래?'라고 생각할 수 있다. 공감하기 어렵기에 비공감적인 표현을 하는 것"이라며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개나 거북이를 잃은 게 아니라 자식, 형제 등 가족을 잃은 거라고 생각한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렇기에 '인정받지 못하는 애도'로 불리는 펫로스 증후군이 '인정받는 애도'가 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인식'의 변화다. 이는 일반인뿐 아니라 전문가 역시 필요한 부분이다.
앞서 '반려동물 출입 금지: 반려동물 사망 후 장기적인 애도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증거'라는 연구의 제목에서 '출입 금지'라고 한 것은 아직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펫로스 증후군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KB금융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 캡처메이누스 대학 연구팀은 "이러한 연구 결과는 사람들이 반려동물의 죽음 이후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의 PGD를 경험할 수 있다는 일관되고 설득력 있는 증거를 제공한다"며 "PGD의 애도 기준에서 반려동물 상실을 제외하기로 한 결정은 과학적으로 잘못되었을 뿐만 아니라 냉혹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조지훈 원장 역시 "나와 같은 전문가들도 달라져야 한다. '반려동물 출입 금지' 연구 논문처럼 정신 건강 분야에서도 펫로스를 인정해야 한다"며 "아직도 PGD 진단 기준 첫 번째 항목이 '친밀한 관계에 있던 사람'과의 사별로, 반려동물은 들어가 있지 않다. 거기에 반려동물이 들어가야 한다. 친밀한 관계에 있던 '존재'와의 사별이라고 바꿔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현재 반려동물과 지내고 있거나 펫로스 증후군을 겪는 반려인들을 향해 조 원장은 "끝까지 돌본 사람만이 펫로스 증후군을 겪는다. 그게 중요한 지점"이라며 "내가 끝까지 키우는 게 당연한 일이었기에 사별도 기꺼이 겪어야 할 문제다. 키우고 계신 분들 역시 언젠간 일어날 일이다. 끝까지 키우고 기꺼이 슬퍼하자고 바라봐 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펫로스 증후군, 중요한 건 '공감' ②]에서 계속영문기사 보기 (View English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