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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길에선 강하고 도로에선 거칠다…정통 오프로더 '지프 랭글러' 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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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랭글러 루비콘 시승기

스웨이바 분리장치 등 험로 주행 장비 강화
12.3인치 화면·전동 시트 등 편의성 보강…도심 활용성 높여

지프 랭글러 루비콘. 스텔란티스 코리아 제공지프 랭글러 루비콘. 스텔란티스 코리아 제공
지프 랭글러를 짧게 정의하면 험로를 달리기 위해 태어난 자동차다. 사륜구동에 저속 기어를 갖췄고, 차체와 서스펜션 역시 험로에서 높은 장애물을 넘고 바퀴의 접지력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5일 서울 목동에서 경기도 파주까지 주행한 결과 도심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같은 기준으로 보면 불편한 부분이 적지 않았지만, 흙길과 돌길로 들어서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높은 차체와 강한 구동계, 저속 기어를 바탕으로 일반적인 SUV가 멈출 만한 길도 그대로 밀고 나간다.

랭글러의 주행 감각은 일반 SUV와 확연히 달랐다. 높은 차체와 오프로드용 타이어, 프레임 구조가 만들어내는 움직임이 분명했다. 핸들을 돌리면 차체가 즉각적으로 방향을 틀기보다는 여유를 두고 따라온다. 코너에서는 차체가 바깥쪽으로 기울어지는 움직임도 컸다.

다만 최신형은 이전 랭글러보다 온로드 감각이 분명히 다듬어졌다. 기존에 느껴지던 조향 유격을 줄이고 핸들 반응을 보다 직관적으로 바꿨다. 높은 차체와 긴 서스펜션 스트로크가 만드는 느긋한 움직임은 여전히 랭글러의 특징이다. 이 특성은 단점이면서 랭글러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애초에 포장도로에서의 민첩성보다 험로에서 바퀴가 노면의 굴곡을 따라가면서도 구동력을 유지하는 능력에 더 많은 비중을 둔 차다.

2.0ℓ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40.8㎏·m를 낸다. 8단 자동변속기가 힘을 전달한다. 루비콘 4도어의 공차중량은 2185㎏이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2톤(t)이 넘는 차체가 묵직하게 달려나간다. 일상적인 추월 상황이나 오르막에서 출력이 부족하지는 않다. 다만 가벼운 스포츠 SUV처럼 차체가 가볍게 튀어나가지는 않는다. 40.8㎏·m의 최대토크가 3천rpm에서 나오는 만큼 낮은 회전수부터 꾸준히 힘을 전달하는 쪽에 가깝다.
 
저속에서는 엔진 출력보다 구동계가 랭글러의 성격을 말해줬다. 루비콘에는 4:1 락-트랙(Rock-Trac) HD 풀타임 4WD가 들어간다. 이는 일반적인 고속 주행을 위한 사륜구동과 달리 저속에서 큰 구동력을 얻도록 만든 오프로드용 시스템이다. 4:1 저속 기어비를 사용하면 차량의 진행 속도는 낮추면서 바퀴에 전달되는 힘과 제어력을 높일 수 있다. 바위나 급경사처럼 빠르게 달릴 필요가 없고 천천히 강한 힘을 써야 하는 상황에 유리하다.
 
루비콘은 랭글러의 여러 트림 가운데 험로 주행이라는 본래 목적이 가장 뚜렷한 모델이다. 전자식 앞 스웨이바 분리장치와 전후 전자식 차동 잠금장치까지 갖췄다. 루비콘은 험로에서 앞 스웨이바를 분리할 수 있다. 그러면 좌우 앞바퀴가 서로 다른 높이의 지형을 따라 더 크게 움직일 수 있다.
 
4WD의 저속 기어를 선택하는 4-LO도 인상적이었다. 4-LO는 사륜구동의 저속 영역을 사용하는 기능이다. 일반 주행보다 훨씬 낮은 기어비를 사용해 차량을 천천히 움직이면서도 바퀴에 강한 힘을 전달한다. 급경사나 큰 돌을 넘을 때 가속페달을 세게 밟지 않고도 주행할 수 있다. 운전자는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조작을 줄이고 핸들 조작과 바퀴 위치에 집중할 수 있다.
 
지프 비드락 휠. 스텔란티스 코리아 제공지프 비드락 휠. 스텔란티스 코리아 제공
타이어도 이 차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루비콘에는 285/70 R17 규격의 33인치급 올터레인 타이어가 적용된다. 일반 도로용 타이어보다 험로에서 돌과 흙을 통과하는 데 초점을 맞춘 타이어다. 오프로드 전용 휠인 비드락 휠은 타이어의 비드를 휠과 링 사이에 강하게 고정한다. 트레드가 일반 승용 타이어보다 크고 블록 간격도 넓어 노면과 맞닿을 때 발생하는 소음은 피할 수 없었다.

외관은 여전히 랭글러답다. 차체는 각지고 전면에는 일곱 개의 슬롯으로 구성된 그릴이 자리 잡았다. 원형 헤드램프도 그대로다. 문과 지붕도 분리할 수 있다. 요즘 SUV에서 보기 어려운 구조다. 자동차를 이동수단보다 레저 장비에 가깝게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차 자체가 하나의 놀이 도구가 된다.
 
그렇다고 랭글러가 불편한 오프로더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2024년 부분변경을 통해 일상에서 사용하는 편의장비도 크게 보강했다. 12.3인치 화면과 무선 애플 카플레이·안드로이드 오토를 적용했고 티맵 내비게이션을 내장했다. 운전석과 조수석에는 랭글러 최초로 전동 시트를 적용했다. 앞좌석 열선 시트와 열선 스티어링 휠도 기본으로 제공한다.

랭글러는 모든 것을 잘하는 SUV가 아니다. 높은 차체와 오프로드 중심의 구조는 좁은 골목과 주차장에서 확실히 부담으로 작용했다. 승차감과 정숙성도 도심형 SUV와는 거리가 있다. 연료 효율 역시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랭글러를 선택할 이유는 분명하다. 문과 지붕을 떼어낼 수 있고, 일반적인 SUV가 접근하기 어려운 험로까지 들어갈 수 있다. 캠핑이나 낚시, 트레일 주행처럼 자동차를 야외 활동의 일부로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이런 특성이 단순한 장점이 아니다. 차를 타고 목적지에 가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차 자체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판매 가격은 지프 랭글러 루비콘 4도어 파워탑 기준 8990만원이다. 현재 금융 프로모션을 적용하면 900만원 할인돼 8090만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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